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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_나무벽에 오일스테인을 바르다 016_나무벽에 오일스테인을 바르다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마치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몇 년 주기로 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 가운데 '집 관리'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인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집을 관리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우며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단독주택에 사는 이유는, 그런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을 관리하는 일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생활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태도도 중요하다. 우리집은 이제 짓고 나서 10년이 넘어가면서 정기적인 관리의 필요가 생겼는데,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던 것은.. 2022. 11. 21.
015_현관 초인종, 도어폰, 인터콤을 찾아서 015_현관 초인종, 도어폰, 인터콤을 찾아서 손님이 오면 현관에 매달린 초인종을 누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집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달려 있는 초인종이 고장났다. 고장이 났다고는 하지만, 뜯어서 보니 내부가 습기 때문에 물이 생겨서 스피커하고 기판이 젖어 있는 것을 보니 그 부분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전선끼리만 연결하면 초인종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앞부분을 교체하거나, 앞부분을 떼어내고 습기가 생기지 않을 간단한 제품으로 바꾸면 카메라 기능은 사용하지 못해도, 초인종 소리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관의 카메라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또 사용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초인종 소리가 나면 무조건 문을 열어주었으니. 어떻든, 집에 택배가 오거나, 손님이 오.. 2022. 11. 21.
014_집짓고 1년이 지나서 014_집짓고 1년이 지나서 2005년 8월에 입주했고, 살기 시작해 1년이 채 안된 2006년 5월의 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골에서 살던 경험이 없어서 모든 것이 어설프고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시골 내려오기 전에는 줄곧 아파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내 집'이긴 했어도 '관리'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파트는 집이면서도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선택하고, 아파트에 사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아파트의 편리함을 버리고 시골의 단독주택을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단독주택에 살아 본 경험이 없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새집 느낌이 난다. 노출콘크리트는 깨끗하고, 전면의 적삼목도 새것 그대로다. 집 주변에 잡다한 것들이 ..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13_마당 파고라 만들기 집짓기를 말하다_013_마당 파고라 만들기 마당에 오래된 나무로 긴의자를 만들어 둔 것이 2006년이었고, 그 후 마당은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08년에 마당에 파고라를 만들기로 했다. 파고라는 마당에 그늘을 좀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구상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8년에는 형편 없는 실력이어서, 무언가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파고라도 지금 다시 만들면 훨씬 잘 만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 당시에는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해서 만들었는데, 지금 보면 생각이 짧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08년 봄. 긴의자가 있는 곳에 기둥을 세우고, 파고라 지붕을 얹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둥의 초석은 콘크리트 기초인데, 여기에 4*4 목재가 들어가는 철제가 연결되어 있다. 제대로 하려면..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12_현관방범문 설치 집짓기를 말하다_012_현관방범문 설치 시골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시골의 방범을 의심한다. 시골에서 살기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깜깜한 밤이 무섭다, 문화생활(소비생활이겠지)을 할 수 없다, 아이들 교육(사교육이겠지)을 할 수 없다, 교통이 불편하다, 왠지 더럽고 지저분할 것 같다 등등 이유는 많은데, 대개의 경우 잘 모르고 있는 내용이거나, 왜곡된 선입견이다. 오히려 시골은 밤이 깜깜해서 달빛, 별빛이 더 밝게 빛나고, 치안도 안전하다. 밤에는 깜깜하고 조용해서 작은 소리도 잘 들린다. 교통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마을 버스 시간과 전철 시간을 잘 맞추면 그리 불편하지 않게 나들이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경우, 마을에 도둑..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11_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 집짓기를 말하다_011_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 집짓기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시골 아이들 이야기를 하느냐고 의아하실 분도 있겠다. 1편과 2편에서도 말했듯, '집짓기'라는 행위가 단지 '건축'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건축'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 집을 짓는다는 의미는 우리의 삶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 생활, 하루하루의 나날과 이웃들과의 관계가 모두 '집짓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시골에서 집을 지으려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바로 아이의 생활 환경이었음은 분명하다. 도시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사교육을 시작할 것이다. 피아노학원, 영어학원, 태권도학원, 발레학원...초..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10_태양광 전기 발전의 실체 집짓기를 말하다_010_태양광 전기 발전의 실체 2005년 8월에 준공해 입주한 이후,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기요금이었다. 심야전기 요금은 차치하고 일반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집을 설계하던 2003-2004년 무렵만 해도 LED 전구에 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태양광 발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우리집을 설계할 때, 전기와 관련된 내용들은 거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뜻이다. 전기를 어떻게 하면 아낄 수 있는지, 전기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설계, 구조적인 계산 등이 모두 빠졌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전기공사를 하기 전에 시공업자와 전기공사를 하는 업자에게 내부 네트워크 단자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지만, 그들은 그 말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듣지 ..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9_고재로 벤치 만들기 집짓기를 말하다_009_고재로 벤치 만들기 2006년 초, 마을에서 방앗간을 헐었는데 그때 나온 나무를 앞집에서 사 두었다. 앞집은 남자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역시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 같았다. 우리도 마을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여서 먼저 들어와 살고 있는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그의 집 마당에 고재가 쌓여 있고, 그것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서 머지않아 땔감으로 사라질 운명에 있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고재를 팔라고 했다. 남자도 좋다고 했고, 얼마를 원하느냐고 했더니 6만원을 달라고 했다. 나는 돈을 지불하고 나무를 마당에 가져다 놓았다. 5월달에 마당으로 가져 온 고재는 몇 달을 그 자리에 있었다. 당장 무엇에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재..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8_야외테이블 만들기 집짓기를 말하다_008_야외테이블 만들기 목공은 남자의 로망이다. 여성을 폄하하거나 성차별적 발언을 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남자들은 아이때부터 무언가를 끊임없이 부수고, 다시 만들고, 조립하고, 해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남성'의 특성일 수 있다. 장난감도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대체로 그렇다. 나 역시 따로 목공을 배운 적은 없지만, 무언가를 뚝딱거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손재주가 있거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고, 젊었을 때 한동안 자형을 따라다니며 배관 공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든 첫 기억은, 90년대 초반, 산본신도시에 아주 작은 아파트를 ..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7/현관 앞 고치기 집짓기를 말하다_007/현관 앞 고치기 집을 짓고 입주한 지 채 일년이 되지 않아 집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현관 앞이었다. 현관은 사람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으로, 일단 편해야 한다. 그런데 몇 달 생활을 해보니, 현관 앞부분의 공간이 너무 좁아서 불편했다. 처음에는 목수들이 해놓은 그 상태를 별 생각 없이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이 상태로 계속 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다시 시공업자를 불러서 고쳐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 듯 해서, 그냥 나 혼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진 2006년 4월 중순, 마침내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한 이후 줄곧 드나들었던 현관의 모습. 계단은 모두 세 개인데, 계단 끝의 맞춤을..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집을 짓고 10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마당이었다. 지금은 제법 시간이 쌓여 있는 마당처럼 보이지만, 처음 집을 지었을 때는 마당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 어떤 사람은 집과 마당을 처음부터 계획해 꾸민다. 예산이 넉넉한 사람들은 자기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집이든 마당이든 멋지게 만들어 주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 새 집을 짓고,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원까지 일습으로 장만해서 입주를 하는 기분은 건축주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멋진 그림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시골에 내려와서 집짓기까지 빠르게 결정을 한 경우, 게다가 도시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을 짓는.. 2022. 11. 21.
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집짓기를 말하다_005, 집짓기 과정 2004년 10월, 마침내 집짓기 공사를 시작했다. 2003년 봄에 이곳 양평으로 이사해서, 전세집을 얻지 못해 문호리에 있는 신축 연립을 사서 들어갔다. 아이는 20리 떨어진 정배분교의 병설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는 서울로 출퇴근했다. 문호리만 해도 면소재지여서 약간의 도시 냄새가 나는 곳이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약간의 완충지대를 거쳐서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일 수 있었다. 문호리에 사는 동안 건축가와 집의 설계에 관해 협의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고, 설계가 완성된 다음에는 건축가가 소개한 시공업자와 우리가 찾아낸 시공업자들을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집짓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마음 설레는 시간이 바로 건축공사를..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004_땅 매입과 건축설계 집짓기를 말하다_004_땅 매입과 건축설계 우리가 처음 땅을 보러 왔던 곳은 정배리였는데, 그 뒤로 서종면의 여러 곳에 있는 땅을 보러 다녔다. 나는 10년쯤 전에 처음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결혼하면서 아내와 함께 아파트를 샀지만 땅을 사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었다. 물론 시골로 이주하는 것도, 집을 짓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우리는 가능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사기를 당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문제는 늘 골치아프고 속을 썩이기 마련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충고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땅의 위치는 아이가 학교를 걸어다닐 수 있고, 어머니가 마을 노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정도로, 마을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을에 학교가 있.. 2022. 11. 20.
집짓기 전후의 생활 집짓기 전후의 생활 집짓기는 곧 삶의 과정이라는 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집을 짓게 된 전후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왜 시골로 이주를 하게 되었는지, 집을 짓게 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걸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선택이 대단한 각오를 한 결과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에게 각별히 인식될 만한 의미있는 과정을 겪은 것도 아니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가족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주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2003년을 전후로 우리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거의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야 말았다. 미세한 징..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집이란 무엇인가 집짓기를 말하다_집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삶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하나가 겨우 누울만한 좁은 공간인 쪽방, 닭장집부터 아흔아홉칸 고대광실 한옥집이거나, 백평이 넘는 펜트하우스 최고급 아파트까지 다양한 '집'이 있다. 집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은 철저하게 계급적 아이콘이 맞다. 한국에서 중산층은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자가용 승용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기준이 알게 모르게 통용되고 있다. 서양처럼 그 나라의 중산층이라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외국어를 하나쯤 구사하며, 다달이 기부금을 내고, 책을 꾸준히 읽으며, 각종 예술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철저히 '물질적'인 기준.. 2022. 11. 20.
집짓기를 말하다_들어가는 말 집짓기를 말하다_들어가는 말 시골로 이사와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올해로 꼭 십년이 되었다. 강산이 바뀐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고, 세월이 흐른 만큼, 내 생각과 생활도 바뀌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시골에 관해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무작정 귀촌을 했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 겨우 시골생활에 관해 조금 알 것 같다. 집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집짓는 것은 곧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짓기가 단지 건물을 어떻게 올리고, 평당 가격이 어떻고, 인테리어가 어떻고 하는 물질적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다 보니, 집을 짓고, 집을 관리하.. 2022. 11. 20.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 법을 다룬 책, 그것도 100년, 200년 전의 법철학 책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친 나는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우리가 가진 상식, 법을 다룬 책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는 내용이었다. 조국 교수는 친절하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도 말했지만, 조국 교수는 친절한 저자이면서, 알고보면 '츤데레'일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격하고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말이다. 이 책은 조국 교수가 예전에 강의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책으로, 거의 새로 쓴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 정치 현실에 관한 내용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룬 내용이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 2022. 11. 18.
농다치고개에서 청계산까지 2021년 7월 3일 토요일 아침, 날씨가 흐리고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산행을 시작했다. 청계산 산행은 몇 번 했지만 혼자 산행은 처음이고, 농다치 고개에서 청계산까지 가는 것도 처음이다. 예전에 이웃들과 함께 이 코스(농다치 고개-청계산)로 걷긴 했으나 청계산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고 '된고개'에서 중등리로 내려간 경험이 있었고, 그 뒤에 다시 '벚고개'에서 청계산 정상을 오르긴 했다. '농다치 고개'에서 청계산 방향으로 오르는 산행일 입구를 찾기가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농다치 고개에는 포장마차가 여러 개 있는데, 그 가운데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포장마차가 있는 곳에서 도로 옆으로 조금 오다보면 좁은 샛길이 보인다. 이 길은 매우 가파라서 밧줄을 묶어 놓았는데, 이 밧줄을 잡고 올.. 2022. 11. 17.
40년, 추억 여행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군대 동기들과 여행했다. 이 여행기는 2박 3일의 여행기이면서도, 내가 그동안 썼던 군대 이야기, 동기들과의 추억을 모두 모은 종합편이 되겠다. 과거 이야기도 중간에 삽입되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올해 2021년 12월 말이면 나와 동기들이 복무했던 '27사단'이 사라진다. 부대 편재가 7사단으로 통합되면서, 27사단은 이름이 없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동기들이 만60세, 즉 회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군입대 만39년이 되는 해여서 이것을 기념하는 동기여행을 계획했다. 우리는 단체 티셔츠, 조끼, 모자 등을 미리 준비했으며, 강원도 속초에 리조트를 예약해 두었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네 명만 함께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한계는 있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여행.. 2022. 11. 17.
충남 서천 1박2일 여행 2021년 10월 초에 다녀온 충남 서천군 바닷가 풍경입니다. 1박2일로 가볍게 다녀왔고, 서천 바닷가와 밤에는 군산시에도 잠깐 다녀왔습니다. 첫날은 서울에서 서해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서천 홍원항, 마량리 동백나무숲,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공원, 마량항, 춘장대 해수욕장, 부사호 방조제, 월하성어촌마을을 거쳐 장항읍에 있는 숙소로 갔습니다. 아래 지도는 첫날 움직인 경로입니다. 홍원항은 잠잠하고 조용했습니다. 충남 서천군 홍원항에서 먹은 바다음식들. 광어회, 전어회, 꽃게찜, 조기찜, 홍합, 전어회무침, 매운탕. 바다와 면해 있는, 몇 발짝이면 파도가 치는 이 집은 공식 식당은 아니다. 예전에 한때 식당을 했지만,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데, 우리를 데리고 간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음식을 차려주었다. .. 2022. 11. 17.
면역 - 사이언스 북스 면역 - 사이언스북스 이 책이 한글로 번역, 출간되었다. 2021년 11월에 미국에서 출간되었으니 채 1년도 안 되어 한국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 놀랍고 반갑다. '면역'은 미국에서 출판하자 곧바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몇 가지 이유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 책의 출처는 '쿠르트게작트(Kurzgesagt)' 유튜브 영상이다. '쿠르트게작트'는 2013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한 모션 그래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이 스튜디오는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포함한 과학, 자연, 사회, 생명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유튜브에서 공개하고 있다. '면역'을 쓴 작가 필리프 데트머는 이 스튜디오의 설립자이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쿠르트게작.. 2022. 9. 6.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 제목이 정직하다. 지구의 역사에서 최초의 생명은 40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인류의 역사는 아무리 길어봐야 고작 700만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구과학이나 생물학, 진화를 다룬 전문서적이 아니다. 태양의 탄생과 이후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어떠한 그림, 사진, 도표, 수식, 일러스트 등이 단 하나도 없다. 아, 도표는 몇 개가 있는데, 각 장의 끝에 연대표를 만들어 독자가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매우 어려운 자연과학을 다루고 있음에도 문장은 어렵지 않다.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고, 읽으면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 헨리 지는 매우 섬세하게 독자를 배려하면서 글을 썼다는 걸 느낄 수.. 2022. 8. 9.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데뷔작이면서 명작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이 1957년에 발표되었다. 시드니 루맷 감독이 1924년생이니 100살 가까운 나이인 걸 생각하면, 이 작품은 여러 의미로 놀랍다. 현역 감독으로 100세까지 연출을 하는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열정이 놀랍고, 이 작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며, 작품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다른 감독이나 작품과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비교를 통해 다른 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켈리 매스터슨이 썼는데, 이 작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봉준호 .. 2022. 8. 1.
한산 - 용의 출현 한산 - 용의 출현 역사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역사액션 영화. 영화의 절반 정도를 일본군 진영의 움직임으로 채운 건 영리한 선택이었다. 일본군은 조선을 침략한 이후 육지 전투에서는 줄곧 승리하고 있었고,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두 번 패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광교산 전투에서 승리한 와키자카가 직접 이순신 함대를 격파하겠다고 자청한 건 일본군 전체의 사기와 깊은 관련이 있고, 조선은 일본군의 해군 보급로를 차단하지 못하면 조선이 패망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인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전쟁 초기 상황은 조선군이 싸울 능력도, 무기도, 사기도 없어서 일방 당하기만 했는데, 그 와중에 선조는 평양까지 버리고 의주로 도망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군은 승승장구, 사기충천하여 전세는 일본군이 절대 유리한 상황. 일본.. 2022. 7. 30.
나와 아버지 나와 아버지 - 옌롄커 옌롄커는 1959년에 태어났다. 중국이 혁명에 성공하고 불과 10년이 지났을 때였으니, 중국은 혁명의 소용돌이와 혼란, 봉건의 역사와 수천 년 이어지는 전통의 습속이 뒤섞이고 충돌하던 시기였다. 옌롄커는 60년대와 70년대를 시골에서 성장하는데, 어지간한 시골이 아니고 바러우산맥 아래쪽 몹시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린 궁핍한 산골 마을에서 자랐다. 중국공산당이 혁명을 성공하고, 도시에서는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던 시기였지만, 산골 마을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 옌롄커는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의 삶을 돌아보며 아버지 세대의 농민들이 살아온 삶과 중국 현대의 변화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옌롄커는 혁명 이후의 세대지만 그의 부모 세대는 혁명 이전 세대로, 전통과 관습을 지키며 살아왔.. 2022. 7. 24.
그해 여름 끝 그해 여름 끝 옌롄커의 초기 작품. 중국문학에서 '신사실주의'를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고, 이 작품으로 옌롄커는 매우 위험한 상황까지 몰리는 탄압을 받았는데, 다행히 외국의 언론이 그를 살렸다. 중국정부는 옌롄커의 작품을 불온하다고 판정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하고 무겁지 않다. 현대 중국의 현실 가운데서 중국해방군 내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것이 '불온'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이 소설을 '불온' 딱지를 붙일 작정이었다면, 그것은 이 소설을 바라보는 중국정부의 관료들이 매우 편협하고, 스스로 잘못을 감추려는 불안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두었다면 이렇게 크게 난리가 나지 않았을텐데, 불구덩이를 함부로 쑤셔서 사건을 크게 만든 건 중국정부였.. 2022. 7. 24.
연월일 - 옌롄커 중편집 연월일 - 옌롄커 중편집 연월일 바러우 산맥에 기대 사는 산골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흉작이 들어서다.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이 모두 타죽고, 땅이 갈라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서, 주민들은 바러우 산맥을 넘어 흉년을 피할 도시로 떠났다. 셴할아버지는 혼자 마을에 남아 어떻게든 옥수수를 지키려 한다. 눈 먼 개와 셴할아버지는 텅 빈 마을에서 식량을 구하려는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쥐구멍을 파내 쥐들이 모아 놓은 옥수수 알갱이를 찾아 먹다가, 옥수수 알갱이를 으깨 쥐를 잡아 먹으며 옥수수를 지키는 셴할아버지는, 중국 민중의 현현이자, 중국 인민의 영웅적 모습을 상징한다. 농민에게 자연은 극복할 수 없는 절대 존재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의 이치에 맞는 삶을 살아온 중국 .. 2022. 7. 24.
일광유년 일광유년 옌롄커 장편소설. 이 소설을 읽고 앞으로 10년 안에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노벨문학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국에서 모옌에 이어 옌롄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중국문학은 세계문학의 주류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지 않을까. 특히 모옌과는 다르게 옌롄커의 작품은 중국사회를 매우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어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모옌이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된다. 중국 정부가 옌롄커 작품을 승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중국공산당과 옌롄커는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노벨문학상 여부는 매우 상징적 사건이 된다. 이 소설은 두 번 읽게 된다. 앞부분에서 독자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되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 2022. 7. 14.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의 영화. 원작은 찰스 포티스의 1968년 소설. 이미 소설이 발표된 직후 1969년부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영화로, 존 웨인이 애꾸눈 보안관 루스터 카그넌을 연기하기도 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경력도 있을 만큼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용기'에 관한 것인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상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소녀 매티 로스는 겨우 열 네살(한국 나이로는 열 여섯)에 불과한 아가씨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과감하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매티와 함께 움직이는 연방보안관 보좌 루스터 카그넌과 현상금.. 2022. 7. 10.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 그동안 결코 보기 쉽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하고,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다양한 메타포로 드러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영화는 더욱 인물의 심리, 감정의 복합성,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 상태, 드러내고 싶지만 억눌러야 하는 감정, 그러면서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비극성을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형사(해준)와 피의자로 의심받는 피해자의 아내(서래)가 사건으로 우연히 만나면서 발행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마음이 끌리는 걸 느끼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일시적 욕망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서래의 남편 기도수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은 사건을 자살 사건으로 종결한 이후, 해준은.. 2022.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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