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돼지의 왕 - 연상호 감독, 김혜나 외 목소리/아트서비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마음은 늑대를 잡아먹는 호랑이이고 싶지만, 현실은 돼지일 뿐.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돼지나 늑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왜 폭력이 용인되는 현실에 놓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 우리는 현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폭력은, 탈출구가 없는 무리들이 서로를 물어 뜯는 것과 같다. 탈출구는 왜 없으며, 그들을 누가! 사방이 막힌 곳에 가두었는가?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가능한 정직하게 드러내려 한다. 아직 어린 청소년들에게 '구조적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그것을 알 도리도, 능력도 없다. 그들은 다만..
2012. 7. 9.
코리아
코리아 - 문현성 감독, 하지원 외 출연/CJ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소재로 만든 영화에는 감동이 있다. '스포츠' 자체가 만들어 내는 승부의 드라마가 감동의 원천이기도 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운동선수의 노력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동안 본 스포츠 영화들, '밀리언 달러 베이비',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쿨러닝', '인빅터스', '머니볼', '불의 전차', '신데렐라맨', '글러브', '레이징 불(성난황소)' 등 은 모두 진한 감동을 준다. 스포츠 영화 역시 결국은 '인간의 삶'을 그린 영화이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같지만, '스포츠'라는 수단이 그런 삶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든다고 해야겠다. 같은 스포츠 영화라도, 한국에서 만드는 스포츠 ..
2012. 7. 7.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 한정판 - 디지팩 (2disc) - 이용주, 엄태웅 외/캔들미디어 누구나 - 쥐새끼같은 부류는 제외하고 - 청순하고 수줍은 시절은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를 보면, 비록 유치하고, 닭살 돋는 민망함으로 느껴지더라도, 그때는 그게 진실한 마음이었을 게다. 누구에게나 - 심지어 쥐새끼같은 부류까지 포함해서 - 첫사랑은 마음 속에 아름다운 감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첫사랑은 풋사랑이고, 순수하긴 했지만 깊이는 없었던, 철없던 시절의 설익은 감정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대학생의 첫사랑이자 풋사랑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데, 첫사랑의 과거가 현실로 이어지는, 그래서 추억이 현실이 되는, 추억과 갈등이 겹치는 드라마이다. 이 영화가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고, ..
2012. 5. 12.
혈맥-1963년
혈맥 - 김수용 감독, 김승호 외 출연/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에 한국영화관 http://www.youtube.com/user/KoreanFilm?feature=watch 이 생겼으니, 축하할 일이다.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를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어 퍽 잘 되었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오늘 본 영화는 '혈맥'으로,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낯익은 얼굴이 무척 많이 나와 반가웠는데, '마부'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김승호를 비롯해 황정순, 신영균, 신성일, 엄앵란, 김지미, 최무룡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연으로 '주선태'가 나오는데, 이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 하다. 노역으로 많이 본 배우였는데,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니, 노인일 때 봤던 ..
2012. 5. 10.
여자, 정혜
여자, 정혜 - 이윤기 감독, 황정민 외 출연/베어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일상. 직장에 다니고, 밥을 해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장을 보고... 정혜는 미혼의 혼자 사는 여성이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고요하고, 직장 동료 외에는 이렇다 할 인연이 거의 없다. 정혜는,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용기도 있다. 하지만, 정혜의 마음 속에서는 슬픔이 일렁인다. 그가 살았던 지난 날은, 그에게 깊은 고통과 아픔과 슬픔의 나날들이었다.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고 쉽게 파괴되는가를, 정혜를 통해 확인한다. 끝내, 정혜는 작은 희망을 찾을까. 정혜가 행복하길 바란다.
2012. 4. 17.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disc) - 윤종빈 감독, 최민식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쉽게 글을 쓰기 어려웠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 주제, 특징, 감독, 배우, 연출과 연기 등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범죄와의 전쟁'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이 영화는 묵직하면서 날카롭고, 잔인한 장면은 드물었지만, 영화 자체가 잔인한, 한 마디로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 영화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조폭영화'일까? 아니면 '정치풍자극'일까? 그..
2012. 4. 13.
시라노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1disc) - 김현석 감독, 박신혜 외 출연/프리지엠잘 만든 멜로 영화.장르가 로맨스, 멜로, 코미디로 되어 있고, 이 장르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감독인 김현석은 이전에도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 등을 연출했는데, 이들이 모두 코미디 요소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도 같은 장르로 보면 될 듯 하다.영화가 가볍기는 해도, 시나리오가 좋기 때문에, 가벼워서 천박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흔히 멜로물은 사랑타령이나 하고, 키스신이나 정사신 등이 나오는, 감정의 날것을 보여주는 싸구려 비슷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대중에게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이 영화도 멜로를 무겁게 그리거나 깊이 있는 삶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남녀의 만남을 도식적으로 바..
2012. 4. 9.
결정적 한방
결정적 한방 - 박중구 감독, 오광록 외 출연/유이케이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나보다. 그리고 실패한 영화라면 몹시 안타깝다.이 영화의 주인공인 김정훈이(솔직히 누군지 잘 모르겠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영화흥행이 저조한 진짜 원인은 아닐 것이다.이 영화는 재미있고, 메시지도 있지만, 핍진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단점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시나리오에 있겠지만, 등장인물도 적고, 인물들의 개성이 부족하고, 코믹하게 구성하려는 점이 오히려 단점이 아닌가 싶다.이 영화의 배경은, 한국사회의 주요 모순을 모두 끌어오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깊게 고민한 것 같지 않다. 장자연 사건, 정치인 뇌물 사건, 연예계 비리 등이 나오는데, 이렇다 할 결말을 짓는 것은 없다...
201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