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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368

<영화> 서편제 서편제 한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곡절과 구비구비가 어쩌면 그렇게도 서럽고 한스러울 수가 있을까. 가을 낙엽을 휘몰아가는 찬바람같기도 하도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같기도 하고 한겨울 문살을 흔들고 지나가는 긴 한숨같기도 한 이야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사는 모습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의 설레임으로 눈물을 삼키며 지켜봐야 했던 서편제. 복받쳐오르는 한을 삼키며 다시 인생의 숲으로 들어가는 동호와 송화의 만남과 이별을 지켜보면서 인생이, 삶이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도 판소리를 지켜가는 소리꾼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보기드문 한국영화의 전형이며 해방 전 식민지 시대부터 전쟁이 끝나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까지의 역사적 배경을 깔고 판소리를 생명으로 .. 2015. 1. 6.
<영화> 그대 안의 블루 그대 안의 블루 뤼미에르에서 영화 를 보았다.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 안성기씨와 강수연씨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예전에 만들어졌던 많은 한국영화와는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팜플렛에서는 이 영화의 성격을 설명하는 글이 없었다. 다만, 이 영화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어졌으며 영화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프로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자화자찬의 목소리 뿐이었다. 이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는 글은 단 두 줄, ‘모던하게, 사랑을 자극적으로, 생을 말한다!’라는 카피가 그것인데, 이 또한 너무 관념적이어서 영화의 성격을 단번에 짚어내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서양영화를 보게 될 때면 신문광고나 영화간판에 써있는 광고문구만으로도 그 영화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시의 시간」이나 「토토의 천국」, 그.. 2015. 1. 6.
<영화> 하얀전쟁 하얀전쟁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지워지지않는 고통으로 남아있어서 그들대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반공이데올로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보며 베트남 민중들이 모두 빨갱이이고 나쁜놈들로만 생각해왔다. 람보가 그랬고 월남에 파병되었던 군인들이 돌아와 베트콩을 무찌른 자랑스러운 무용담을 이야기가 그랬다. 그러나 진실은 어떠했던가. 베트남 민중들은 민족의 분단과 외세의 침략에 분노했고 하나된 조국과 자주적인 삶을 위해 투쟁하였다. 베트남 민중들을 고통과 분열로 몰고간 것은 외세였으며 우리나라도 그 하수인으로 베트남에서 민중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가장 야만적인 싸움을 하고 왔던 것이다. 수십년 동안 우리는 베트남 전쟁을 잊고 살았으며 아무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2015. 1. 5.
<영화> 창수 창수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시나리오로 마틴 스코시지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창수'를 만든 감독이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를 만들었다면, 그 작품의 수준을 어땠을까.영화는 '시나리오'라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매우 강력하게 강조하셨다. 그만큼 시나리오는 중요하다. 시나리오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감독의 연출은 시나리오를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즉, 오케스트라에서, 악보의 중요성은 기본이다. 또한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연주 실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연주자 전체를 아우르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바로 지휘자다.영화 감독은 지휘자와 같은 존재로, 악보 속에 있는 즉 활자로 존재하는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 넣는.. 2015. 1. 5.
<영화> 기술자들 기술자들 2014년 마지막 날 본 영화. 영화 을 만든 김홍선 감독 작품.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냥 봤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같은 감독이었다. 은 꽤 잘 만든 영화여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고, 그때 쓴 영화평을 보니 평점이 무려 별 네 개였다. 이 정도면 거의 최고의 영화라는 뜻이다.하지만 이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중간부터는 시나리오가 예상이 되고, 결말까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시나리오가 읽힌다는 것은 상투적이거나 어설프다는 뜻이겠다.나도 소설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독자가 예상하지 못하는 결말을 만들어 낼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감독의 고민도 많았을 듯 한데, 특히 이 영화가 어설프게 느껴졌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혹시 제작자들이 시나리오를.. 2015. 1. 1.
<영화> 파이란 파이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가 원작이지만, 원작에서 가져 온 주요한 모티브-양아치, 불법체류자 여성, 여성의 죽음-만 같고, 세부적인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다른 영화는 였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어리석고 멍청한 남성과 헌신적이고 사랑이 가득한 여성이라는 것, 그 여성이 바로 남성을 구원한다는 것, '여성성'이 인간 관계에서 더 뛰어난 형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파이란이 강재를 만나지 못한다. 오로지 그녀가 남긴 두 통의 편지만으로 양아치로 살아가던 강재의 삶을 바꾼다. 하지만 에서는 살아 있을 때의 젤소미나는 잠파노를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죽은 젤소미나는 잠파노의 영혼을 흔든다. 두 영화 모두, 여주인공이 죽음으로 남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연.. 2014. 12. 29.
영화 <국제시장> 국제시장 대중문화나 대중예술이 대게 그렇듯, 대중의 오락과 재미를 위해 만들어지지만, 때로 체제나 정권을 위협하는 무기로 작동하기도 한다. 역대 군부독재정권이나 권위적 정권에서 이른바 '민중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는 일반 가요까지도 '금지곡'으로 묶는 것을 보면, 그런 억압은 오히려 체제와 정권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대중예술은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다. 그것을 어떻게 쓰는가는 전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세계관과 시대상황에 달려 있다. 영화의 경우,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선전, 선동의 도구'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자본주의국가에서는 대중의 우매함을 유지하는 3S(스포츠, 스크린, 섹스)의 하나로도 기능한다.현실의 사회와 크게 관계 없는 내용의 영화라면.. 2014. 12. 26.
<영화> 우리 선희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 작품.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는 오랜만에 학교에 들린다. 미국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최교수(김상중)에게 부탁하기 위해서. 평소 자신을 예뻐한 걸 아는 선희는 최교수가 추천서를 잘 써줄 거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선희는 오랜만에 밖에 나온 덕에 그동안 못 봤던 과거의 남자 두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이선균)와 나이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이 두 사람. 차례로 이어지는 선희와 세 남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좋은 의도로 ‘삶의 충고’란 걸 해준다. 선희에게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속내를 모르겠는 선희에 대해 억지로 정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은 이상하게 비슷해서 마치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충고’란 말들은 .. 2014. 5. 10.
<영화> 역린 역린 배경은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그리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로 이어지는 조선 왕조의 한 가닥에서 떼온 것이다. 정조가 왕위에 오르고, 정조를 둘러싼 인맥과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이 정조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삼았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정조가 '노론'에게 공격을 받는 것은, 이미 그의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사후 '장조'로 추증되었다-가 살았을 때부터의 상황으로, 정조의 할아버지였던 영조가 '노론'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도세자가 '소론'의 입장에 호감을 갖고, 노론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 그의 죽음을 부른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도세자의 죽음에는 아버지인 영조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사도세자가 정실 왕후가 아.. 2014. 5. 7.
<영화> 불신지옥 불신지옥 공포영화로는 꽤 잘 만든 영화. 출연하는 배우들도 모두 일류 배우들인 점이 '공포영화는 B급 영화'라는 일반론과 거리가 있음. 을 만든 이용주 감독 작품. 제목만 보면 '개신교'와 관련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 일반에 관한 내용이며, 특히 '광신', '미신', '집착' 등의 단어를 주제어로 사용할 수 있겠다. 주인공 희진은 서울에서 자취하며 혼자 대학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지방에는 엄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동생 소진의 이상한 전화와 함께 엄마가 전화해서 동생이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동생을 찾기 위해 집으로 내려간 희진은 동생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하지만 엄마와.. 2014. 5. 7.
두 개의 문-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 철거를 반대하며 농성을 하던 주민 5명과 진압을 하던 경찰 1명이 죽었다. 전후 상황이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껍데기는 썼지만, 실제 내면으로 들어가면 철저한 계급 지배의 사회이며,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일방적으로 내리 누르는 사회인 것이다. 용산의 재개발은 자본가들에게 더 없이 좋은 돈벌이 기회였고, 그 기회를 앞당기기 위해 무리한 진압을 하게 된 것이 용산 참사의 원인이다. 여기서 경찰 즉 '공권력'은 '국가의 폭력기관'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공권력'이라는 말은 '합법적'이고 '중립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하나의 수사에 불과하다. '공권력'이라는 '폭력'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기.. 2012. 10. 8.
'은교'를 보다 은교 - 박범신 지음/문학동네 은교 : 특별 한정판 (3disc) - 정지우 감독, 박해일 외 출연/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 가운데, 이 영화가 '로리타' 영화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노시인인 이교수와 여고생인 은교의 섹스 장면이 있느니, 없느니 말들이 많았다. 정작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스토리의 영화를 원작 없이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영화의 원작이 박범신의 소설임을 모르고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이 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인지 무척 궁금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는 꽤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지만, 단.. 2012. 7. 13.
돼지의 왕 돼지의 왕 - 연상호 감독, 김혜나 외 목소리/아트서비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말죽거리 잔혹사'가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마음은 늑대를 잡아먹는 호랑이이고 싶지만, 현실은 돼지일 뿐.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돼지나 늑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왜 폭력이 용인되는 현실에 놓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 우리는 현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폭력은, 탈출구가 없는 무리들이 서로를 물어 뜯는 것과 같다. 탈출구는 왜 없으며, 그들을 누가! 사방이 막힌 곳에 가두었는가?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가능한 정직하게 드러내려 한다. 아직 어린 청소년들에게 '구조적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그것을 알 도리도, 능력도 없다. 그들은 다만.. 2012. 7. 9.
다큐멘터리 '제주, 강정' 다큐멘터리 '제주, 강정'을 보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해군의 의도는 처음부터 잘못 시작되었다. 정부가 마을주민을 이간질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불법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시작한 것이 명백함에도, 여전히 폭력을 동원해 국가권력, 즉 국가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어느 나라 주민이란 말인가? 그들에게 아직도 생생한 4.3의 악몽을 다시 불러 일으키려 하는 이 나라의 정권은 대체 누구를 위한 정권이란 말인가. 2012. 7. 8.
코리아 코리아 - 문현성 감독, 하지원 외 출연/CJ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소재로 만든 영화에는 감동이 있다. '스포츠' 자체가 만들어 내는 승부의 드라마가 감동의 원천이기도 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운동선수의 노력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동안 본 스포츠 영화들, '밀리언 달러 베이비',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쿨러닝', '인빅터스', '머니볼', '불의 전차', '신데렐라맨', '글러브', '레이징 불(성난황소)' 등 은 모두 진한 감동을 준다. 스포츠 영화 역시 결국은 '인간의 삶'을 그린 영화이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같지만, '스포츠'라는 수단이 그런 삶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든다고 해야겠다. 같은 스포츠 영화라도, 한국에서 만드는 스포츠 .. 2012. 7. 7.
후궁을 보다 아내가 김민준의 팬이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서 본 영화.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는 복잡하게 꼬이고, 악인과 선인의 구분도 없고, 권력의 속성과 권력을 가진 인간의 나약함과 추악함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었다. 영화 속 세트와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한복)들도 기존 사극 영화와는 느낌이 달랐는데, 이것은 '사극'을 빌려왔을 뿐,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주제였기 때문에 이 영화는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시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테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암투, 시동생과 형수의 정욕, 의붓엄마와 아들의 비정한 관계 등 현대에서도 설정할 수 있는 모든 관계가 들어 있고, 이런 관계들은 텔레비전에서 하는 막장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어서 새로울 것은 없다. 이 영화에서 섹스 장면.. 2012. 6. 17.
화차-한국판 화차 - 변영주, 김민희 외/CJ 엔터테인먼트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봤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일본판 '화차'를 봤는데, 아무래도 한국판 '화차'와 비교하게 된다. 원작 소설을 읽지 못했으므로, 원작과 비교해서 말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일본판 '화차'와 비교한다면, 많이 아쉽다. 변영주 감독의 작품이라 더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실망감이 더 크다. 일본판 '화차'와 비교하면, 여주인공의 심리를 조금 더 깊이 보여준다는 장점은 있으나,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여주인공의 양면성과 불안한 심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일본판 '화차'의 마지막 장면은 꽤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었는데, 한국판 '화차'는 질질 끄는 듯한 느낌과 여주인공의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영화적 감동을 떨어뜨리는 느낌이었.. 2012. 6. 8.
커플즈 커플즈 (2disc) - 정용기 감독, 공형진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게다. 하지만, 나는 그 '당연한' 사람들 속에 끼고 싶지 않다. 별 한 개. 2012. 6. 2.
하울링 하울링 - 유하 감독, 송강호 외 출연/CJ 엔터테인먼트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많은 세상에서, 인간보다 나은 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랄까. 형사들은 모두 마초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건지,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동료 형사들은 성차별을 하고, 동료 여형사를 성추행하고, 온갖 쓰레기 짓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사건 해결도 사실 은영이 모두 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늑대개 질풍이와 교감하는 건 개의 주인과 딸, 그리고 은영 이외에는 없다. 은영의 캐릭터를 맡은 이나영의 연기는 좋다.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가 잘 어울리고, 튀지않고 과장하지 않은 이나영의 연기가 영화 속에 녹아 있다. 확실히 배우의 연기는 영화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액션 스릴러 영화에서는 보통 배우의 연기에 비중을 크.. 2012. 5. 12.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 한정판 - 디지팩 (2disc) - 이용주, 엄태웅 외/캔들미디어 누구나 - 쥐새끼같은 부류는 제외하고 - 청순하고 수줍은 시절은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를 보면, 비록 유치하고, 닭살 돋는 민망함으로 느껴지더라도, 그때는 그게 진실한 마음이었을 게다. 누구에게나 - 심지어 쥐새끼같은 부류까지 포함해서 - 첫사랑은 마음 속에 아름다운 감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첫사랑은 풋사랑이고, 순수하긴 했지만 깊이는 없었던, 철없던 시절의 설익은 감정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대학생의 첫사랑이자 풋사랑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데, 첫사랑의 과거가 현실로 이어지는, 그래서 추억이 현실이 되는, 추억과 갈등이 겹치는 드라마이다. 이 영화가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고, .. 2012. 5. 12.
혈맥-1963년 혈맥 - 김수용 감독, 김승호 외 출연/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에 한국영화관 http://www.youtube.com/user/KoreanFilm?feature=watch 이 생겼으니, 축하할 일이다.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를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어 퍽 잘 되었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오늘 본 영화는 '혈맥'으로,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낯익은 얼굴이 무척 많이 나와 반가웠는데, '마부'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김승호를 비롯해 황정순, 신영균, 신성일, 엄앵란, 김지미, 최무룡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연으로 '주선태'가 나오는데, 이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 하다. 노역으로 많이 본 배우였는데,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니, 노인일 때 봤던 .. 2012. 5. 10.
댄싱 퀸 댄싱퀸 - 이석훈 감독, 황정민 외 출연/CJ 엔터테인먼트 댄싱퀸 때로는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코미디 영화도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슬랩스틱 코미디보다는 웃음과 감동이 있는 영화라면 더욱 재미있다. '댄싱퀸'은 우리 시대의 욕망과 현실을 풍자한 영화다. 황정민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가난한 변호사이고, 국민학교 때 동창이었다가, 대학에서 다시 만나 결혼을 한 엄정화는 남편 황정민의 뒷바라지를 위해 에어로빅 강사로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오손도손 살아가는 그들에게 새로운 삶이 열린다. 그것이 자의, 타의를 떠나 마음 속의 열망과 욕망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꿈'을 드러.. 2012. 4. 27.
여자, 정혜 여자, 정혜 - 이윤기 감독, 황정민 외 출연/베어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일상. 직장에 다니고, 밥을 해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장을 보고... 정혜는 미혼의 혼자 사는 여성이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고요하고, 직장 동료 외에는 이렇다 할 인연이 거의 없다. 정혜는,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용기도 있다. 하지만, 정혜의 마음 속에서는 슬픔이 일렁인다. 그가 살았던 지난 날은, 그에게 깊은 고통과 아픔과 슬픔의 나날들이었다.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고 쉽게 파괴되는가를, 정혜를 통해 확인한다. 끝내, 정혜는 작은 희망을 찾을까. 정혜가 행복하길 바란다. 2012. 4. 17.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disc) - 윤종빈 감독, 최민식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쉽게 글을 쓰기 어려웠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 주제, 특징, 감독, 배우, 연출과 연기 등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범죄와의 전쟁'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이 영화는 묵직하면서 날카롭고, 잔인한 장면은 드물었지만, 영화 자체가 잔인한, 한 마디로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 영화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조폭영화'일까? 아니면 '정치풍자극'일까? 그.. 2012. 4. 13.
시라노연애조작단 시라노 연애조작단 (1disc) - 김현석 감독, 박신혜 외 출연/프리지엠잘 만든 멜로 영화.장르가 로맨스, 멜로, 코미디로 되어 있고, 이 장르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감독인 김현석은 이전에도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 등을 연출했는데, 이들이 모두 코미디 요소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도 같은 장르로 보면 될 듯 하다.영화가 가볍기는 해도, 시나리오가 좋기 때문에, 가벼워서 천박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흔히 멜로물은 사랑타령이나 하고, 키스신이나 정사신 등이 나오는, 감정의 날것을 보여주는 싸구려 비슷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대중에게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이 영화도 멜로를 무겁게 그리거나 깊이 있는 삶을 모색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남녀의 만남을 도식적으로 바.. 2012. 4. 9.
영화 '파파' 파파 (1disc) - 한지승 감독, 박용우 외 출연/캔들미디어 영화 '파파' 코믹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웃음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 개그 콤비처럼, 코믹 콤비가 짝을 이뤄 끊임없이 웃기는 것? 내 생각에는 '감동'이다. 코믹 드라마에서 '감동 코드'를 넣으면, 관객은 정서적으로 혼란을 일으킨다. 분명 웃어야 하는데, 눈물이 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이 영화 역시, 코믹 드라마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감동으로 그리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미리 녹화해 둔 채 사고로 죽은 엄마의 장면에서, 뻔한 스토리인 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게 된다.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현실의 삶이 해피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뻔히 알면서도 해.. 2012. 4. 8.
결정적 한방 결정적 한방 - 박중구 감독, 오광록 외 출연/유이케이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나보다. 그리고 실패한 영화라면 몹시 안타깝다.이 영화의 주인공인 김정훈이(솔직히 누군지 잘 모르겠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영화흥행이 저조한 진짜 원인은 아닐 것이다.이 영화는 재미있고, 메시지도 있지만, 핍진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단점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시나리오에 있겠지만, 등장인물도 적고, 인물들의 개성이 부족하고, 코믹하게 구성하려는 점이 오히려 단점이 아닌가 싶다.이 영화의 배경은, 한국사회의 주요 모순을 모두 끌어오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깊게 고민한 것 같지 않다. 장자연 사건, 정치인 뇌물 사건, 연예계 비리 등이 나오는데, 이렇다 할 결말을 짓는 것은 없다... 2012. 4. 8.
'부러진 화살'을 보고 부러진 화살 - 정지영 감독, 안성기 외 출연/아우라픽처스 대학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을 쐈다고 했고, 판사들이 모여서 '사법테러'라고 규정하고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한다.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인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 최소한의 양식도, 도덕성도, 기본 상식도 없는 사법부를 향한 통렬한 비난의 화살이 바로 이 영화다.영화에서도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행태는 드레퓌스 사건보다도 훨씬 더 어처구니 없을 뿐 아니라, 악질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 영화는 '사실'을 기초로 만들었으며, 이 영화를 보고 꼭지가 돌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하고는 상극인 사람이 분명하다. 나는 김명호 교수의 주장(http://www.seokgung.o.. 2012. 4. 1.
품행제로 품행제로 (dts 2disc) - 조근식 감독, 류승범 외 출연/팬텀 성장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400번의 구타'와 같이 자전적 내용을 진지하게 그리는 성장영화가 있는가 하면, '써니'처럼 상큼 발랄하게 그리기도 한다. 현실은 그 두 가지의 어디쯤일테고, 개인에 따라 조금 더 절망적일 수도, 조금 희망적일 수도 있겠다. '품행제로'는 상큼 발랄하다. 진지하고, 고통스러운 젊음이기보다는, 한때 개구장이로 지냈던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물론, 그의 친구들도 모두 관객들의 학생시절과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은, 이 영화가 결코 극단을 향해 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재가 된다. 70년대, 80년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은 그 시대의 느낌을 '.. 2012. 1. 26.
북촌방향 북촌방향 - 홍상수 감독, 김보경 외 출연/디에스미디어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의 영화를 분석한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열 두번째 영화다. 나는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열 두편 가운데 열 편을 봤다. 나름대로 열심히 챙겨본 셈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불편함'을 좋아한다. 홍상수의 영화는 불편하다.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는 진부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 배우들의 행동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엉거주춤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바라보는 것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너무도 뻔뻔하고 속물적이기 때문이다. '속물근성'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타포..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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