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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368

<영화> 대호 대호 '신세계'를 만든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가 '공전의 히트'를 하는 바람에, 그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대호'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먼저, '신세계'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비교하면, '신세계'가 흥행에 성공한 것이 당연할 정도로-물론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가장 크지만-멋진 배우들이 많다. 반면, 이 영화에는 최민식을 제외하면 연기파 배우들, 특히 '신세계'처럼 거물급 배우들이 거의 없다. 그러니 두 영화의 흥행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신세계'가 더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영화 역시 충분히 괜찮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단점은 앞부분이 .. 2016. 1. 20.
<영화> 울보 권투부 울보 권투부 다큐멘터리.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권투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예전에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와 비슷한 배경과 내용을 같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삶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남한의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북한의 정권은 재일동포를 이용해 먹기만 했다. 물론 북한이 재일동포들을 조금 더 대접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준 면도 있지만, 60년대에 한꺼번에 많은 재일동포들이 북한으로 들어간 이후의 삶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지금은 재일동포가 5세, 6세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과 활발한 교류조차도 없지 않은가. 이것은 남한 정부가 매우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정부를 떠나 민간교.. 2016. 1. 2.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 보는 내내 울화통이 터지는 건, 한국외무부와 외국에 있는 대사관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 때문이다. 이 사건의 전말은 예전에 '딴지일보'에서 실제로 올라온 것을 봤고, 결국 '딴지일보'를 비롯한 네티즌의 협력으로 프랑스의 감옥에 갇혔던 여성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자기 나라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외국에 있는 대사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이 영화처럼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리를 대접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나라는 뿌리부터 깊게 썩어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마약과는 관계가 없는, 단순가담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몫돈이 생긴다는 욕심에 자신이 범죄에 연루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 2016. 1. 2.
<영화> 검은 사제들 검은 사제들 한국영화에서 '퇴마'를 소재로 다루는 것은 나름 신선한 시도이긴 하지만, 신선한 소재가 곧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 이유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멋진 배우들 때문이라는 건 꽤 유감스럽다.물론 이 영화를 두고 '형편없다'고까지 말하는 건 좀 심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엑소시스트'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영화와 비교하는 순간, 이 영화는 '듣보잡' 영화가 되어 버린다. 영화를 열심히 만든 감독과 제작진에게는 퍽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경우 '엑소시스트'를 뛰어 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것이 된다.'엑소시스트'는 1973년에 개봉한 영화다. 나는 시간이 지나 이 영화를 봤는데, 그때의.. 2015. 12. 26.
<영화> 더 폰 더 폰 SF스릴러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르지만, 영화적 요소로는 의외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시간과 공간을 비트는 영화적 장치들은 대개 SF 장르에 속하게 되고, 그 가운데서 살인이 발생하면 거의 대부분 스릴러로 불러도 되니까 SF스릴러는 그리 낯선 장치가 아니라는 말이다.이 영화에서도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왜곡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게 되는데, 이론적으로는 평행우주론도 있으니 가능하겠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는 내용이다.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영화는 창작과 상상이므로, 1년의 시간차를 두고 시공간이 서로 겹치게 되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 있다는 설정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린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과거가 뒤엉킨 .. 2015. 12. 25.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코미디 영화는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어차피 해피엔딩일테니 주인공이 아무리 죽을 고생을 해도,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후반을 향해 꾸준히 긴장과 갈등이 증폭되어야 한다. 관객은 스크린에 보이는 인물들과 감정이입을 하고, 자신을 영화 속 상황에 놓인 것으로 동질감을 갖게 하며,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며 웃고, 울고, 화내고, 복수의 감정으로 칼을 갈게 되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가 성공하기는 참 어렵다. 아무리 내용이 뻔한 코미디 영화라도 심각한 상황이나 감동 코드를 넣는 것은 기본인데, 그것이 영화의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지나쳐서는 안 되므.. 2015. 12. 25.
<영화> 도리화가 도리화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그 당시 100만 명을 돌파했을 때, 이 기록은 한국영화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것도 서울관객만 100만명이고 전국집계로는 300만명에 가까운 초대박 영화였는데, 당시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라기 공원'과 1,2위를 다툴 정도였다.지금도 '서편제'는 한국영화에서 명작으로 남아 있다. '서편제'가 훌륭한 영화로 남은 원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이 영화 '도리화가'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서편제'와 이 영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서편제'에 모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작품의 내용이 비슷한 소재-판소리-를 채용했을 뿐, 이야기 구조나 내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그럼에도 두.. 2015. 12. 25.
<영화> 내부자들 내부자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부패 커넥션을 그리고 있지만 당연히 환타지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사하라 사막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처럼 불가능하다는 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아주 가끔, 부패 커넥션의 일부가 드러나긴 한다. 예전에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경우, 가징 기본적인 법이 지켜지기만 했어도 한국은 훨씬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지만, 당연히 그 심각한 사건들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우리는 언론을 통해 '가진 자'들이 벌리는 온갖 추잡한 작태의 단면을 본다. 그것은 정치적 권력 관계나 이해관계 속에서 삐져나오는 경우일테고, 괜찮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정상적인 정부라면, 기업 또는 기업을 운영.. 2015. 11. 29.
<영화> 다슬이 다슬이 과문한 탓인지, 한국인 가운데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서번트 증후군'의 장애인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정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 지금까지는 거의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숫자를 세는 것이라든가, 수학적 능력 등 재능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젊은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나서, 장편 상업영화로 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의 내용이나 작품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런 방식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를 내재하고 있다.독립영화로는 잘 만든 영화에 속하지만, 제작비의 한계.. 2015. 11. 24.
<영화> 춘희막이 춘희막이 이 영화를 말하기 전에, 올해 EBS에서 주최한 EIDF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들 가운데 한국 작품들 세 편이 생각난다. , 그리고 또 한 편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어떻든 이 세편의 한국에서 출품한 작품들이 외국에서 출품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수준 이하'의 형편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이 볼 때는 퍽 억울하고, 기분 나쁠 말이겠지만, 그 정도 수준의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배짱도 어처구니 없지만, 그것을 받아서 TV며 극장에서 상영한 EBS도 참 그렇다.전반적으로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수준은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다. 이 영화 '춘희막이' 역시 .. 2015. 11. 5.
<영화> 돼지같은 여자 돼지같은 여자 어촌에 사는 청춘남녀의 이야기.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경쟁하는 사이인데,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겠다.주로 갈치를 잡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촌에 더 이상 갈치가 잡히지 않는다. 어촌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재화는 돼지를 키우고 있다. 어촌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은데, 재화는 혼자 씩씩하게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고, 집을 불태우고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지만 어업은 전근대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원양어업을 제외하면 소규모 어업이 대부분이고 근해 양식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촌이나 어촌이나 그 일을 하는 주민들은 대개 가난하고, 땅이나 배 등 '자본'을 .. 2015. 11. 3.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정재영을 처음 본 건 류승완 감독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깡패로 등장하는 정재영의 연기를 보는 순간, 충격과 감동으로 소름이 끼쳤다.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정재영의 연기는 대단했다.정재영은 어떤 캐릭터를 해도 그 인물로 빙의하는 듯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영화감독 함춘수'라는 인물 역시, 정재영이 아니라 '함춘수' 그 자체인 것 같은, 대단한 연기였다.김민희는 생각보다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 않았는데, 그가 출연한-출연작이 모두 주연이었다는 것이 놀랍지만-영화 열편 가운데 나는 다섯편을 봤다. 김민희는 자칫 특징 없는 배우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눈에 띄는 연기를 보인 적.. 2015. 10. 30.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심각한 가족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려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 영화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는 바로 '고령화 가족'.'고령화 가족'과 이 영화를 비교하면 왜 같은 가족영화임에도 두 영화의 완성도가 확연히 다른지 알게 된다. '고령화 가족'도 웃기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진지할 때는 무척 진지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극'의 수준을 유지한다. 즉 깊이에서 다르다.'고령화 가족'에서 보여주는 가족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그들의 언행은 그들이 살아온 과거의 이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족들은 정신세계가 '초딩'에 머물러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유쾌하고 발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긴 하지만, 불행한.. 2015. 10. 22.
<영화> 친절한 가정부 친절한 가정부 을 연출한 노진수 감독 작품. 아이디어는 괜찮다. 다만 이 영화도 필요 이상의 섹스씬과 긴장감 없는 연출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시나리오만으로만 본다면, 주인공 상수가 좋아하는 노래방 도우미와 가사도우미 리얼봇 핑키가 서로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겠다.상수와의 관계에서 노래방 도우미와 리얼봇 핑키의 세계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긴장감이 사라진 것도 단점 가운데 하나다. 리얼봇 핑키의 역할은 뒷부분에 나오는데, 일종의 반전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전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살리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이를테면 상수가 짝사랑하는 노래방 도우미와 집에.. 2015. 10. 22.
<영화> 피해자들 피해자들 영화에서 배경과 생략을 매우 중요하다. 어떤 영화든, 영화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개인사가 바탕에 깔려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대개 2시간 남짓인데, 이 안에 개인사를 모두 넣을 수 없으므로 영화는 많은 것을 생략하는 대신, 배경을 중요하게 여긴다. 배경 안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성장과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게 된다.영화에서 생략과 배경을 깊이 있게 다루는 감독이 명감독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를 보면, 주인공 트래비스는 불면증으로 고생한다. 결국 그는 밤을 새워 운전하는 심야 택시운전사로 취직하고, 그것을 계기로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게 된다.여기서, 트래비스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 2015. 10. 22.
<영화> 우산 속의 세 여자 우산 속의 세 여자 당대의 유명 작가인 조선작, 조해일, 김주영이 릴레이 방식으로 쓴 소설이다. 에 연재한 것이 1978년 1월 25일 출판되었는데,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1980년 3월 8일 개봉했다.이두용 감독, 남자배우 하명중이라면 당대 최고의 조합이었는데,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작품성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전에 이미 '여자 시리즈' 영화가 한국영화계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여자'로 끝나는 영화에 대한 식상함이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1980년이라니. 1979년 10월에 대통령 박정희가 가장 가까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하고, 12월에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으니, 세상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였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이 영화.. 2015. 10. 18.
<영화> 영도 영도 젊은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는 잘 만들었다. 별 세 개.'영도'는 중의적 표현이다. 지명으로의 '영도', 주인공 이름인 '영도', 그리고 이 영화를 상징하는 제목처럼 '그림자 섬'이라는 뜻도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늘 비난과 조롱과 감시의 대상이었다.아버지가 살인자라면 자식도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흔히 연좌제를 떠올린다.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날벼락이고 천형이며 잔인한 음모와 같다.흔히 '운명의 굴레'라는 말처럼, 자신이 놓여 있는 환경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단지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끈질긴 무엇인가가 있는 듯 보인다.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진-헐, 이건 '예수' 아닌가?-아.. 2015. 10. 12.
<영화> 성난 변호사 성난 변호사 영화 '베테랑'과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 제작비용부터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까지, 두 영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와 고양이를 비교하는 것처럼 무리다. 별 세 개.다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는 보통 수준. 영화에서 터닝 포인트, 즉 반전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관객에게 읽힌다. '베테랑'은 경찰이 재벌을 잡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검사출신의 변호사가 재벌을 잡는 이야기인데, 소재는 비슷해도 지향점은 많이 다르다.영화를 코믹하게 만들 의도였다면 코믹하지 않았고, 진지한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약간 코믹했다. 즉 장르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의 깊이(?)-오락영화에서 깊이를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다-가 없는 원인이 된 것.. 2015. 10. 11.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1980년생,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훌륭하다. 별 네 개.단편 두 편을 만들고, 장편으로 만든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감독이다. 영화의 스타일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과 꽤 비슷하다. 감독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감독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럼에도, 이런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 영화는 이전에 나온 '지구를 지켜라'처럼,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인 '숨겨진 걸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를 지켜라'는 여러 번 말하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걸작 영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상업적 흥행에는 철저하게 실패했지만, (단, 독립영화 부분에서라면 나름 성.. 2015. 10. 7.
<영화> 함정 함정 스릴러. 편집이 조금 아쉽다. 앞부분이 지루한데, 도입부에서 성철(싸이코패스)의 범죄 현장을 짧게 끊어서 편집을 했다면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가 크게 높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마동석의 주연 영화라서 의미가 있었을텐데, 마동석의 연기는 좋았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부부가 섬의 외딴집에 가게 되는 동기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딱 두 커플만 보여주는 것도 부실했다.일본영화 '차가운 열대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감독의 고어 스타일로 풀어내는 방식도 있는데, 싸이코패스를 내세울 거라면, 보다 철저하고 잔혹하게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괜찮을 듯 했다.영화에서 아쉬움이 많은 것은 역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연출이나 연기가 조금 부족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2015. 10. 7.
<영화> 소원 소원 영화를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한동안 안 보고 있던 영화. 영화는 충분히 감동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추천한다. 별 세 개.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생각은, 한국의 법률과 판사의 수준이 너무도 후진적이라는 것이었다. '조두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 와 만든 영화로, 이 영화에서는 피해자 소원과 아빠, 엄마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한국의 법률은 가해자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가해자는 이미 같은 범죄로 전과 14범이었으며, 겨우 9살짜리 어린아이를 상대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그럼에도 판사는 이 범죄자에게 겨우 8년 구금형을 선고했다. 범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법을.. 2015. 10. 7.
<영화> 사도 사도 조선 왕조에서 영조와 정조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말한다. 왕조, 즉 지배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왕의 시대로 역사를 구분하겠지만, 영조와 정조의 시대가 르네상스였다면, 그것은 오로지 민중들의 힘에 의해 그리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임진년 전쟁이 끝난 뒤, 조선은 격동한다. 조선 민중은 왜구의 침략에 꼼짝 못하고 쩔쩔 매며 도망간 지배세력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양반 세력의 가렴주구에 치를 떨며 오히려 왜구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할 정도로 지배세력을 증오하고 있었다.신분 질서도 흔들리고, 민중은 지배세력이 더 이상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지배세력에 대한 분노와 함께 민중 전체의 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다.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자신의 백성을 지키지 못하고, 외.. 2015. 10. 2.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아라한 장풍대작전 류승완 감독 작품. '도시무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 이미 십년 전에 이런 멋진 영화를 만들었으니 오늘날의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있지 않을까. '액션 키드' 류승완 감독 답게 이 영화에서도 멋진 액션이 돋보인다. 물론 이때는 와이어 액션이 약간 서툰 흔적이 보인다.무술감독 정두홍이 중요한 배역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짝패'에서도 류승완, 정두홍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와 기가 막힌 액션을 보였으니, 류승완과 정두홍은 감독과 무술감독으로만 아니라 마치 '의형제'처럼 잘 어울린다.류승완 감독의 동생이지만 류승범은 좋은 배우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에 쓸 동네 양아치를 구하려다 집에 들어와 보니, 거기에 양아치 한 마리가 뒹굴고 있었다는 웃기는 얘기도 있지만, 류승범은 배우.. 2015. 9. 22.
<영화> 치외법권 치외법권 버디 영화. 형사들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영화인데, '베테랑'과는 사뭇 다르다. 베테랑이 진지하지만 유쾌한 액션영화라면, 이 영화는 유쾌한 액션영화다. 진지함이 빠졌다는 뜻이다.영화가 심각해야 할 이유는 없으나, 사실성을 높이는 것은 관객의 관심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리얼리티'는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형사가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그 대상이 사이비종교 교주를 잡는 일이다. 영화를 보면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뒤에서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앞에서는 교주이자 사회지도층으로 활동하는 사기꾼을 잡는 일은 그러나 쉽지 않다.돈과 권력을 가진 자는 돈을 뿌려서 안전한 그물망을 만들어 놓기.. 2015. 9. 18.
<영화> 깡철이 깡철이 성장 영화. 강철이 놓여 있는 현실은 암담하다. 하지만 강철은 씩씩하다. 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하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놓여 있는 처지에 상관 없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은 보기 좋다. 그것이 사회와 관계 없는 일이라면 말이다.강철의 어머니는 치매 뿐 아니라 다른 질병도 있는 중년 여성이다. 모자가 살아가는 형편은 어려운데 정부에서는 이런 가난한 가족에 대한 지원은 미약하다. 영화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이 영화를 사회학으로 분석하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도시빈민 모자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영화가 현실을 반영할 때-거기에는 당연히 과장, 왜곡, 미화의 과정이 있겠지만-우리는 현실의 단면을 증폭해서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2015. 9. 18.
<영화> 화장 화장 김훈 소설 원작. 제목이 갖는 중의성은 이 영화를 상징한다. 오상무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고, '화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또 다른 '화장'은 죽음을 상징한다. 초로의 남성인 오상무는 유명 화장품 회사의 중견 임원으로 퍽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진중하며, 성실한 인간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 오상무의 태도는, 그러나 삶의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재미는 알지 못한다. 오상무의 가족을 보면, 그가 살가운 남편,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중에서 짧게, 그것도 딸의 목소리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오상무의 아내-암투병을 하다 죽는-의 집안이 넉넉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상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화장품 회사.. 2015. 9. 16.
<영화> 미쓰와이프 미쓰와이프 평범한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폭풍 눈물. 별 네 개.늘 강조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마치 퇴비를 잘 한 밭에서 농작물이 잘 자라듯, 영화의 내용은 저절로 좋아진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세 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경우다.가수 겸 배우인 엄정화의 연기는 탁월하다. 영화 전체에 엄정화가 거의 혼자 연기를 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그의 역할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조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맛을 살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장자의 나비꿈'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 가족의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평소에는 지지고 볶고 싸우고, 다투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짜증을 부리는 대상이 가족이지만, 결.. 2015. 9. 15.
<영화> 암살 암살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별 네 개 반.예전부터 생각했던 영화 가운데, 일제강점기 시기에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다룬 '제대로' 만든 영화가 왜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한국영화에서 30년대는 흥행이 되지 않는 소재라는 것이 소위 '충무로'의 암묵적 결론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만든 영화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다.그동안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영화들은 영화미학적으로 수준 미달이었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영화 본연의 재미와 역사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이 영화가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에는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자체는 픽션이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2015. 9. 14.
<영화> 사생결단 사생결단 8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멋진 영화.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못지 않은, 한국 느와르 영화의 수작으로 꼽힐 만 하다. 이 영화를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이번에 개봉한 영화 '빅매치'를 연출한 최호 감독의 작품으로, 최호 감독의 기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97년 IMF 직후의 한국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시작할 때, 자막으로, 이 영화는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부산에서 발생한 마약 조직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다.실제로, 봉고차 안에서 마약을 제조한 마약범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티브를 통해 범죄 사회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다. 물론 여기서는 마약 제조, .. 2015. 9. 7.
<영화> 협녀, 칼의 기억 협녀, 칼의 기억 훌륭한 배우를 써서 영화를 망치는 경우. 별 두 개.한국의 무협영화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중국(홍콩)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한국에서 꽤 많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영화 형식에서 '무협'과 '역사물'은 확연히 다르다. 크게 보면 무협영화도 역사물의 하위 분류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 속에서 명멸하는 인간의 삶을 다루기 보다는, '무'와 '협'의 세계를 훨씬 깊고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이다.그들의 삶은 '무협'에 가깝다. 서극의 영화는 '무협'이다. 이소룡, 이연결, 성룡의 영화들은 대개 무협에 가까운 영화들이다. 무협영화의 인물은 또한 거의 영웅의 서사를 갖는다. 중국의 무협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이 특징인데, .. 201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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