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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368

[영화] 여교사 [영화] 여교사 19금 영화.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의 섹스 장면이 나오는 건 '그냥 19금'이 아니라 '막장 19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제 이런 정도는 보통이 되어버린 세상에 나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와 연애하는 사람들 사이의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젊고 예쁜 학교 이사장의 딸(혜영), 가난한 집안의 임시직 교사(효주), 무용에 재능이 있는 학생(재하). 이렇게 세 명의 관계는 수직적이면서 계급적 관계를 갖고 있다.약혼자가 있는 혜영은 제자인 재하와 섹스를 하고, 효주는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자기의 정교사 자리를 위협하는 혜영을 협박한다. 효주로서는 정교사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이사장의 딸이 들어왔고, 그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 2017. 1. 30.
[영화] 판도라 [영화] 판도라 한국형 재난 영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폭발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이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비극이다. 우리는 구 러시아의 체르노빌이나 일본의 후쿠시마처럼 땅이 넓지도 않고, 피할 곳도 거의 없다.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최소한 몇 십만 명에서 몇 백만 명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 국가 인프라가 멈출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물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가 폭발하지 않고, 중국의 핵발전소가 폭발해도 문제의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동해 즉 우리의 서해와 마주보고 있는 지역에 중국의 핵발전소가 연달아 세워졌고, 이들 가운.. 2017. 1. 16.
[영화] 그랜드파더 [영화] 그랜드파더 '테이큰'과 '그랜토리노'의 어느 지점에 있는영화. 액션 느와르 장르를 노인인 박근형이 직접 연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월남파병용사'-'월남'이라는 단어는 베트남을 비하하는 단어지만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인 박기광은 금방이라도 폐차장으로 가야할 정도로 낡은 버스를 모는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 자신이 이미 늙은 몸이어서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상황인 것은 낡은 버스와의 비교이기도 하다. 기광은 당연하게도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어서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게다가 기광은 가족이 이미 해체된 상황이어서, 자식들과의 사이도 멀고 남남처럼 살아가고 있다. 가족 해체의 원인은 나중에 기광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드러난다. 기광이 술을 자주 마시고,.. 2017. 1. 10.
[영화] 가려진 시간 [영화] 가려진 시간 SF멜로라는 색다른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직전에 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 영화도 시간여행이 중요한 모티브인데, 여기서 '시간'은 두 주인공이 겪는 서로 다른 공간 속의 시간이다. 두 개의 공간과 두 개의 시간은 또 다시 평행우주론이나 다중우주론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죽은 세계'의 은유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첫번째 사건 이후 실종된 세 명의 아이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된다. 영화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멈춘 다음, 그 멈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성민의 삶을 보여주는데, 세상이 멈춘 채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이 죽어 있거나 자신이 죽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명백히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2017. 1. 9.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 뮈소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다중우주, 평행우주론 또는 시간여행에 바탕한 많은 영화들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핵심은 '과거에 묶여 있는 나'라고 정의할 수 있다. 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려는 것은, 좋은 일보다는 안타까운 일, 슬픈 일, 마음 아픈 일 등을 해결해보려는 마음이 클 것이다. 인간이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은 인지한다는 것이고, 시간은 공간과 더불어 '나'와 '우주'를 객관화하는 추상적 능력이다. 아직까지 수많은 생물 가운데서 인간만이 이렇게 광범한 추상적 능력.. 2017. 1. 7.
[영화] 마스터 [영화] 마스터 런닝 타임이 무려 2시간 30분 가까이 되는 대작이다. 주연배우들만 봐도 대작이라는 느낌이다. 최근 한국영화는 한국 사회의 비리와 범죄를 파헤치는 사회 고발 영화를 많이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실제 한국에서 벌어졌던 역대 최대의 사기 사건인 조희팔 다단계 범죄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나왔던 여러 영화들-신세계, 베를린, 내부자들 등등-에 비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장점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의 개성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화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영화의 결말은 약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결말에서 약간 울컥했다. 그것은 우.. 2017. 1. 5.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이 영화를 '여성주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만든 중요한 사람들-시나리오, 감독, 주연배우-이 여성이라는 점, 영화에서 말하고픈 이야기도 '모성애'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여성주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남성의 존재는 매우 희미하거나 의미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영화는 여성의 삶, 특히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성애'라고 말한다. '여성주의' 영화와 '모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동질성을 가질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 볼 내용이다. 여성이 만들고, 등장하고, 주제로 작동한다고 해도 '여성주의' 영화라고 할 수 없는 영화들은 많다. 극단적으로 '여성 포르노'를 우리는 '여성주의' 영.. 2016. 12. 30.
[영화] 동주 [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 작품. 저예산-제작비 6억원이면 한국에서는 아주 적은 금액이다-으로 만든 영화로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 역시 이준익 감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게다가 홍보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만으로 1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것은 영화가 그만큼 볼만 했다는 증거겠다. 흑백으로 만든 영화는, 오래 된 시간의 이미지를 보는 듯해서 어울렸고, 동주를 미화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호평했고, 우리의 현대사에서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내용을 대개 다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하기에는 좀 어색했다. 사투리도 그렇고.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미 역사적으로 .. 2016. 12. 2.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고산자, 대동여지도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실존 인물이고, 그가 '대동여지도'라고 하는, 조선의 위대한 유산을 만든 업적을 샅샅이 밝히고 드러내기에는 김정호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804년 생으로 알려졌으니 그리 오래된 인물도 아닌데, 그의 생애가 이렇게 알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이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기록을 남기긴 했으나, 정작 이렇게 중요한 인물에 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은, 기록의 편향성, 기록의 계급성을 철저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조선지리전도로 남아 있다. 물론 '대동여지도'를 김정호 혼자 .. 2016. 12. 1.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과장하지 않고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다뤘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움직이는데, 주인공 동구의 성정체성이 핵심이긴 하지만, 학교와 씨름부가 한편이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는 엄마의 집안 이야기가 한편이다. 이 두 축은 동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과 고통을 상징한다. 성전환 수술을 위해 씨름을 해야 하는 것은 희망이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고, 자식을 폭행하는 아버지는 불행과 절망이다. 몸은 남성(여성)인데, 마음은 여성(남성)이라는 분열적 상황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성전환이든 동성애든 성소수자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동구의 아버지가 동구의 여.. 2016. 11. 29.
[영화] 자백 [영화] 자백 한국에서 진짜 기자정신을 갖고 권력의 심장을 파헤치는 기자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내가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있다는 건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이 영화는 ‘뉴스타파’의 기자들이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뒤쫓는 이야기다. ‘뉴스타파’의 책임기자는 최승호 기자로, 그는 예전에 ‘문화방송’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의 대표 피디이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가 ‘문화방송’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물론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지만-쫓겨난 이후 ‘뉴스타파’를 조직해 주로 권력 범죄에 관해 취재를 집중하고 있다. 영화에서, 간첩조작 사건의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만 중심은 ‘유우성 씨’의 간첩조작 사건이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는 한국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음습하고 악랄한 간첩조작 사건.. 2016. 11. 29.
[영화] 굿바이 싱글 [영화] 굿바이 싱글 코미디 영화의 공식-적어도 한국영화에서-은 중반까지는 웃기다가 후반에는 감동을 주려고 한다. 코미디를 코미디 자체로 끝내지 않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쪽-감독, 제작자 등-의 강박이 작용한다고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로 일관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마지막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그것은 코미디 장르가 단지 관객을 웃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웃음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코미디 영화는 웃음과 함께 눈물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김혜수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김혜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미디 영화에서 배우가 메소드 연기를 할 만큼 몰입해서 깊이 들어가는 경우는.. 2016. 11. 25.
[영화] 죽여주는 여자 [영화] 죽여주는 여자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드러낸 영화. 무겁지만 담담하고, 감정의 과잉 없이 차분하지만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 본 영화. 잘 만들었다. 노인세대의 삶은 그 사회의 복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데, 이 영화에서 노인들의 삶은 비참하다. 노인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묻는 중요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60대의 노인인 소영은 파고다공원 일대를 배회하며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다. 이 영화에서 노인의 성 문제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한데, 남자 노인들은 여전히 성(섹스)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인다. 나이와 상관 없이 성적인 .. 2016. 11. 21.
[영화] 럭키 [영화] 럭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영화. 코미디 영화가 그렇듯 심심풀이 팝콘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다. 이야기의 깊이나 인물들의 갈등 구조는 그리 심각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루는 내용은 매우 심각한데,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정작 어리버리하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는건, 형편 없는 막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킬러와 백수청년의 삶을 뒤바꿔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의 우화다. 영화를 보는 그대로만 해석하면 재미없지만, 이것을 동화 '왕자와 거지'의 현대판 이야기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사회적 위치의 반전으로 해석하면 재미있다. 킬러 최형욱은 의뢰받은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최고의 킬러이자 해결사다... 2016. 11. 21.
<영화> 밀정 밀정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독립운동을 그린 영화. 역사적 사건이었던 의열단의 폭탄 투척 사건이 주요 모티브다. 영화의 내용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에 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기도 하다. 이 영화는 직전에 나왔던 '암살' http://marupress.tistory.com/1863 과 함께 보면 더욱 재미있고 항일 독립운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이 해방된 이후 무려 70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본격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몹시 안타깝지만 반가운 일이다. ‘암살’이나 ‘밀정’과 같은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민의 즉 인민의 의식과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물리적으로 이전의 사회에서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 2016. 11. 12.
걷기왕 걷기왕 독립영화. 저예산으로 만들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다. 이를테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시나리오와 연출이 뒷받침되면 독립영화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보게 된다.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가 실험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의 상상력을 실험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일 수는 있다. 기존의 영화 즉 대자본이 투입되고,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영화적 실험과 모험을 하기에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독립영화가 필요한 것은, 적은 자본으로 만든 영화의 아이디어가 의외로 크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영화 시장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것과.. 2016. 11. 10.
<영화> 아수라 아수라 잘 만든 영화. 하드보일드 리얼리즘 느와르 영화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에 별점을 낮게 준 것도 의외였다. 오히려 박평식을 비롯해 여러 평론가들은 별점 세 개로 비슷했다. 평론가들은 야박하게 굴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꽤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기는 놈이 내 편'이라는 주인공 한도경 형사는 안남시장 박성배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공무원이면서 불법을 자행하는 한도경은 이미 악인이다. 그가 아내의 이복오빠인 박성배 안남시장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내를 살리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지만, 그것이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한도경은 비도덕적 인물인다. 그는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시장의 뒤를 봐주는 더러운 .. 2016. 10. 31.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재미있게 본 영화. 영화 스타일도 새롭고 이제훈의 연기도 좋았다. 감초 역할을 한 두 어린이 배우-특히 막내-도 웃음을 준다. 영화의 기본 줄기는 홍길동이 엄마의 복수를 하는 것이지만, 그 와중에 거대한 범죄조직을 소탕하고, 엄마를 죽인 원수의 손녀들을 돌보게 된다는 훈훈한 결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영화 '씬시티'였다. 분위기나 미장센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렇더라도 한국영화에서 이런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 낸 영화는 처음 보는 듯 하다. 이제훈은 연기를 참 잘 한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건 기본 가운데 기본이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아무리 배우라도 연기가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서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의 몸값이 더 비싼 .. 2016. 10. 27.
<영화> 계춘할망 계춘할망 제주도 해녀 할머니와 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 해녀 할머니는 오래 전, 시장통에서 어린 손녀를 잃어버린다. 그 소녀는 길을 잃어버렸는지, 누군가에 의해 납치당했는지 알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잃어버렸던 손녀와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손녀는 빚에 쫓기고 있고, 도시에서 거칠게 살던 아이였다. 낡고 허름한 시골집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고 마땅치 않은 이 도시 소녀와 해녀 할머니는 잊혀진 시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색하고 만만치 않다.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결국 한 사람의 사랑이 사람을 바꾸고, 가족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어릴 때 시장에서 잃어버렸던 손녀딸 혜지의 부모는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 2016. 10. 26.
<영화> 아가씨 아가씨 박찬욱 감독. 세라 워터스의 원작소설 '핑거 스미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소설 '핑거 스미스'는 영국에서 이미 3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하는 소설과는 달리 '아가씨'는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만들었다. 친일파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에 반일 저항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히데코, 숙희, 백작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관계 속에서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들의 이야기가 반전을 일으키며 극의 긴장을 이끌고 있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숙희의 관점, 히데코의 관점, 마지막 부분으로 되어 있다. 숙희와 히데코는 속고 속이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숙희와 백작, 히데코와 백작은 서로를 이용하려는 대상으로 설정되어.. 2016. 10. 25.
곡성, 오컬트, 의심의 환타지 곡성, 오컬트, 의심의 환타지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를 만들었고, 그 두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서 매우 훌륭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곡성'은 한국영화에서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법한 복잡하고도 멋진 내용을 보여주었다. 장르를 구분하기 어렵고 내용도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면서 중층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영화는 보통 예술영화들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길르 만들어 내는 신기한 경험을 하도록 만든 나홍진 감독의 재주는 놀랍다.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이 영화의 감상 후기를 쓰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뭉개구름처럼 일어났고,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에는 이.. 2016. 10. 22.
<영화>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이 영화가 흥행에 참패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관객 1천만명 시대에 고작 몇 천명 정도가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은, 한국 관객의 편식이 얼마나 심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관객의 잘못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고, 이 영화를 만들어서 배급하는 영화사는 '마케팅' 실패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사 스스로도 이 영화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당황했을 듯 하다. [지구를 지켜라]는 블랙 코미디, 판타스틱 SF, 서스펜스 호러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해 놓은 듯 보인다. 여기 저기 인터넷으로 찾아 본 관람평을 보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영화사가 어떤 장르에 촛점을 맞춰 홍보를.. 2016. 9. 18.
터널 터널 터널이 갑자기 무너졌다. 세월호가 갑자기 급변침했다.터널에 사람이 갇혔다. 세월호에 많은 사람이 갇혔다.터널에 갇힌 이정수는 구출했지만 세월호에 갇힌 300명 넘는 학생과 시민은 구하지 않았다.터널을 보면서 세월호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을 비난하는 수준 낮은 인간들이라도 세월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터널에 갇히거나 침몰한 배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 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자신의 목숨이 오로지 밖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상황은 절망, 분노, 고통, 공포,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 나타난다.구조인력 가운데 한 사람이 사고로 죽자 비난을 받는 사람은 정부가.. 2016. 8. 14.
<영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 독립영화. 접근 방식이 신선하지만 개연성은 낮다. 도시 변두리 빈민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프롤레타리아들이지만, 그들 자신은 모르고 있다.빈민 청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은 북한에서 내려 온 간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내용은 이미 1960년대에 북한에서 체제선전용으로 많이 써먹었던 방식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체제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이 영화를 보고 북한을 찬양한다고 발끈하는 사람-아마도 대부분 수구꼴통들이겠지만-이 있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2016. 2. 18.
<영화> 히말라야 히말라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산악 영화. 인간드라마.산악 영화는 늘 흥미롭고 관심이 있다. 산악영화를 다룬 외국영화도 많은데, 클리프행어, K2, 노스페이스, 에베레스트, 버티컬 리미트, 인 투 씬 에어, 아이거 빙벽 등 산을 주제로 한 액션영화부터 정통 산악영화까지 장르도 다양하다.산악영화는 늘 한 가지 주제일 수밖에 없다. 산이 중심이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산에 도전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극한 상황에 도전하는 인간의 한계를 표현하는 장면은 장엄한 풍경과 함께 위대한 자연 속에 놓인 인간의 왜소함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한다.특히 정통 산악영화는 산을 향한 인간의 집념과 함께 함께 하는 동료들 사이의 믿음과 갈등을 다루고 있어, 본질적으로 인간 드라마다. .. 2016. 2. 17.
<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감독판. 3시간짜리 영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처음 개봉한 영화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이야기의 흐름도 매끄럽다. 이미 먼저 개봉한 일반판을 본 상태여서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었다.정치권력, 재벌의 돈, 언론의 여론몰이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의 사회현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 영화가 '픽션'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물론 한국에는 이렇게 정의로운 검사가 없다는 점에서 '픽션'이고 '환타지'이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맞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진짜 범죄자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데.. 2016. 2. 10.
<영화> 조선마술사 조선마술사 퓨전 사극. 조선역사에서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겪는 사랑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 이런 류의 영화는 대개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어설프고 부족한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이는데, 그건 '퓨전'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생각이다.어느 장르를 불문하고 '퓨전'이라는 이름은 실력 없는 자들이 적당히 이것저것 긁어 모아서 그럴 듯 하게 만든 것이다. 정통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드는 창작품을 두고 '퓨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퓨전'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면 그것은 자신만의 작품이며, 자신의 예술이고, 장르일 뿐이다. 그런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능적인 부분만 쫓아다니는 것을 보면,.. 2016. 2. 5.
<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 나쁜 놈은 죽는다 중한 합작영화. 중국은 외국영화의 수입쿼터가 제한되어 있어 외국영화를 수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다 합작영화의 경우에는 중국영화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생기면서, 중국자본이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한국을 무대로 하고, 한국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한국에서만 찍은 영화지만 이 영화는 중국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배우들이 나오고 있고, 중국 자본이 투자를 했기 때문에 '중국영화'다.액션 코미디 장르는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영화다. 따라서 배우들의 대사가 매우 중요하고, 영화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엉성하기 때문에 코미디 장르로 보기에는 어설프다.그렇다고 액션이 앞장설 수 있느냐면 그.. 2016. 2. 4.
<영화> 잡아야 산다 잡아야 산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무성영화의 걸작인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대개 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장르를 가볍게 보고, 우습게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 감독과 관계자들은 영화를 만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이 영화처럼 시나리오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음에도 제작까지 진행되어 완성된 것을 보면, 한국 영화의 투자 시스템이 얼마나 엉성한 지도 잘 알 수 있다. 뻔히 흥행에 실패할 내용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영화의 줄거리가 이 정도로 엉망인 것을 아무도 몰랐다면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다.장르를 불문하고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 예술-는 개연성 즉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현실을 무시하고, 사실성과 거리가 먼 내용으로 이야.. 2016. 1. 21.
<영화>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분위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연인들이다. 우리가 갔떤 영화관에도 90% 정도가 젊은 커플이었는데, 이 영화는 성인, 젊은 연인을 대상으로 만들었으면서도 15세부터다. 그럴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선정적인 장면을 중간중간 더 넣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을 지루하지 않게 끼워 넣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 영화는 분명 2015년에 만들었지만, 그 내용이나 배우들의 대사를 보면 마치 70년대 신파영화를 보는 듯 하다. 아니, 70년대에 이미 선정적인 성인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니 그 보다도 더 유치하다고 해야겠다.몸은 어른이지만 생각하는 건 어린이 같은 두 남녀가 나와서 보여주는 것은, 그야말로 '유치찬란'이다. 문채원은 예뻤지만, 발음도, 연기도 아직은 부족해 보인.. 2016.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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