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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타주 [영화] 몽타주 15년 전 사라진 범인 15년 후 반복되는 사건 마침내 찾아온 결정적 순간! 15년 전, 한 유괴범이 종적을 감춘다. 범인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5일 전, 사건현장에 꽃 한 송이를 갖다 놓는다. 그로부터 며칠 후 15년 전 사건과 동일한 범죄가 되풀이 되고... 눈 앞에서 손녀를 잃어버린 할아버지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15년간 미제사건에 인생을 건 형사 마침내 모두에게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그 놈을 잡아라! -('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영화에서 형사가 피해자 가족에게 공소시효의 법적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들어보니 그 내용은 완전히 '범인의 입장'으로 기술된 내용이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을 '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2017. 6. 22.
[영화] 3인조 3인조 버디 무비.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국판이랄까. 더 이상 살아갈 희망도, 의욕도 사라진 막장 인생들이 벌이는 최후의 항전. 1997년에 만든 영화로는 꽤 액션과 스펙터클이 살아 있다. 박찬욱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박찬욱 감독 자신도 단역으로 출연하고, 주인공인 이경영, 김민종, 정선경을 비롯해 이경영의 아내로 김부선, 전당포 노파로 도금봉, 편의점장 유퉁, 개그맨 서경석과 이윤석, 이경영이 단골로 다니는 악기점의 점원으로 류승완 감독(당시는 연출부)이 잠깐 나온다. 지금은 꽤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무명이었던 안길강, 이무영, 김양우 등 조연이나 단역들도 실력파들이 많이 출연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김민종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17. 6. 18.
[영화] 일대 일 일대 일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돈과 권력으로 온갖 파렴치하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을 한 놈씩 잡아 잔인하게 죽이는 상상.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일당을 암살하는 내용으로는 강풀 작가의 '26년'이 있지만, 나는 그보다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돈과 권력의 기득권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당하는 억울하고 원통한 설움의 눈물을 닦아주는 꿈을 꾼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상상을 김기덕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 범죄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을 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지금도 TV만 틀면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저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이니 '애국'이니 하는 .. 2017. 6. 18.
[영화]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프란체스카가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은 비밀을 자식들이 알게 되었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결국은 고백해야 했을 때, 프란체스카는 후회가 아닌, 삶의 한 과정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었으리라. 로버트가 다시 찾아온 그날,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춘 그때, 남편의 차문을 열고 로버트의 차로 뛰어 갔다면, 어땠을까, 더 행복했을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하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다는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다보면, 사랑보다 더 진한 '정'이 생기게 된다. 사랑처럼 뜨겁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애틋함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감정은 사랑보다 더 깊고 질기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한 눈에 반한 .. 2017. 6. 18.
[영화] The Village The Village '식스 센스'로 유명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2004년 작품.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있는 작은 마을!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이곳에 모여든 소수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들만의 부락을 이루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완벽할 정도로 평화롭고 목가적인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숲 속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숲의 괴물과 주민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정전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마을 청년인 노아 퍼시(아드리엔 브로디 분)가 정신질환을 앓자 루시우스 헌트(호아킨 피닉스 분).. 2017. 6. 18.
[영화] Snitch Snitch 액션 영화라고 해서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수잔 서랜든이 나오는 걸 보고, 이 영화를 좀 더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냥 타임킬링용 액션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인 Snitch는 '절도'라는 뜻과 '고자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고자질'에 더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데,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이 모티브가 되었을 듯 하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혼으로 서로 떨어져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서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아버지의 노력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게 된다는 단순한 결론이긴 하다. 미국이 아니면 도저히 .. 2017. 6. 18.
[영화] To Rome with Love [영화] To Rome with Love 우디 앨런 감독 작품이다. 특유의 유쾌한 농담과 방종에 가까운 성적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늙은 유태인 감독 우디 앨런. 지난번 보았던 '미드나이트 인 파리'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지만, 많은 등장인물, 다양한 에피소드, 유쾌한 농담 등은 거의 비슷하다. '미드나이트 인 파리'에서도 파리 시내의 풍경을 흠뻑 느끼고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도 로마 시내의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요소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그 현장에 가 봤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우디 앨런의 작품이 유럽의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연작처럼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우리가 다녔던 유럽의 여러 나라, 도시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 2017. 6. 13.
[영화] 전설의 주먹 [영화] 전설의 주먹 덕규는 학생 복싱선수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의 농간으로 탈락하면서 타락한다. 상훈과 재석은 각각 학교에서 주먹깨나 쓰며 학창시절을 보내지만, 결국 사고를 치고 재석은 감옥까지 갔다 온다. 그리고 25년이 지나, 이들은 '전설의 주먹'이라는 TV프로그램의 링 위에서 다시 만난다. 강우석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상영시간도 무려 150분이 넘는다. 보통은 120분 정도로 편집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렇게 길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편집을 해서 시간을 줄여 120분 안으로 내용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30분 이상을 더 길게 만든 데에는 감독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하는 것을 더러 봤는데, 내 생각은.. 2017. 6. 13.
[영화] 불한당 [영화] 불한당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이 SNS에서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거액을 들여 만든 영화가 폭삭 망한 케이스. 이런 경우는 드문데,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한 것이 결국 영화 전체를 망하게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감독의 한 마디가 영화를 망하게도, 흥하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즉, 감독이 대중과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흥행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의 그런 개인적(?) 일탈을 제외하고 오로지 영화로만 봤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 명이라고 하는데,.. 2017. 6. 10.
양평 추읍산을 오르다 양평 추읍산을 오르다 개군면에 있는 추읍산은 '주읍산' 또는 '칠읍산'으로도 불린다. 양평에는 1천미터가 넘는 산이 두 개 있고, 그 옆으로 800미터 넘는 산이 여럿 있는데, 추읍산은 따로 뚝 떨어져 홀로 서 있는 산으로, 산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오르막이 가파르게 계속되어서 산행이 쉽지 않다.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원덕역에서 시작하는 가장 긴 코스를 오르게 되는데, 거리가 긴 만큼 시간도 가장 길어서 2시간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짧은 코스로 빠르게 오르고 싶다면 개군면 내리나 개군면 주읍리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우리 일행은 개군면 내리에서 산을 올랐는데, 차를 세운 곳에서부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니 약 50분이 걸렸다. 오히려 내려오는 길을 원덕역 쪽으로 잡아서 약 1시간 정.. 2017. 6. 8.
[영화] 보안관 [영화] 보안관 코믹액션범죄물. 가볍기는 하지만 시나리오는 괜찮은 편. 보통 코믹액션의 상영 시간이 약 90분 정도인데 비해 이 영화는 120분을 다 채우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최고의 배우들은 아니지만,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어서 연기도 좋고, 코믹한 부분에서의 애드립도 재미있다. 전직 형사인 대호는 마을에서 자칭, 타칭 보안관으로 살아간다. 대호의 정체성은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인물이 존재할 수 없지만, 바닥이 좁은 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이기도 하다. 경찰 출신이라면 지역에서도 유지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에 따라 지역이 좀 더 부패하거나 좀 더 깨끗해질 수 있기도 하다. 대호가 살고 있는 마.. 2017. 6. 5.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구경-LG G6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구경 서울 나들이를 할 때면 늘 보게 되는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 올라갔다. 뾰족하고 위쪽 끝이 갈라져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두 개의 탑'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열한번째로 높은 건물이라고 하니 대단하긴 하다. 건물 높이가 무려 555미터니까 어지간한 산의 높이만큼이나 된다. 하지만 이 건물은 처음 짓기 전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이 건물이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비행장이 있는데, 그 비행장의 각도까지 바꿔가면서 건축허가를 내 준 것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건물이 올라가면서도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고, 근처 도로가 내려앉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이 근처의 땅이 예전에는 본디 한강이 흐르던 곳을 매립한 .. 2017. 6. 4.
[영화] 특별시민 [영화] 특별시민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선거를 소재로한 영화.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늘 그렇듯 탁월하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시장의 선거운동을 그린 영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게 되는데, 그것은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에 더 쉽거나 빠른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모르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의회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는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차지한 다음, 그 힘으로 무언가.. 2017. 6. 2.
<정보> 매실을 어떻게 먹을까 매실을 어떻게 먹을까매실을 발효액으로 담가 먹는 것은 퍽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매실을 먹기도 하지만, 효소로 만든다는 것은 '발효'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매실 액기스'라고 하는 건, 매실과 설탕을 1대1로 섞어 약 100일을 발효하면 액기스가 생기고, 그 액기스를 물에 타 마시거나, 원액을 천연양념으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매실은 과육을 벗겨 장아찌로 먹기도 하고, 매실 씨는 베개 속에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루 쓰임이 많은 매실을 담그는 방법은 거의 천편일률인데, 아마 아래와 같은 방식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합니다.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말린다. 2. 꼭지를 뗀다-이쑤시개를 쓰거나 바늘을 쓴다. 3. 잘 마른 매실에 소주를 스프레이 한다. 스프레이 건에 소주를 넣고 매실 위에 .. 2017. 5. 29.
[영화] 지렁이 [영화] 지렁이 문제는, 한국의 현실이 이 영화보다도 더 참담하고 잔혹하다는 것이다. 픽션이 논픽션의 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비극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많은 성범죄 사건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가난, 장애인 문제까지 함축되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혈압이 꾸준히 상승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장애가 있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와 성악에 재능이 있는 딸, 두 사람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딸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어떻게든 딸을 위해 모든 노력과 애정을 다하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평범한 가장이다. 딸은 가난하지만 주.. 2017. 5. 28.
[영화] 어느 날 [영화] 어느 날 나중에 알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이윤기 감독의 첫 작품이 '여자, 정혜'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그리고 '멋진 하루' 역시 꽤 괜찮은 작품이었는데, 이윤기 감독의 일관된 흐름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연출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외로운 남자와 교차 편집되는 장례식 모습. 이것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남자 주인공이 놓여 있는 현실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남자의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아내가 죽고,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한 여성의 보험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면서 관객은 주인공 강수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 보게 된다. 뇌사상태에 빠진 미소를 보면서 합의를 강.. 2017. 5. 28.
[영화] 특파원 [영화] 특파원 넷플릭스 리메이크 영화. 원작은 프랑스에서 2009년에 만든 '특파원'.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락한 언론의 속물 근성을 비판한 영화. 앞부분은 조금 지루하게 흘러가다가 중간부터 조금씩 재미있다. 뉴욕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능력은 있지만 적당히 사기도 치면서 불평 불만에 가득한 나날을 살아간다. 방송국에서도 말썽꾸러기로 찍혀 머지않아 해고될 처지에 놓인 주인공은 남미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취재하러 가라는 편집장의 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떠나는데, 함께 가던 엔지니어 친구-아내와 줄곧 불화를 겪고 있는-가 아내에게 보낼 편지를 버리려다 여권과 비행기표를 바꿔서 버리는 바람에 남미로 떠나지 못하고 방송국 근처 단골 음식점으로 숨어들면서 이야기는 본격 시작한다. 음식점.. 2017. 5. 28.
문자 폭탄? 문자 참여 민주주의! 문자 폭탄? 문자 참여 민주주의! 어떤 단어를 선택할 때, 그 단어가 갖는 프레임은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 '초원복국집 선거개입사건'이 '초원복국집 도청사건'으로 바뀐 것과, '국정농단 사건'이 '청외대 문건유출사건'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바로 이 '프레임'을 반전시킬 수 있는 똑똑하고 권력을 가진 놈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분기점이 될 만큼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매우 특징 있는 사건은 바로 문자 참여 민주주의다. 권력을 가진 자들-주로 국회의원-들은 이 현상을 두고 '문자 폭탄'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권력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표현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문자 폭탄'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권력자의 언어이며, .. 2017. 5. 27.
노무현 대통령님께 노무현 대통령님께 믿고 싶지 않습니다. 믿을 수도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했다는 말을 23일 아침,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당연히, 루머라고 생각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제가 살고 있는 양평군의 군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했습니다. 돌아가신 것을 믿지 않고, 마음에서도 떠나 보낼 수 없는 분이었지만, 더 늦으면 조문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사흘, 인터넷에서, 거리에서 많은 시민들이, 네티즌들이 한 마음으로 마음 아파하고, 깊이 슬퍼하며 눈물 흘리고, 가슴을 치는 것을 보며, 먹먹한 마음으로 바라만 봤습니다. 글을 쓸 수도 없었고, 음악도 들을 수 없었고, 웃을 수는 더욱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2017. 5. 23.
[영화] 겟 아웃 [영화] 겟 아웃 미국 노예제 사회에 대한 공포와 야만을 패러디한 영화. 미국의 백인사회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옛날의 노예제 사회를 그리워 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노예제 사회에서 백인들이 누리던 부귀영화와 권력은 달콤하고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더 이상 고전적 의미의 '노예'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백인들은 여전히 그 옛날의 향수에 젖어 노예제 사회로 회귀하기를 꿈꾼다. 흑인을 납치해 뇌수술을 해서 살아 있는 인형으로 만들어 노예로 부리겠다는 백인들의 끔찍한 계획은 성공한다. 젊은 여성이 흑인을 꼬여서 집으로 데려오고, 최면을 걸어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뇌수술을 통해 백인의 아바타가 되도록 만든다는 이 설정은 터무니없지만, 끔찍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화.. 2017. 5. 18.
[영화] 고스트 인 더 쉘 [영화] 고스트 인 더 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다시 만든 이유가 뭘까? 원작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을까?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한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 감독의 의도는 원작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일테지만,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올드보이'가 원작 만화보다 훨씬 잘 만든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는데, 만화가 원작인 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그나마 비교가 덜 되므로 상대적 비판이 적은데, 같은 매체인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것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더 높다. 같은 예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미국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크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영화의 완성도도 떨어지고, 흥행도 실패했는데, 자기 영화를 만들던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 2017. 5. 18.
공기가 다르다 공기가 다르다 5월 9일과 10일 사이에 세상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숨쉬는 공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10년 전부터 엊그제인 5월 9일까지 이 나라는 정치적으로 질식할 것 같은 공기였다. 총체적 무능과 부패가 만연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세상이었는데, 어제부터는 공기가 싹 바뀌어서 왠지 상쾌하다. 우리의 일상을 내리누르는 무겁고 답답한 공기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내뿜는 타락한 오염의 공기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취하고,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권력자들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왔다. 다행히도 지난 연말 대통령과 그 측근의 비리가 드러나고, 촛불시민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모.. 2017. 5. 11.
거시와 미시 거시와 미시 오래 전, 중학과정의 미술시간에 무뚝뚝하고 날카로웠던 미술선생이 '미시미'와 '거시미'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개념이지만, 열 네살의 어린 나이에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신기하고 놀라웠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최근 어떤 페미니스트의 글을 읽으면서 여성운동 진영에서도 '극좌' 편향을 가진 전투적 페미니스트들이 보여주는 비판의 일반화 오류를 발견하고, 그것을 나에게 적용해 보았다. 내가 전투적 페미니즘에서 불편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내가 남성이고, '원죄적 기득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홍준표가 자서전에서 밝힌 것처럼, 여성 모르게 돼지흥분제를 술에 타 먹여 성추행, 성폭행을 .. 2017. 5. 11.
[영화] 퍼스널 쇼퍼 [영화] 퍼스널 쇼퍼 영화를 보고 든 첫 느낌은, 이 영화의 분위기가 카프카의 소설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불분명함, 불투명함, 몽환적인 분위기, 깨어 있는 것도 잠든 것도 아닌 상태, 현실과 환상이 뭉뚱그려져 뒤섞인 애매함 등등 영화 속 이미지는 그렇게 카프카적이었다. 주인공 모린은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지만 자신을 영매라고 믿고 있고, 유명 인물의 패션을 도와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옷을 입어 볼 기회가 없는 가난한 노동자에 불과하다. 이렇게 명백히 다른 두 영역에 걸쳐 있는 모린의 자의식은 불안정하고 혼란하다. 여기에 이란성 쌍동이 오빠의 죽음으로 그가 받은 충격은 밖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충격파가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모린의 가족이 .. 2017. 5. 7.
[영화] 골드 [영화] 골드 매튜 맥커너희가 선택한 영화는 최근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고 있는데, 이 영화는 꽤 재미있지만 흥행에서는 좋은 편이 아니었나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데, 실화와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실제로는 캐나다의 작은 채굴회사였고, 이 채굴회사는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로 작정하고 인도네시아에서 금을 채굴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가업으로 내려오는 작은 채굴회사를 운영하는 케니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만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지질학자 마이클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동업 계약을 하고 케니는 투자자를 모으고, 마이클은 금맥을 찾기 위한 기술적인 운영을 맡는다. 악전고투 끝에 금맥을 찾고, 이들의 회사는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는다. 하지.. 2017. 5. 6.
[영화] 프리즌 [영화] 프리즌 오랜만에 악역을 맡은 한석규와 상대역으로 나오는 김래원의 연기가 볼만 하다. 범죄자들이 감옥 안에서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에게 일정한 뇌물을 주며 마치 부하를 부리듯 지배하고, 청부범죄를 저지르고, 감옥 안에서 조직을 키우고, 부를 축적한다는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다. 범죄자들이 정부 기관인 교도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진 돈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돈에 매수되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처럼 전도된 현상은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권력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자들이 한국에는 종종 있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썩었기 때문에, 주.. 2017. 5. 6.
3년 발효숙성한 매실액 내리다 3년 발효숙성한 매실액 내리다 해마다 5월이면 3년동안 발효숙성한 매실발효액을 내린다. 오늘도 날을 잡아서 가족이 다함께 힘을 모아 매실발효액을 내렸다.오늘 내릴 매실항아리는 모두 열 개로, 매실의 무게로는 200kg이다. 항아리 한 개의 용량은 30리터짜리여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매실액을 내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먼저, 매실발효액을 담을 작은 플라스틱 병을 물로 세척해서 말려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인터넷에서 신중하게 고른 것으로, 350, 500, 750, 1000밀리리터로 구분해 주문했다. 처음에는 500밀리미터 한 가지만 사용했는데, 매실액의 양이 많아지면서 한 가지보다는 몇 가지 용량으로 나눠 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집에 있는 커다란 대야가 하나 밖에 없어서 마을회.. 2017. 5. 2.
한국 노동운동의 참담한 실패 한국 노동운동의 참담한 실패 최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리하는 데 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아자동차 전체 노동자의 약 9%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제 노동자의 노동자로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에서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이런 투표와 그 결과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징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법'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말은 사기와 기만, 부패와 비리로 가득한 수구 정당의 대변인이나 할 수 있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소위 민주노총이라는 곳에서도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노동운동이 언제부터 '합법'의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노동운동이 단 한번도 올바르게 꽃피운 적이 .. 2017. 4. 29.
양평 용문산 산나물 축제 양평 용문산 산나물 축제 해마다 봄이 되면 양평 용문사 입구에서는 '산나물 축제'가 열린다. 이 행사는 양평에서 열리는 십 여 개의 축제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최대의 축제 행사다. 산나물이 막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양평의 각 읍면에서는 자기들의 고장에서 나오는 산나물을 캐어 이곳에 모여 축제를 연다.용문사 입구 주차장부터 용문사 절 입구까지 수많은 천막들이 늘어서 있고, 지역의 산나물은 물론이고 양평에서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거의 모두 나와서 자신들이 만든 농산가공식품을 판매한다.주차장에서 매표소로 올라가는 길에 축제 참가 부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금요일 한낮이어서 조금 한가해 보이지만 주말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내가 사는 서종면도 당연히 참가 했고.. 2017. 4. 28.
화사한 봄날의 유명산 화사한 봄날의 산행 오늘 수요산행 모임에서 간 곳은 집에서 가까운 유명산. 이제 대여섯 번쯤 올라서인지 그리 힘들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산을 오를 수 있는 여러 방향의 코스로도 다 올랐다. 오늘은 '서너치 고개'에서 올랐는데, 이곳이 가장 무난한 코스라고 생각한다.서너치 고개에서 출발하면 처음에는 약간 비탈이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완만한 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은 곧바로 소구니산으로 이어진다. 소구니산은 800미터로, 그 자체로도 하나의 봉우리지만 유명산에 치여서 거의 산봉우리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소구니산에서는 유명산이 바로 보이는데, 비탈이 가파른 곳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해서 힘이 조금 드는 곳이다. 그래도 거리가 짧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오늘은 날씨가 퍽 맑.. 2017.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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