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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 이야기 제목 : 홍이 이야기 작가 : 박건웅 출판 : 새만화책 박건웅의 만화는 무겁다. 아니,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다. 그 무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건웅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채색의 굵은 선은 언듯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서는 늘 무겁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들 - 제주 4.3 항쟁, 한국 전쟁, 이념적 인간형 등 - 이 모두 무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화의 한 컷, 한 컷이 마치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였고, 짧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로, 본문이 불과 36쪽에 불과하.. 2022. 11. 27.
경성을 쏘다 제목 : 경성을 쏘다 작가 : 박건웅 출판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은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였다. 올해는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정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립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널리 알렸다. 극히 일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교육하고, 강조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기에 일본놈들에게 억압, 차별, 수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유대인을 보라. 그들은 아우슈비츠로 상징하는 대학살의 기억을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유대인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영화, 소설, 만화 등 대중이 쉽게 .. 2022. 11. 27.
자꾸 생각나 제목 : 자꾸 생각나 작가 : 송아람 출판 : 미메시스 미메시스의 그래픽 노블.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화가 예전과는 다른 갈래가 나왔다는 것을 말한다. 만화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며 창작물이지만, 그동안은 수준이 낮은 장르로 여겨왔다. 이것은 만화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소설도 흔히 삼류소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준이 낮은 모든 창작물은 비주류로 묶여 천대받아왔다. 그러던 만화가 언젠가부터 '그래픽 노블'로 분류되면서 당당하게 고급한 예술작품으로 팔리고 있다. 같은 만화임에 분명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본소 만화'나 '공장 만화'가 아니라 '작가주의' 만화를 지향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픽 노블은 특히 유럽에서 창작이 활발하다.. 2022. 11. 27.
평등은 개뿔 제목 : 평등은 개뿔 작가 : 신혜원, 이은홍 출판 : 사계절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이 '만화책'이 페미니즘 교과서로 채택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 '만화책'으로 기초, 기본수업하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은 요즘 페미니즘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교재가 부족할 걱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리뷰하기 위해서 책을 따로 인용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 책에 얼마나 공감하는가를 잘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작가 두 사람은 나와 같은 세대-몇 살 적다-를 살아온 사람이어서 내가 페미니즘을 배운 경로와 경험이 두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봐도 좋겠다. 작가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진보적 삶을 살고 있었고, 한국사회에서는 .. 2022. 11. 27.
와이 아트? 제목 : 와이 아트? 작가 : 엘리너 데이비스 출판 : 밝은세상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는 그래픽노블이다. 제목부터 독자에게 질문한다. '왜 예술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도 아니고, '왜 예술인가?'라고 묻는데, 독자는 당연히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미셀 푸코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두고 작은 제목으로 작은 책 한 권 분량의 비평을 썼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파이프 그림 아래 필기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 있는데, 그림보다 이 글씨가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푸코도 그림으로의 '파이프'보다는 텍스트로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텍스트는 이미지 기호로 작동하는가.. 2022. 11. 27.
정신병동 이야기 정신병동 이야기 작가는 정신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만화를 그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종류의 정신병이 비슷하지만 다 다르고, 복잡한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신병'의 공통점은 모두 '뇌'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뇌에 관한 생물학, 유전학적 분석은 깊지 않지만, 상식으로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꽤 도움이 되겠다.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약 700만년)에 걸쳐 느리게 진화하다 지금부터 약 20만년 전부터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공생하던 시기에 인류는 서서히 수렵 채취에서 정착, 농경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육식의 비율이 높아지고, 불을 이용한 화식이 늘면서 인류의 육체는 커지고 뇌 발달도 빠.. 2022. 11. 27.
소년의 마음 소년의 마음 소복이의 그림과 글을 퍽 좋아하는 나는, 소복이가 그린 책을 찾아 읽는다. 이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소년의 마음에 감정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나도 소년처럼 울었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시절, 부모의 불화 속에서 늘 우울하고 외롭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때로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더 많이 혼자 철둑길의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에게 집과 부모는 세계의 모든 것이고, 절대적이었는데, 그 세계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온 존재가 불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복이는 이런 어린 소년의 마음을 잘 읽고 그려내고 있다. 소년은 슬프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을 귀여워하고 사랑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를 그리.. 2022. 11. 27.
풀 - 김금숙 제목 : 풀 작가 : 김금숙 출판 : 보리 김금숙 작가 작품. 그래픽노블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렇게 과거의 기록을 남길 때다. 구술사의 경우,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구술자의 말을 글로 기록하게 되는데, 기록의 생생함을 글로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글은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복원되지만, 독자의 상상은 독자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인해 제한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래픽노블처럼 글과 그림이 동시에 독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독자의 상상력을 확대하고, 고증의 완벽성이 관건이긴 하지만 독자의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글만 읽을 때의 어려움을 그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가독성을 높이고, 내용의 이해를 도우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노블을 단순히 만화라고만 생각하면 .. 2022. 11. 27.
아버지의 노래 아버지의 노래 김금숙 작가 작품.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태어난 1970년의 농촌 마을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지배하던 시기였지만 전통적으로 조선의 농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시골이다. 농촌 마을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를 겪고, 곧 이어 전쟁까지 겪으면서 격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농업의 근간을 잃지 않은 뿌리깊은 전통을 유지하는 곳이다. 그런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농사를 하는 부모님과 아홉 형제의 막내로 자란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가족 사이에서 자란 것을 작가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짓던 부모가 농사를 포기하고 서울로 이주하기로 작정한 것은, 70년대의 커다란 흐름과 관계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 이후 경공업의 활성화와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을.. 2022. 11. 27.
홀리랜드 홀리랜드 코우지 모리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한국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열여덟 권으로 완간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개성이 있고, 일본 주류 만화와 다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히트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걸로 안다. 이 만화를 그린 코우지 모리가 한동안 방황하면서 겪었던 사건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꽤 생생한 느낌이 드는 '거리의 싸움꾼' 만화다. 주인공은 카미시로 유우라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중학교 때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학교도 자주 가지 않고, 집에서도 가족과 대화하지 않으며 방안에서만 지내던 히키코모리였다. 그러던 그가 '아프지 않게 맞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 복싱 교본을 보고 따라하기를 하면서였다. 그.. 2022. 11. 27.
자살도 자살도 '홀리랜드'의 작가 코우지 모리의 작품. 열일곱 권으로 완간. 한국에서는 '아일랜드'로 번역 출판. 전작인 '홀리랜드'도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과 배경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사회에서 일탈된 '비정상'의 인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 개개인이 비정상이라는 뜻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발생하고, '홀리랜드'나 이 만화의 주인공들도 사회의 경쟁과 구조 속에서 발생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홀리랜드'에서는 주로 학교의 불량배들과 따돌림과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등장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 '불량배'들은 도태된 인간들을 말한다. 학교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만드는 곳이고,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불량품'이라고 낙인찍힌다. 즉, 청소년들 각.. 2022. 11. 27.
3그램 3그램 미메시스 그래픽 노블. 작가가 경험한 암 투병기를 그리고 있다. 20대 여성으로 난소암을 발견하고 투병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말한다. 물론 정작 작가는 그 시기를 결코 담담하게 보낼 수는 없었겠지만,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만화를 보는 독자는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암투병과 관련해 감동적인 만화는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를 들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만화는 상대적으로 담담하고 편안하다. 작가가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암이라는 병은 여전히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다. 주인공은 퍽 운이 좋아서 암이 3기였지만 전이가 안 된 상태로 수술을 할 수 있었고, 현대의학이 암을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 수준으로 낮추는.. 2022. 11. 27.
스트리트 페인터 스트리트 페인터 [3그램]의 작가인 수신지 작가의 작품.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림체가 동글동글 귀엽다. [3그램]도 그렇고 이 만화도 표지만 봤을 때는 외국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 작가라는 걸 알았다. 거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만화에도 그런 천태만상이 드러나지만, 사람은 많은 경우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 때문에 사회는 흙탕물이 된다. 옛말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을 흐린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기적이고,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살핀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이.. 2022. 11. 27.
유료 서비스 유료 서비스 이 만화는 '성매매'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선진국인 캐나다에서는 이런 '성매매'가 많은 부분 합법이어서 우리 사회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성매매'는 남성이나 여성-거의 대부분은 여성-의 성착취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합리화할 수 없다. 작가이자 이 만화의 주인공인 채스터 브라운의 주장대로 '성매매의 합법화', '성매매의 자유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성을 파는 사람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작가의 발상은 순진한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성매매'를 하기 시작한 것은 섹스 없이 한 집에서 살던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자친구가 같은 집에서 동거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낀 이후였다. 작가의 동료들이 .. 2022. 11. 27.
빨간 풍선 빨간 풍선 작가는 '빨간 풍선'이라고 써 놓고, 영어 제목은 'The Purple Balloon'이라고 썼다. 의도한 것일까? 이 작품집에 들어 있는 내용은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고,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쉽게 잊어버리기는 어려운, 삶의 찌꺼기, 잔해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만화가는 소설가가 갖지 못한 위대한 장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글로만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지만, 만화가는 소설가의 글솜씨와 그보다 더 멋진 그림으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구축하기 때문에, 내게 만화가는 소설가보다 더 위대한 존재다. 내가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이유는,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표현하고, 공감을 얻는 창작을 하기 때문이다. 단지 소설만이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심.. 2022. 11. 27.
어덜트 파크 어덜트 파크 오영진은 그림도 우스꽝스럽고 대중적이지 않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보이는 만화가다. 그가 예전에 그렸던 만화들도 '평양프로젝트' '남쪽손님' 같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야기를 그렸는데, 대중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워도 그가 그리는 만화가 의미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만화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몇 개의 복선을 깔고 있다. 주인공 용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삶과 친구들의 삶,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회사 동료인 준호의 또 다른 이야기, 후배인 강모의 집착, '어덜트 파크'에서 만난 대화하는 로봇의 이야기 등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주인공이 배터리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 2022. 11. 27.
도바리 도바리 1980년을 배경으로 주인공 대학생이 경찰에 쫓기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수배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운동권 대학생'을 이 책의 제목처럼 '도바리'라고 했다. 물론 운동권 대학생 뿐 아니라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수배자가 되었고, 잡히지 않으려 '도바리'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때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었는데,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이 공식 인정된 명칭이지만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학살을 저지르던 그때는 '광주사태'라고 했다. 모든 언론에서는 광주에 무장간첩이 내려와 시민을 학살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뉴스를 퍼뜨렸다.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 2022. 11. 27.
피부색깔 꿀색 피부색깔 꿀색 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 이 만화를 그린 주인공 전정식은 다섯 살 때 고아원에서 스웨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 과장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가능한 있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지금도 어린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나라이고, 외국의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한국에 알려지고 있다. 입양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입양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내가 잘 모르고 있거나) 입양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소수 가운데서도 소수의 문제라 사회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어쩌다 외국에서 입양아로 성장한 사람이 유명해지는 경우는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 2022. 11. 27.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한 권의 만화로 팔레스타인의 삶을 이렇게 깊이 있고 절절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소설이나 논문, 사회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독자를 끌어당기기 어려운 심각하고 진지한 현실을 객관으로 바라보면서도 고통, 슬픔, 분노, 웃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공감을 얻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수구반동 집단이 집회를 할 때 미국국기와 이스라엘국기를 들고 나타난다. 이들은 특정한 종교를 교조주의적으로 신봉하는 미개한 존재들인데, 이스라엘이 '반기독교'라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 무지하고 멍청한 인간들의 집단이라고 봐도 좋다. 하여간, 그런 이스라엘이 제2('이'라고 읽으면 안 되고, '투'라고 읽어야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차 세계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유럽의 비호, 특.. 2022. 11. 27.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박건웅은 작품은 대개 충격적이고 놀라운 작품들이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시사만평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현대사의 핵심만을 다루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게다가 박건웅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그의 그림과 표현 방식은 많은 경우 판화적 표현 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흑백 판화는 표현의 강렬함과 함께 이미지가 드러내는 상징성이 탁월한 기법이다. 흑백 그림은 박건웅의 작품에서 특히 '흑과 백' 즉 '선과 악'의 구도이자 '적과 아군'을 상징하며, '생과 사'를 드러내는가 하면,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게 하고, '지옥과 천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흑백 그림은 잔혹하고 처참한 사실적 묘사를 지우는 대.. 2022. 11. 27.
선생님의 가방 선생님의 가방 세미콜론에서 나온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원작 소설을 만화로 그렸다. 원작 소설가는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작가로 1958년생인데, 이 만화의 원작인 '선생님의 가방'은 2001년에 발표되었다. 이 만화는 말하자면, 소설의 그림판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원작과 똑같지는 않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다니구치 지로는 말한다. 일본 현대소설의 특징인 '사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소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30대 후반의 여성이 갖고 있는 감성을 읽을 수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감성임에는 분명하다. 주인공 쓰키코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남자들과 연애를 하지만 곧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우연히 선술집에서 고등학교 때.. 2022. 11. 27.
산 1-18권 완간 - 이시즈카 신이치 산 1-18권 완간 - 이시즈카 신이치 일본 만화가 이시즈카 신이치의 작품. 모두 18권 단행본 출간으로 완성되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만화를 그린 작가 이시즈카 신이치는 미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으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미국 유학 중에 했다고 한다. '그래픽 노블'의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진지하고 깊이 있는 내용이다.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대개 산을 찾은 사람들이 조난을 당하고, 주인공 시마자키 산포를 비롯한 산악구조대들이 이들 조난자를 구출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짧은 에피소드에도 조난자들의 기구하거나 감동적인 사연들이 담겨 있어서 단순히 재미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작품 속 주인공 시마자키 산포는 매우 독특한 경력의 인물로, .. 2022. 11. 24.
영순이 내 사랑 제목 : 영순이 내 사랑 작가 : 권용득 출판 : 새만화책 영순이는 남자다. 게다가 무섭게 생겼다. 게다가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하다. 그의 친구는 미국이다. 미국이는 혼혈이고 기타를 잘 친다. 좋아하던 여자 정자는 미국이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월세는 밀리고, 돈을 벌 방법은 모르겠고, 세상은 답답하다. 죽는 것 조차 한심하다. 맨주먹에 열정 뿐인 젊은이들은 세상과 맞서 싸우려 하지만, 그 대상은 모호하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열심히 살려고, 뇌물까지 줘가며 애를 쓰지만 돌아오는 것 사기와 비웃음뿐. 청춘이 아름답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이지만 진짜라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더 비참하니까. 권용득의 첫 장편 만화인 이 작품은 제작지원금을 받아 .. 2022. 11. 24.
예쁜 여자 제목 : 예쁜 여자 작가 : 권용득 출판 : 미메시스 권용득의 만화는 처음이다. 너무 늦게 만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래서 더 반갑다. 만화를 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 같다. 세밀한 묘사와 감정의 선을 그려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순간, 영화감독 홍상수와 그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권용득 작가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만화와 영화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니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홍상수의 영화를 만화로 그린다면 권용득의 만화가 되고, 권용득의 만화를 영화로 만들면 홍상수의 작품이 된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대화, 어색하고 기분 나쁜 상황에서 대처하는 모습, 소심함과 비겁함 따위의 사사로운 감정 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민낯의 얼굴이 많이 닮았다. 짧은 단편들은 모두 작가의 .. 2022. 11. 24.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만화책이지만,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이 괴로울 정도로, 이 만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정면에서 그리고 있다. 우리는 중동의 역사에 대해 많은 부분 무지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과 우리의 접점이 약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너무 심하게 미국과 유럽 쪽 역사에 편향된 교육만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동 뿐이랴. 아프리카의 역사는 어떤가. 우리가 수단이나 나미비아, 탄자니아 같은 나라들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강자의 역사, 승리한 자의 기록, 편향과 왜곡으로 점철된 역사일 뿐임을 새삼 깨닫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역사를 말할 때도 우리는 미국의 '백인'들이 기록한 역사를 읽고, 판단한다. 미국인-주로 백인.. 2022. 11. 24.
죽도 사무라이 제목 : 죽도 사무라이 작가 : 마츠모토 타이요(松本大洋)/에이후쿠 잇세이(永福一成) 출판 : 애니북스 모두 여덟 권으로 된 장편 만화. 그동안 출간했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과는 또 다른, 새로운 형식미를 보여주는 시대극화. 작품의 완결성은 물론, 절묘한 선과 연출로 만화의 미학을 한단계 높였다. 일본이 '만화의 나라'로 불릴만큼 형식가 내용에서 다양한 작품과 작가가 존재하고, 일본만화가 세계 만화계와 작가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걸 감한하면, 일본 만화시장의 다양성은 퍽 부럽다. 그 가운데서도 마츠모토 타이요는 특별한 존재다. 그의 손을 거쳐 나오는 작품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도, 마츠모토 타이요의 시각은 여느 작가들과 확실하게 다르고, 독특하며, 놀랍다. 그가 '.. 2022. 11. 24.
지슬 - 김금숙 제목 : 지슬 작가 : 김금숙 출판 : 서해문집 이 작품은 오멸 감독의 작품인 영화 '지슬 2'의 내용을 그래픽노블로 창작한 것이다.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영화와 만화는 느낌이 다르다. 먼저, 김금숙의 그림은 거친 붓을 사용한 형식미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강렬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투쟁 가운데서 죄 없는 제주의 가난한 백성들이 총칼로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과정이 김금숙의 그림을 통해 필연적으로 융합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하기 어렵다. 예전에 어린이 잡지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에 '꼬갱이'를 연재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 그림과 이 작품의 그림이 같은 작가의 것인줄은 몰랐다. 김금숙과 같은 작가가 한국 만화계에 등장한 것은 만화계의 축복이자, 독자에게는 가뭄의 단.. 2022. 11. 24.
홍이 이야기 - 박건웅 제목 : 홍이 이야기 작가 : 박건웅 출판 : 새만화책 박건웅의 만화는 무겁다. 아니,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다. 그 무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건웅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채색의 굵은 선은 언듯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서는 늘 무겁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들 - 제주 4.3 항쟁, 한국 전쟁, 이념적 인간형 등 - 이 모두 무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화의 한 컷, 한 컷이 마치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였고, 짧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로, 본문이 불과 36쪽에 불과하.. 2022. 11. 24.
봄꽃도 한 때 제목 : 봄꽃도 한 때 작가 : 심흥아, 서윤아, 박문영, 이지나, 노영미 심흥아 작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한국 단편소설을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집이다. 이 책의 소개 내용을 보자. 인간의 청춘의 면면들은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반복된다는 것을 나타내 보자는 것이 이 작품집의 최초의 아이디어이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동인의 「배따라기」, 박태원의 「피로」 그리고 윤동주의 「병원」, 현대 문학의 기점이 되었던 이 작품들의 심상을 다섯 명의 만화가들이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단편 만화로 엮었다. 원작을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현대적 시점에서 재해석 한 것이다. 즉 만화 작가의 독창적인 창작과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었다는 뜻이다. 이 작품집의 .. 2022. 11. 24.
우리, 선화 - 심흥아 우리, 선화 - 심흥아 심흥아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첫 번째 작품에 이 정도 뛰어난 수준이라면, 작가의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글솜씨 또한 탁월하다. 작가주의 만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톤'을 쓰지 않거나 적게 쓰는 것인데, 심흥아 작가의 작품에서도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 '톤'을 쓰되 그림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정도로만 사용했다. 또한 톤을 한 가지만 사용하고 있고, 명암을 표현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에 관한 소개를 보자. 일란성 쌍둥이 자매이지만 속은 다른 봉선화와 봉우리,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놀림을 받을 만큼 나이 드신 아빠, 이렇게 세 사람이 봉씨네 식구이다. 창문이 있고, 장마에 물 들어올 걱정 없고, 세탁기를 놓을 정도 크기의 화장실이 있..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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