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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그램 - 심흥아 제목 : 카페 그램 작가 : 심흥아 출판 : 새만화책 '새만화책'에서 나온 만화다. 심흥아는 차분하다. 그의 그림도, 글도, 말투도 담백하고 담담하다. 이 책은 작가가 언니와 함께 '한예종'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위해 무려 삼수나 했지만, 결국 그는 한예종에 입학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에게 컴플렉스로 작용할까? 아니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작가와 작가의 언니가 카페를 차리는 과정부터, 카페를 운영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약 3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변에 카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만에 약 10개 정도의 카페가 생기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그다지 깨끗하지 않게 카페 문을 닫아야 했던 -.. 2022. 11. 24.
여행 - 에드몽 보두앵 제목 : 여행 작가 : 에드몽 보두앵 출판 : 새만화책 '새만화책'에서 펴낸 작품. '새만화책'은 나에게는 '로망'이다. 꿈을 꾸지만 이룰 수 없는, 영원한 신기루와 같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고, 무엇보다 만화를 그리고 싶지만, 그것은 그저 소망이고, 욕망일 뿐, 현실은 다르다. 만화를 그릴 능력이 없어서 만화를 좀 더 깊이 읽었고, 만화비평을 하게 되었다. '새만화책'에서 나오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글과 그림은 결코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학'의 범주에는 활자만 속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길가메시' 이후 문학은 '문자'로만 형상화되었다. 고대는 물론, 근대까지도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지식인이었고, 지배계급에 속했음을 생각한다면, '문자'를 다루는 행위는 극소수 지.. 2022. 11. 24.
쥐 - 아트 슈피겔만 제목 : 쥐 작가 : 아트 슈피겔만 출판 : 아름드리미디어 이 만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태인이 겪은 비참한 상황을 ‘만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는 폴란드에 살던 유태인으로 그의 가족, 그의 아내와 아내의 가족이 겪은 비극에 대해 구술한다. 수십명의 가족, 친척들이 모두 죽고 결국 극소수의 형제와 부부만 살아남은 가운데 노년을 미국에서 보내는 유태인의 삶에 대해서도 현실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 만화를 13년 동안 꾸준히 준비하며 그렸고, 이 책으로 퓰리처상과 구겐하임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그래픽노블의 역사에서도 선구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가 역시 전위적이고 진보적인 만화를 그리는데 앞장 선 인물이다. 이 만화의 특징을 몇 개의 주제로 분석했다. 먼저 줄거리를 요약했다... 2022. 11. 24.
블랙 에코 - 해리보슈 시리즈 1 블랙 에코 - 해리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의 장편 데뷔작. 이 작품에 대한 상찬은 다른 곳에서도 많으니, 읽으면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로스엔젤레스 경찰국 소속 형사 '해리 보슈'는 불우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엄마는 매춘부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거리에서 강간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죽는다. 이후 해리는 위탁가정에서 지내며 불우한 청소년 시기를 거쳐 베트남 파병 군인이 된다.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와 경찰이 되었고, 그는 형사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고, TV시리즈에 이름을 빌려주어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경찰청 본부에서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다. 이 작품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우연으.. 2022. 11. 24.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원작과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원작과 영화 수많은 영화가 소설 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과 만화는 영화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닌 예술 장르이고, 이미 검증된 서사의 깊이가 두텁게 펼쳐져 있어, 영화의 소재로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끊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좋은 영화는 순수한 창작이든,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든 훌륭하지만, 문학에서 가져 온 서사를 다듬는 것이 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원작을 직접 가져오지 않아도, 영화감독을 비롯한 제작자들은 이미 수많은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받기 마련이며, 이런 폭넓은 확장이 영화 예술의 외연과 철학을 단단하게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 그 자체만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가 어떤 .. 2022. 11. 24.
파인더스 키퍼스 - 스티븐 킹 파인더스 키퍼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을 읽을 독자에게 '미저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도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미저리'는 한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의 이야기다. 하지만 '미저리'와는 다르게 매우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시간과 공간이 40년을 뛰어넘으며 이어진다. '미저리'처럼 숨막히는 스릴은 없지만, 이야기의 결말로 숨가쁘게 달려가는 것은 비슷하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놓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다. 그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때 유명했던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다. 그는 세 편의 시리즈 소설을 출판했고, 성공했으며, 독자의 눈에서 사라졌다. 발표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훔치러 들어간 세 명의 도둑은 돈과 미발표 원고를 훔치고, 그 가운데 한 명이 다른 동료 두.. 2022. 11. 24.
리바이벌-스티븐 킹 리바이벌-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소설은 서사를 축적하는 힘이 대단하다. 이야기의 겹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린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던가. 등장인물들은 마치 실존하는 사람들처럼 살아 있다. 그들은 개성과 독특한 개성, 취미를 가졌으며 어린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동네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 지내며, 계절이 바뀌고, 무언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너무도 평온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의 인생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여섯 살, 제이미가 기억하는 찰스 목사의 가족 이야기가 그렇다. 이 소설에서 화자는 제이미지만, 실제.. 2022. 11. 24.
제0호 제0호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광고가 조금은 선정적이다. 이 소설은 나중에 쓰긴 했어도 이미 오래 전-[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발표한 이후-에 이미 소재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나 서점의 광고는 한결같이 '언론과 권력에 대한 풍자'라고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언론을 장악하고 총리가 되어 나라를 망가뜨린 베를루스코니와 그가 운영한 지저분하고 타락한 언론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움베르토 에코가 즐겨 사용하는 역사적 음모론이다. 소설의 시작도 그의 예전 작품들-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즉, 생존한 주인공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사건을 회상, 기록하는 것이다. .. 2022. 11. 24.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북유럽의 정서는 '요 네스뵈'의 장편소설과 같다고 생각하는 내게,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낯설다. 그의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해학적이며 해피엔딩이다. 요 네스뵈와 요나스 요나손의 거리는 마치 에베레스트와 동네 뒷산처럼 멀다. 높은 산을 오를 때는 폭풍우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쁨은 남다르다. 동네 뒷산은 언제나 편하게 오를 수 있지만, 몇 번 오르면 지겨워진다. 그런 차이가 이들 사이에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질리지 않는 이유는, 작가의 상상력을 독자가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오를 수 없는 산을 바라보는 것은 늘 경외감을 갖게 한다. 요 네스뵈도 비슷하다. 하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이미 두 권-'창문 너머... 2022. 11. 24.
기나긴 이별 기나긴 이별 모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는 시간은 마치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소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세계와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소설 뿐 아니라 인문학, 과학 책도 마찬가지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후기 장편소설 '기나긴 이별'은 그의 첫 장편 '빅 슬립'에 비해 훨씬 신파적이다. 필립 말로는 총 한 발 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만 한다. 그에게 있어 '긴 이별'은 좋아했던 친구일 수도, 좋아했던 여인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가 살아왔던 쓸쓸하고 우울했던 과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은, 지극히 남성적이면서 미국적이다. 그가 영국에서 꽤 오래 살았다고는 해도 주인공 필립 말로가 살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 2022. 11. 24.
암퇘지 암퇘지 프랑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데뷔작. 첫 작품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대화가 거의 없는 독백체라는 것과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방식이다. 한 여성이 점차 돼지로 변해간다는 줄거리인데, 인간이 동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꽤 많다. 늑대인간이 그렇고, 벌레로 변하거나, 심지어 진짜 돼지로 변하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경우도 있다. '붉은 돼지'에서도 주인공은 어느 순간 돼지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개인)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자의적인 선택(붉은 돼지)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카프카의 '변신') 어느날 갑자기 변하기 때문이다. 자의적인 선택일 경우라도 그것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적, 공간적 원인 때문이므로 .. 2022. 11. 24.
소설 대장정 소설 대장정 오랫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이 책(다섯권짜리다)을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 망설임없이 구입한 것은 출판사 이름 때문이었다. 중국공산당 홍군의 대장정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으므로 내심 대단할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책을 덮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다.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홍군의 대장정이고, 그 결과가 이미 알려져 있어 흥미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이 소설을 쓴 작가 웨이웨이는 중국 인민을 대상으로 창작을 했으므로 인민들이 '대장정'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 2022. 11. 24.
소송-프란츠 카프카 소송-프란츠 카프카 은행의 업무대리인 요제프K는 어느날 '체포 당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살아가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그는 소송을 해야 하고, 법정에도 출두해야 한다. 소송은 실체가 없지만, 그의 삶을 지배하고, 그는 삼촌의 소개로 변호사를 만나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법원의 판사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법원의 실체는 모호하고, 법정은 빈민촌의 다락방에 존재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구조가 역겹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송'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한다. 그리고 어느날,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 예전에 한 번 읽었고,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것을 다시 읽었다. 새삼 느낀 것은, 카.. 2022. 11. 24.
프란츠 카프카의 '성' 프란츠 카프카의 '성' 카프카의 소설은 난해하다, 어렵다, 이상하다, 기이하다, 등등의 평가를 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카프카의 소설은 현대 세계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재해석,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도 '한국카프카학회'가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도 카프카의 문학을 연구하는 '카프카학회'가 있으니, 이것만 봐도 학계에서나 문학분야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특별한 지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카프카학회'에서는 '솔출판사'와 함께 '카프카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카프카의 소설과 그의 일기, 편지 등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려 애썼지만, 그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 그의 생각을 .. 2022. 11. 24.
위대한 개츠비 - 열린책들 위대한 개츠비 - 열린책들 최근 페이스북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을 놓고 무수히 많은 주장과 반론들이 오갔다. 어떤 출판사(의 대표)가 예전부터 카뮈의 '이방인', '쌩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분란을 일으켰고, 이 책 '위대한 개츠비'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번역(과 번역자)를 부정하고, 자신(과 출판사)의 번역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과 편협함의 극치를 보이면서,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심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했다. 나는 그 출판사에서 펴낸 책은 읽지도 않았고(돈이 아까워서) 읽을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이미 '이방인'에서부터 보여주었던 번역자의 태도와 번역의 품질에 대해 심각한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나는 그들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에 출판사.. 2022. 11. 24.
러브 크래프트 전집 1-크툴루 신화 러브 크래프트 전집 1-크툴루 신화 오래 전부터 알았던 애드거 앨런 포와는 달리 러브 크래프트는 최근에야 알았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거의 다-한국에서 번역된 작품들-읽었지만, 정작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최근이었으니 공포와 호러문학에 관한 나의 관심 영역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최근 한국에 번역된 스티븐 킹의 소설 '리바이벌'을 비롯해 그의 많은 작품들이 러브 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심지어 러브 크래프트의 이 책 '크툴루 신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써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들은 미국 공포문학은 물론 세계 공포문학의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드거 앨런 포의 전집이 '우울과 몽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는데, 그의 소설.. 2022. 11. 24.
형제 - 위화 형제 - 위화 오랜만에 세 권짜리 장편소설을 읽었다. 위화의 소설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모옌'의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세 권의 소설 가운데 1권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인 위화가 이 시기에 어린이로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 속 주인공도 작가와 나이가 비슷하다. 문학혁명 시기부터 현대까지, 두 형제의 삶을 서로 다른 삶을 그리고 있는데, 소년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는 시기 즉 문화혁명이 끝나가는 시기까지가 이 소설의 백미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중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광두, 송강이 소년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이광두의 친아버지는 화장실에서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 똥통에 빠져 죽는다. 이는 루쉰이 늘 말해오던 '어리석은.. 2022. 11. 24.
인생 - 위화 인생 위화의 다른 작품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허삼관의 인생관을 자주 떠올리게 되고, 그의 삶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위하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무지랭이 백성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삶은 어떤 지식인보다 배울 점이 많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에서, 역사의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았던 근현대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중국 인민의 삶을 위화는 고통의 바다에서 유머의 배를 띄우는 것처럼 보여준다. 같은 작가로 모옌의 경우, 중국 인민의 삶을 웅장하고 거대한 중국의 역사와 대륙적 스케일로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보여준다. 마치 인민들이 영웅처럼 역사의 서사를 이루어나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2022. 11. 24.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난번 책모임에서 단편 한 두편을 읽고 나서, 요즘 며칠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틈틈히 다 읽었다. 책모임에서 읽은 단편들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은 대개 다 좋았지만, 읽으면서 울컥했던 작품은 '열'이었다. 작가의 삶을 대략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이상'의 삶을 알고 있을 때와 모를 때를 비교하면, 그의 작품에 관한 이해의 폭이 매우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듯이, 외국 작가라 해도, 그의 삶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작품을 읽거나, 아니면 작품을 읽고 나서라도 작가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레이먼드 카버가 미국의 '프란츠 카프카'라거나, '안톤 체.. 2022. 11. 24.
남편이 사라지고 나서-두 권의 소설에서 남편이 사라지고 나서-두 권의 소설에서 최근 읽은 소설 가운데 우연히 남편의 존재에 관한 내용을 다룬 작품 두 편을 읽었다. 미야모토 테루의 과 마리 다리외세크의 이 그것인데, 두 작품 모두 어떤 이유에서든 남편을 잃은 여성의 이야기다. '환상의 빛'은 책읽기 모임에서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작품인데, 20대 중반의 남편은 어느날 기차 선로 위를 걷다 기차에 치어죽는다. 남편의 죽음은 누가 봐도 명백한 자살이었고, 아내이자 주인공 유미코는 남편이 왜 자살했는지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 어린 아이를 둔 유미코는 남편이 죽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닷가 마을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살고 있는 남자와 재혼한다. 두 사람은 잘 지내지만 유미코는 죽은 전 남편의 '자살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2022. 11. 24.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해리건 씨의 전화기 크레이그는 아버지와 함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산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평범한 소년으로 자라지만, 그의 마음에 깊은 슬픔이 일렁이고 있다. 스티븐 킹은 어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줄곧 형과 엄마, 세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 소설에서는 엄마로 바꿨을 뿐, 그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레이그는 마을에 이사 온 엄청난 부자로 은퇴한 해리건 씨를 알게 되고, 그의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그동안 IT와 관련해 거의 언급한 적이 없는 스티븐 킹이 아이폰, 아마존을 비롯한 첨단 정보산업과 미국 투자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리건 씨가 은퇴하기 전 투자.. 2022. 11. 24.
별도 없는 한밤에-스티븐 킹 별도 없는 한밤에-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첫번째 탐정 추리소설이라고 광고한 를 읽고 나서 그의 중편집을 읽기 시작했다. 네 편의 중편이 들어 있는 이 소설집의 첫번째 작품은 . 충격과 공포, 스티븐 킹의 진짜 모습이 바로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가 '휴먼 다큐멘터리' 같은 것이라면, 는 스티븐 킹이 보여주었던 공포와 기괴함이 뒤섞인 그의 본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러브 크래프트'와 '애드가 앨런 포우'였다. 조금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 는 애드가 앨런 포우의 의 확장판 변주곡이었다. 러브 크래프트의 음울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포 분위기와 잔혹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애드가 앨런 포우의 소설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것이 바로 .. 2022. 11. 23.
미스터 메르세데스 미스터 메르세데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스티븐 킹을 매우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한글로 번역된 작품은 거의(약 90% 정도) 다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외부의 평가가 어떻든 내게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그건 스티븐 킹의 잘못이라기 보다-이 작품이 스티븐 킹의 얼굴에 똥칠을 할 정도는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이 책을 팔아먹으려는 출판사-미국과 한국-의 지나친 마케팅 때문이다. 물론 스티븐 킹도 출판사의 홍보문구처럼 '최초의 탐정추리소설'에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캐리'를 시작으로 단 한번의 실패 없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이었으니,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을테다.. 2022. 11. 23.
언더 더 돔 -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 스티븐 킹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호러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작품 가운데서 비교적 노멀한 수준과 내용의 소설이다. 1976년에 처음 구성했고, 집필을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2007년부터 다시 쓴 장편소설로 한글 번역본이 3권 1,600페이지나 되는 꽤 긴 소설이다. 그럼에도 소설은 술술 잘 읽힌다 등장인물이 많긴 하지만, 전체의 흐름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호흡이 길다보니 스티븐 킹 답지 않게 약간의 문제-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도 드러난다. 어느날, '체스터스밀' 마을을 뒤덮은 거대한 돔이 생긴다. 마을은 고립되고, 공포와 두려움과 긴장이 팽배하면서 내부의 분열과 균열이 발생한다. 독 안에 든 쥐가 된 상태일 때,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기독교 국가'라고 자타가.. 2022. 11. 23.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스티븐 킹 작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내려 놓기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9살 트리샤가 겪는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며칠을 헤매는 상황. 미국의 넓은 땅과 인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원시의 숲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두려움, 그리고 고작 아홉살짜리 여자 아이. 스티븐 킹의 입담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스티븐 킹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실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는 단지 '공포,호러문학'만 하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와 오빠-부모가 이혼을 해서 아빠는 다른 곳에 살고 있다-와 함께 산으로 트레킹을 하러 간 트리샤는 앞서가는 엄마와 오빠가 말다툼을 하는 것도 지겹고, 마침 오줌도 마려워서 길 옆으.. 2022. 11. 23.
스탠바이미 스탠바이미 스티븐 킹 작품. 영어 제목을 한글로 써 놓으니 이상하다. 원래 제목은 'body'. 스티븐 킹의 연작 사계 시리즈 가운데 '가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2살(한국 나이로는 14살-15살 정도) 나이의 소년 네 명이 겪는 한 가지 사건을 통해, 어릴 적 추억과 깊은 우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메인주의 외딴 시골, 인구도 고작 천 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 캐슬록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6학년 고든, 크리스, 테디, 번은 이제 곧 중학교에 진학하게 될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가난한 데다 저마다 집안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으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리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나무 위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그들의 기지로 삼아 날마다 그곳에서 모여 포커 게임을 하거나 철지난 잡지.. 2022. 11. 23.
리시 이야기 - 스티븐 킹 리시 이야기 - 스티븐 킹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소위 삼류 글쟁이라고 자처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의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특히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예외적으로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은 읽기도 하지만, 주로 찾아서 읽는 작품들은 대개 20년대, 30년대 작가들의 작품이다. 30년대와 70년대 작가들 가운데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고, 현대 작가들은 극소수만 읽고 있으니, 내 문학 정보나 지식도 그 정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건 지극히 편협한 내 문학적 편견임을 인정한다. 소위 '세계문학' 또는 '세계문학전집'이라고 하는 것들이 대형출판사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거의 '고전문학'이 대부분이고, 이제서야 외국의 현대문학이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2022. 11. 23.
11/22/63 11/22/63 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다. 12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사흘을 꼬박 이 책만 붙들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의 눈물이 솟았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인공 제이크는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다. 그는 아무리 슬퍼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슬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가까운 친구로 간이 식당을 하는 앨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알게 된다. 그 통로는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고, 1958년 9월 9일로만 들어갈 수 있으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과거의 시간에서 했던 모든 행동은 '리셋'된다. 폐암으로 곧 죽을 것으로 예상하는 앨은, 제이크에게 역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것은 다름.. 2022. 11. 23.
도착 도착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숀 탠의 작품.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받은 작품. 글이나 대사 없이, 오로지 그림으로만 만든 작품. 이 책은 책읽기모임의 도반인 승묘 님이 준 선물이다. 서점에서는 이 책이 저학년 어린이용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어른이 봐도 좋은 작품이다. 저자인 숀 탠은 이 작품을 4년 동안 작업했으며, 많은 증언과 현장 답사를 통해 현실감을 높였다고 한다. 매우 사실적인 그림과 함께, 현실에는 존재하는 않는 환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동화와 환상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현실의 삶과, 마음 속에 담아 둔 오래된 꿈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 낯선 세계에 도착해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 하지만 새.. 2022. 11. 23.
카뮈의 '이방인' 카뮈의 '이방인' 요즘 출판계에서 '이방인'을 둘러싼 번역 논쟁이 한창이다. 논쟁을 시작한 '새움'의 새로운 번역 '이방인'을 읽진 않았지만, 예전에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몇 번 읽은 것과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김예령 번역으로 다시 읽은 느낌은 이렇다. 오늘 읽은 '이방인' 이전에 읽은 기억이 벌써 십 수년 전이다. 10대, 20대, 30대에도 '이방인'을 읽었으니 적어도 서너 번은 읽은 셈이다. 이번에 읽은 '이방인'의 느낌이 예전에 읽었을 때와 거의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내가 그동안 읽었던 '이방인'에 관한 느낌이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번역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김화영 번역본을 비판한 '새움'의 이정서라는 사람의 번역도 당연히 오류가 있을 것이다. 다만, 번..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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