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1215

그레이스의 몰락 그레이스의 몰락-폴 프롬 그레이스 이혼하고 혼자 사는 중년여성 그레이스는 이웃에 사는 친구 세라의 추천으로 사진전시회에 갔다가 사진작가인 한 남자(새년)를 만난다. 연하의 남자는 마치 천사처럼 다가와 그레이스의 마음을 녹이고 둘은 곧 결혼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레이스는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해고되고, 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담보대출로 거액이 빠져나갔다. 충격을 받은 그레이스는 범인이 누구인지 찾았고, 바로 얼마전 결혼한 남편의 짓임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던 새넌도 그레이스가 사진 증거를 들이대자 자기가 한 짓임을 인정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새넌은 외롭고 돈 있는 여자를 유혹해 재산을 빼돌리는 꽃뱀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새넌은 다른 여자를 데리고.. 2020. 1. 30.
더 라이트하우스 더 라이트하우스 영화를 보고 선뜻 글을 쓰지 못한 건, 이 영화가 보여 준 흑백의 강렬한 이미지와 인물의 격렬한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광기에 휩싸인 두 사람의 행동은 파멸을 예고하지만, 그들이 이 등대만 있는 외딴 섬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곱씹어봤다. 1881년 7월,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섬에 홀로 선 등대를 관리하는 두 명의 관리인이 들어오고, 4주 동안 등대를 관리했던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나간다. 등대 관리는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4주 동안 하는데, 등대관리인 토머스 웨이크와 처음으로 등대 관리 일을 하는 엘프라임 윈슬로는 이 등대로 들어오면서 처음 만났다.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간다. 등대를 관리하기 위해 잡다한 노동을 하는 엘프라임의 상황과, 등대의 전등을.. 2020. 1. 30.
남산의 부장들-치졸한 권력자의 종말 남산의 부장들-치졸한 권력자의 종말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중심으로 긴박했던 1979년 10월 26일까지의 약 40일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한국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므로 지금도 가끔 이 사건은 언급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이 사건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영화로 만나는 역사의 순간은 살아 있는 인물의 개성과 물성,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을 감정적으로 느끼는데 의미가 있다. 영화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은 분명 다르지만, 이들이 속한 집단-군사독재 권력-의 속성을 이루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큰틀에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이 개연성 있다고 본다. 박정희 암살 사건의 단초가 되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김형규 이전의 중앙정보부.. 2020. 1. 26.
블랙 매스 블랙 매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고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원작 다큐멘터리는 딕 레어와 제럴드 오닐이 썼다. 1975년부터 약 10년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이 중심이지만, 주범인 화이트 벌저가 잡힐 때까지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남부 보스턴의 지역 깡패에 불과했던 화이트 벌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마피아 조직처럼 커지면서 범죄로 돈을 쓸어모은다. 이 시기에 벌저의 형은 상원의원이었고,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생뻘 되는 존 코널리는 FBI가 되어 나타난다. 거래는 존 코널리가 먼저 제안하는데, 이웃 지역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을 깨기 위해 벌저에게 정보원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벌저 역시 경쟁 조직을 없애고, 지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 2020. 1. 18.
미드웨이 미드웨이 전쟁(전투) 영화는 하나의 장르다. 역사적 사실에 기인했든, 창작으로 만들었든 전쟁(전투)은 사람(특히 남성)의 심장을 뛰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전쟁은 참혹한 학살과 반인륜범죄의 현장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류의 진화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인류의 진화 초기부터 서로를 죽이고, 노예로 부리고, 재산을 약탈했다. 씨족 단위에서 부족으로, 도시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전쟁의 규모는 커졌고, 현대 전쟁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약 5년간 지속되었고, 900만 명 이상의 군인이 죽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약 7년간 지속되었고, 군인 사망자가 2,500만 명, 민간인이 약 3,000만 명이 죽은 대학살 전쟁이었다... 2020. 1. 9.
찰리 윌슨의 전쟁 찰리 윌슨의 전쟁 내용은 기대하지 않고, 멋진 배우들이 나와서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영화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실존 인물들도 생존한다. 원작은 미국 종군기자인 조지 크릴이 쓴 책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미국 의회에서 기밀로 분류되는 정부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돈'을 중심으로 놓고 따라가면 흥미롭다. 하원의원 찰리 윌슨(탐 행크스)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연방 하원의원이다. 그는 마약도 하고, 스트리퍼와 나체로 목욕도 하는 등 사생활이 지저분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수완이 좋아서 지역구에서 인기 있는 의원이다. 그의 의원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젊은 여성들이고, 최측근 보좌관도 젊고 예쁜 여성(에이미 아담스)이다. 찰리는 속물이고 특.. 2020. 1. 7.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아버지와 딸은 먼 길을 돌고 돌아 그렇게 만났다. 가장 훌륭한 타자라도 열 개의 투구에서 겨우 세 개를 맞힐 뿐이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실수와 실패를 한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고, 슬픔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저마다 마음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감춘 채.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은퇴를 3개월 남긴 프로야구 스카우터로, 재계약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1지명 선수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는 큰 로펌에서 일하는 실력 있는 변호사다. 거스는 자신이 늙었고, 곧 은퇴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뒷방 늙은이로 포치에 나와 앉아 맥주나 마시며 평생을 보내게 될 거라는 불안.. 2020. 1. 5.
미스 베네수엘라 미스 베네수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계 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많은 미인들 가운데 국적이 베네수엘라인 경우가 여럿 있었다. 기록을 보면,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미스 인터내셔널 같은 국제 대회에서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1위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여성이었으며, 이들은 미스 유니버스에서 6회, 미스 월드 5회, 미스 인터내셔널 5회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특이하게 1위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미인대회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지만, 오늘날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모든 '미인대회'는 반여성적이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에는 여전히 미인대회와 관련한 경제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유치원의 어린 여자아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온.. 2019. 12. 31.
두 교황 두 교황 넷플릭스 오리지널.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큰 줄기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두 교황과 가톨릭 교회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외피-종교-를 벗기면, 훨씬 멋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어느 집단이든 존경하는 어른은 존재한다. 우리는 존경할 만한 어른을 모시며 사는 사회인가 돌아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안팎으로 들끓는 가톨릭에 대한 비난에 맞닥뜨렸고, 내부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 내부에서는 신부들에 의한 성추문이 고발되고 있었고, 가톨릭이 세계의 독재자와 보수 정부를 지.. 2019. 12. 22.
아이리시맨, 미국현대사의 한 장면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다. 그것도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는 물론 알 파치노까지 등장하는 역대 최고의 작품을 극장 개봉과 거의 동시에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영화산업의 공식을 깨뜨렸고,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들의 얼굴 모습을 분장이 아닌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바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배우가 직접 분장을 하거나 대역 배우를 써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영화 '대부' 1편에서 비토 콜리오네 역을 맡은 배우는 말론 브란도였지만, 2편에서 젊었을 때의 비토 콜리오네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 2019. 12. 1.
블랙머니 블랙머니 한국의 금융범죄를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영화의 재미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설정했다. 초반 두 명의 핵심관계자가 타살되고, 담당 검사가 피의자 성추행범으로 지목되며, 펀드투자사의 자문변호사가 한국여성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모두 극적 장치를 위해 설정했으며, 본질은 영화의 마지막에 검사 양민혁의 고발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론스타 펀드 대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투자분쟁'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요약하면, 론스타 펀드는 이미 70조 가치의 외환은행을 2조에 매입해 순이익 5조원 이상을 남기고 팔았다.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말고도 부실채권 매입, 동양증권 빌딩, SNC사옥,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을 헐값에 매입해서 되팔아 5천억 이.. 2019. 11. 18.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멋진 영화'.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려면, 터미네이터 1, 2편을 마치 금방 본 것처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 처음 개봉되었고,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영화에 속하는 '터미네이터2'는 1991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었다. 이후 영화저작권이 팔리면서 제목만 같은 시리즈가 나오는데, 전부 쓰레기같은 영화들이다.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가 그 시리즈인데, 이 영화들은 이름만 같을 뿐, 같은 영화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나온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의 뒤를 잇는 진짜 속편이고,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영.. 2019. 11. 2.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칠레에 살고 있는 두 청년이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남미 여행을 떠난다. 의학을 전공한 두 청년은 넓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한다. 두 사람은 무려 2만5천km를 여행하면서 중간에 오토바이도 망가져 집으로 돌려보내고, 걸어서 여행을 한다. 폭설이 쏟아지는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며, 가난한 삶을 사는 남미의 민중을 보고, 쫓기는 공산주의자 부부도 만난다. 1950년대 남미는 가난하고, 착취는 극심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중산층의 부모를 두고,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정도라면 두 청년은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이고, 그들이 20여년을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그리 넓지 않았으리라.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생각.. 2019. 11. 2.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이 영화는 유쾌하다. 흑인이 가진 흥과 유쾌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분출하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흑인 코미디언, 가수, 영화배우, 영화제작자로 활동한 루디 레이 무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루디 레이 무어의 본명은 루돌프 프랭크 무어. 루디는 1927년 아칸소주 포르스미스에서 태어났고, 2008년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사망했다.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 15살에 집을 뛰쳐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이모와 가까이 지내며 이모의 도움을 받는다. 루디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재능이 많은지 알 수 없지만, 동네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도 하고, 자기 돈을 들여 싱글 앨범도 만들지만 그는 무명의 예술가일 뿐.. 2019. 11. 1.
와킨 피닉스의 두 영화 와킨 피닉스의 두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 ‘조커’ 와킨 피닉스가 주연한 ‘조커’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는 처음 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고, 한국에서 개봉과 함께 관객이 몰렸으며, 관객들의 관람평도 대개 칭찬이었다. 와킨 피닉스의 변신-몸무게를 23kg이나 줄인 것-과 그의 연기가 돋보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여러 편의 조커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와킨 피닉스 이전에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로 연기한 히스 레저의 연기는 조커 원조에 해당하는 배우 잭 니컬슨도 인정할 정도로-잭 니컬슨은 그동안 조커 역할에서 자신을 능가할 배우가 나오지 않았다고 조금 시건방진, 그러나 옳은 소리를 했었다-히스 레저의 연기.. 2019. 10. 20.
시크릿 세탁소 시크릿 세탁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명성에 걸맞는 멋진 작품을 내놨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 전에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였고, 가장 최근의 작품은 '사이드 이펙트'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꽤 오래 전부터 작품을 만들어서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63년생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조금 충격이었다. 특히 '사이드 이펙트'는 여러 번 다시 볼만큼 영화가 훌륭했는데, 소더버그의 깔끔한 연출은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 '시크릿 세탁소'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 미국의 기업, 금융 시스템을 정면으로 '까는'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엄청나게 화려한 것을 보면, 헐.. 2019. 10. 20.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소노 시온의 영화 '사랑 없는 숲'과 '차가운 열대어' 일본 영화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분명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문학에서도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일본에서 '개인'의 삶과 기록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구에서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봉건적 체제에 길들여진 '계급으로서의 개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귀족, 사무라이, 평민으로 굳어진 계급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곧 죽음을 당한다는 엄혹한 질서 속에서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체제를 인정하고, 가장 안전한 삶을 위해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절대 복종하며 살아왔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 대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천황.. 2019. 10. 15.
높은 풀 속에서 넷플릭스. 높은 풀 속에서 스티븐 킹과 그의 아들이 쓴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출산을 앞둔 베키와 그의 오빠는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선 곳에서 소년의 목소리를 듣는다. 키 큰 풀이 무성한 풀밭의 안쪽이었고, 소년은 절박하게 도와달라고 외친다. 베키와 오빠는 소년을 찾으러 들어가고, 밖으로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한다. 살아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악령이 깃든 풀숲에서 이들은 생을 거듭하며 죽임을 당하고, 살아나길 반복한다. 베키와 오빠가 풀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소년의 가족이 들어오고, 소년은 베키의 남자친구 목소리를 듣는다. 베키의 남자친구는 실종된 베키를 찾으러 왔다 베키의 차를 발견하고, 베키의 목소리를 듣고 들어오는데,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시공간의 뒤틀림 속에서 죽기도 하고, .. 2019. 10. 10.
[영화] 악인전 [영화] 악인전 이 영화가 이미 무수히 제작되어 관객들이 싫증을 낼 정도가 된버린 ‘조폭' 영화와 다른 점은, 버디 무비라는 것과 조폭 두목과 형사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버디 무비라면 주로 형사 둘이 주인공이거나, 조폭 둘이 주인공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조폭 두목과 형사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협력은 하지만, 서로 끝까지 경계하고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경계한다. 영화 ‘신세계'처럼 비장함이 흐르지도 않고, 캐릭터의 행동에 중의적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제목이 적확하게 말하듯, 이 영화의 주인공 세 명은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이다. 조폭 두목인 장동수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고, 범죄로 번 돈으로 호사한 생활을 누리며, 부하들을 엄격하게 다스리고, 자기 사업에 걸림.. 2019. 10. 8.
자아의 각성, 조커 자아의 각성, 조커 1 소심하고 선량한 한 남자, 아서가 사악한 범죄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울하고 괴롭다. 그 남자가 극빈자로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도움을 얻을 곳도 찾지 못하고, 뇌질환을 앓고 있어서 자기의 의지와 다른 행동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인물로 보이거나, 멸시, 조롱당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웃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있지만, 누구도 나서서 이 남자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 국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립병원 운영을 폐쇄하고, 가난한 사람을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고, 의료보험을 중단한다. 빈민과 서민은 분노하고, 고담시의 정책에 항의한다. 이제 조커가 될, 가난하고 뇌질환을 앓고 있는 아서는 가난에 허.. 2019. 10. 4.
[영화] 똑바로 살아라 [영화] 똑바로 살아라 스파이크 리 감독 작품. 미국 할렘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종들 사이의 갈등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인종 갈등과 차별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만 다른 모든 요소를 떠나서 무척 재미있다. 흑인 특유의 말투와 수다가 영화 내내 이어지면서, 이들의 유머 코드를 조금씩 이해하는 즐거움이 있다. 주인공 무키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기했는데, 감독이 연기도 훌륭하게 잘 한다. 이 영화에는 멋진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어 이들의 활약을 눈여겨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인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흑인 동네에서 돈을 벌면서도 흑인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고, 영어도 잘 못한다. 결정적으로 '살'의 피자가게가 습격당하고 불태워질 때, 맞은 편에.. 2019. 7. 7.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영화] 로드 투 퍼디션 느와르 형식으로 만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1930년대 미국. 금주령이 내려진 사회에는 밀주를 판매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마피아 조직이 있다. 보스에게는 친아들 코너가 있고, 고아였던 아이를 자식처럼 데려다 키운, 지금은 자신의 오른팔이 된 훌륭한 해결사가 있다. 이 해결사, 마이클은 결혼해서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평범한 가정을 이룬 중년의 남성이다. 코너와 마이클은 상대 조직의 중간 보스에게 경고를 하러 갔다가, 코너가 화를 참지 못하고 중간 보스를 살해한다. 그것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마이클이 운전한 차에 그의 큰 아들이 몰래 타고 있었고, 그 현장을 몰래 훔쳐보다 들킨다. 코너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만, 아버지이지 조직 보스는 아들 코너의 무능함을 탓한다... 2019. 7. 7.
[영화] 더 보이 [영화] 더 보이 영화를 보면서 아들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케빈에 대하여'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아들이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명백하게 '수퍼맨'의 패러디가 확실해졌다. '수퍼맨'도 외계에서 왔고, 양부모가 키웠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고, 그 힘을 정의롭고 선한 일에 쓴다. 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고,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악한 존재로 바뀐다.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수퍼맨'처럼 인간을 위해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반대로 인간을 멸종시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분명 '수퍼맨'의 패러디이긴 해도, 사춘기를 둔 부.. 2019. 6. 23.
[영화] 하이웨이맨 [영화] 하이웨이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늘(3월 29일) 개봉. 미국에서 1930년대 초반, 은행강도를 하면서 경찰을 살해하는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는 대공황 이후의 영향으로 실직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힘들어 하는 노동자, 서민의 지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범죄자로 알려진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 커플 범죄자를 잡기 위해 많은 경찰과 FBI를 동원하지만 2년 동안 범인의 뒤만 쫓고, 언론에서는 경찰이 무능하고, 범죄자들이 대중에게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고 쓴다. 주지사가 참석한 회의에서 경찰 간부가 제안한대로, 은퇴한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의 늙은 경찰 두 명에게 보니와 클라이드를 잡는 임무를 부여한다. 영화는 극적이지도 않고, 화려한 액션도 없으며,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도 거의 없다... 2019. 3. 29.
[영화] T-34 [영화] T-34 한국에서 러시아 영화를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 영화들 가운데 '닥터 지바고'나 '전쟁과 평화' 같은 영화는 원작이 러시아 작가일 뿐, 영화를 만든 곳은 미국 영화사였다. 러시아 영화는 '전함 포템킨', '10월', '어머니', '파업' 같은 러시아 혁명을 다룬 영화들이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로 복사되어 은밀하게 돌려보다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예술영화로 한국에 알려졌다. 현대 러시아 영화로는 '제9중대', '스탈린그라드', '레닌그라드'처럼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가 주로 소개되는데, 한국 관객들이 러시아 영화에 관심이 적은 것은 퍽 아쉽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러시아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듯 한데, 러시아는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한다는 .. 2019. 3. 25.
[영화] The Stoning of Soraya M. [영화] The Stoning of Soraya M. 조금 긴 내용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길. 충격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이란의 작은 한 마을, 어딘가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던 여인 자흐라(쇼레 아그다쉬루). 마을을 지나는 한 남자(제임스 카비젤)를 발견하고 “당신이 꼭 들어야 할 사실이 있다”며 그를 붙든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그는 낯선 사람을 감시하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간곡한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기 시작하는데…('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씌였으며, 그 실화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제목의 'The Stoning'은 '돌로 처죽이는 형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Soraya'는 그렇게 돌에 맞아 죽은 한 이란 여성의 이름.. 2019. 2. 11.
[영화]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영화 뿐아니라 모든 예술이 그렇다. 다만 '재미'의 개념, 기준, 주관적 판단, 의미, 수준과 같은 무궁한 영역이 은하계처럼 퍼져있으니 그것까지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재미있다고 여기면 그 영화는 좋은 영화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2시간 동안 현실을 잊고 영화 속에 몰입해 순수한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좋다. 영화의 장르가 다양한 것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관객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듯,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한다. 물론 자본의 거대한 홍보의 폭우로 인해 세뇌에 가까운 정보의 물결에 휩쓸려 영화를 보게 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요즘 관객이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자기가 판단해서 재미.. 2019. 2. 7.
[영화] 배드 타임즈 : 엘 로얄에서 생긴 일 [영화] 배드 타임즈 : 엘 로얄에서 생긴 일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건 퍽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한다. 감독 드류 고다드에게는 퍽 미안하고, 그 자신도 자존심 상하는 말이겠으나, 쿠엔틴 타란티노 이전과 이후의 영화는 영화의 형식미가 뚜렷하게 갈린다. 타란티노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혜성처럼 등장했고, 그의 연출 스타일은 독보적이다. 따라서 타란티노보다 늦게 나온 영화들은 뛰어난 연출과 잘 만든 영화임에도 타란티노와 '닮았다'는 씁쓸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늦게 나타난 재능 있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시나리오는 물론 미장셴까지 흠잡을 곳이 거의 없는 탁월한 영화여서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이야기는 단순.. 2019. 1. 20.
[영화] 말모이 [영화] 말모이 일제강점기 시기, 매국노를 제외한 민중들의 삶은 노예로 전락해 고통스럽다. 저항하지 못하고 노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말을 지키려는 극소수의 학자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우리말을 훌륭하게 읽고, 쓰고, 말하고 있다. 말과 글이 곧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지만, 그것을 지켜온 지난 역사가 얼마나 고되고 험난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는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조선의 우리말 학자들의 활약을 그렸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역사에서도 유명하고, 해방 뒤에 우리말 사전이 곧바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일제강점기에서도 우리말과 글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에서는 '판수'라는 무지한 민중.. 2019. 1. 20.
[영화] 마약왕 [영화] 마약왕 범죄 영화, 특히 마약을 다루는 범죄 영화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를 보면서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영화들-좋은 친구들, 비열한 거리, 카지노-이 떠오르고, 알 파치노 주연의 '스카페이스'도 떠오른다. 심지어 그동안 한국영화 가운데 범죄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도 많았다는 느낌이 든다. 부산 일대를 무대로 벌어지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범죄와의 전쟁'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범죄와의 전쟁'이 198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면, 이 영화 '마약왕'은 그 직전의 시기인 1970년대 부산과 한국의 시대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하루 임금이 600원일 때, 마약왕 이두삼은 10억원을 벌었다. 그는 대만에서 원료를 밀.. 2019. 1. 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