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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애슐리 2013-07-11 가든파이브 애슐리 애슐리 엊그제 영화 '퍼시픽 림'을 보기 위해 갔다가, 저녁을 먼저 먹었다. 우리가 간 곳은 '애슐리'. 평일 저녁이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하게 먹었다. 같은 장소를 주말에 가면 대기시간이 40분이었다. 사람들이 주말에 많이 몰리는 게 확실하다. '애슐리'는 이랜드 그룹에서 하는 외식사업으로 알고 있어서 썩 내키지는 않는 곳인데, 이번에 갔다 와서는 언제 갈지 모르겠다. 여러 페밀리 레스토랑을 가봤는데, '제시카의 부엌'이나 '일곱개 용수철' 등이 그나마 괜찮은 듯하다. 애슐리는 가격 대비로는 가끔 갈만 하다. 세 명이 저녁을 먹어도 다른 곳에서 스테이크 1인분 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뷔페는 대식가들에게는 천국이다. 2023. 3. 26.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진과 케이시는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이 영화는 '건축물'이 매우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하고 있는데, 첫 장면이 '밀러 하우스' 내부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밀러 하우스(Miller House)' 길 건너편에 '제일 교회(First Christian Church)'가 있고, '밀러 하우스' 바로 옆에 케이시가 일하는 '클레오 로저스 기념 군립도서관(Cleo Rogers Memorial County Library)'이 있다. 즉, 이 유명한 세 건물이 삼각형을 이루며 매우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서, 케이시는 잠시 쉬는 시간에 도서관 앞에 나와 '제일 교회' 건물을 바라본다. '밀러 하우스'는 에로 사리넨이 1957년 지은 건물로, 50.. 2023. 3. 22.
더 웨일 더 웨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노아', '마더' 그리고 이 작품 '더 웨일'까지. 어느 장르의 예술 작품이든 주제, 내용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형식도 중요할 때가 있다.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라고도 하는데, '더 웨일'에서는 이렇다 할 '미장센'은 없지만, 필름 포맷 자체가 영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요즘 영화에서 4:3 포맷은 거의 볼 수 없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4:3 포맷을 유지한다. 이 화면은 주인공 찰리의 거대한 몸집이 더 커보이는 효과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비좁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끝나고 올라가.. 2023. 3. 4.
사피엔스 이들 원시인류는 서로 사랑하고 놀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지위와 권력을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침팬지, 개코원숭이, 코끼리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 당시에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당시에는 아무도 이들 원시인류의 후손이 언젠가 달 위를 걷고 원자를 쪼개고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며 역사책을 쓰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중에서 여기저기서 '유발하라리'라는 사람이 쓴 '사피엔스'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일부러 찾아 읽을 생각이 없다가, 전자책으로 있어서 훑어봤는데, 위의 문장이 책 앞부분에 나왔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주마간산으로 훑어봤다. 이 정도 수준의 책을 '훌륭하다'고 말하.. 2023. 3. 2.
해리건 씨의 전화기 - 스티븐 킹 해리건 씨의 전화기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소설을 읽을 때와 조금 다른 느낌인데, 소설은 읽는 사람의 상상 속에서 소설을 재구축, 창조하는 거라면, 영화는 모든 독자가 서로 다르게 구축한 소설의 세계를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상상의 세계를 제한한다. 이건 명백히 소설의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이미지로 구축한 세계가 물적 존재로 구체화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상상보다 서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작품은 소년 크레이그와 해리건 씨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이자, 크레이그의 성장 소설이다. 해리건 씨가 어린 크레이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을 때, 크레이그에게는 단순한 아르바이트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 크레이그가 해리건 씨의 벽장을 보면서 해리건 씨의 마.. 2023. 2. 16.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해리건 씨의 전화기 크레이그는 아버지와 함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산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평범한 소년으로 자라지만, 그의 마음에 깊은 슬픔이 일렁이고 있다. 스티븐 킹은 어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줄곧 형과 엄마, 세 식구가 살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 소설에서는 엄마로 바꿨을 뿐, 그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레이그는 마을에 이사 온 엄청난 부자로 은퇴한 해리건 씨를 알게 되고, 그의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그동안 IT와 관련해 거의 언급한 적이 없는 스티븐 킹이 아이폰, 아마존을 비롯한 첨단 정보산업과 미국 투자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리건 씨가 은퇴하기 전 투자.. 2023. 2. 16.
조지타운 조지타운 크리스토프 발츠가 연출하고 주연으로 연기한 작품. 그가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된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작품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년)에서 독일군 장교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이후 '장고:분노의 추적자'(2012년)에서도 탈출 노예를 돕는 멋진 현상금 사냥군으로 등장한다. 독일군 장교 한스 란다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하는 듯 보이지만, 듣는 사람의 심장을 조이는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을 내뿜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누구도 발츠를 대신할 수 없는 완벽한 '유대인 사냥꾼'인 잔혹한 독일군 장교를 연기했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고, 1977년, 그의 나이 11세에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했지만.. 2023. 2. 6.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졌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460페이지 소설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서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카야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은 레이첼 카슨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써서 세계환경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문학을 전공했지만, 생물학자가 되어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책들이 바다와 해양 생물을 담은 책이어서 주인공 카야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영화(소설)에서도 카야는 독학으로 그리고 쓴 습지 생물 이야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성공한 작가가 되고, 습지 생태와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다룬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인기 작가로 성공한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카야가 겪어야 했던 삶을 습지, 생물, 자연, 카야의 내면 등을 통해 담.. 2023. 2. 4.
우주로 가는 물리학 우주로 가는 물리학 과학책 읽는 걸 좋아한다. 과학 전반의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도 있고, 과학의 엄밀성, 논리성, 객관성이 인류의 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에, 배우는 즐거움과 함께, 합리적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책을 읽기 시작한 건 30대 후반, 40대 초반부터였다. 그때까지 주로 사회과학, 역사, 문학 분야 책을 읽었는데, 여기에 과학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지적 확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과학책 읽기의 첫걸음은 진화론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나는 믿는다. 진화론을 배우면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알게 된다. 즉, 인간은 자연 속에서 생존하는 수 억의 뭇생명과 똑같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일뿐이며, 진화를 거듭하면서 '정신'과 '이성', '언어'와 같은 추상적.. 2023. 1. 29.
'민주노총'을 옹호하는 건 좋지만 - 천정환 글에 대한 다른 시각 '민주노총'을 옹호하는 건 좋지만 - 천정환 글에 대한 다른 시각 지난 1월 26일 경향신문 '정동칼럼'에 '민주노총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의 글이 실렸다. 그의 글을 읽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천정환이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한 보충 설명 또는 비판할 의도로 이 글을 쓴다. 먼저, 천정환 글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기업과 언론이 민주노총을 '귀족노조', '종북단체' 프레임을 씌운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한국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은 11%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노총 김명환,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노총을 공안 정국의 제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노동조합.. 2023. 1. 29.
1883 - 미국 미니시리즈 1883 - 미국 미니시리즈 우연히 발견했지만,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미니시리즈 '옐로우스톤'의 프리퀄. '옐로우스톤'이 메인이지만, 이 작품 '1883'을 먼저 보길 잘 했다. 미국 역사의 흐름대로 보자면, '1883', '1923' 그리고 '옐로우스톤' 순서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 시리즈를 보기로 작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바로 테일러 쉐리던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이 개봉했을 때 꽤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연출도 좋았지만,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한 상황을 밀어부치는 힘이 놀라웠고, 드라마의 사실성, 서사의 핍진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에 관한 .. 2023. 1. 26.
세이프 세이프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한 액션 영화. 2012년에 개봉한 영화이고, 액션 영화로 분류하지만, 꽤 잘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보아즈 야킨 감독은 이 영화 전에도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했는데, '황혼에서 새벽까지 2'의 시나리오를 썼고, 슬래시 영화인 '호스텔'을 기획했으니 역량은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모두 액션 영화이고, 좋은 영화가 많다. 마치 한국에서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가 마동석 액션으로 유명하듯, 제이슨 스타뎀도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액션이 있다. 이 영화는 액션도 훌륭하고, 시나리오도 좋다. 액션영화에서 시나리오는 액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러다보니 전체 서사의 짜임새가 부족한 액션 영화가 많다. 이 영.. 2023. 1. 16.
스틸워터 스틸워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톰 맥카시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배우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감독으로도 여러 작품을 연출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아버지의 깃발'에서 제임스 브래들리 병사로 나오는 배우가 바로 톰 맥카시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품은 '스포트라이트'로,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톨릭 보스톤 교구에서 벌어진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보도한 '보스톤 글로브'의 기자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으로 톰 맥카시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건, 톰 맥카시의 시나리오나 연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가 '뛰어난 감독'이라고 부르는.. 2023. 1. 14.
로크 로크 완벽한 모노 드라마. 톰 하디 한 사람만 등장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내용이 전부다. 모노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인물을 둘러싼 서사가 충분한 개연성을 가져야 하며, 관객이 주인공 한 사람만 보면서 모든 상황을 추리, 추론, 상상, 납득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사건의 긴박함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모노 드라마 영화는 연극의 영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입체극이라면, 영화는 영상으로 움직이지만 평면, 2차원의 예술이다. '로크'는 연극으로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는 내용이며, 연극과 영화가 거의 똑같은 효과를 갖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무대 가운데 자동차가 있고, 뒷벽의 커다란.. 2023. 1. 13.
비바리움 비바리움 저예산으로 만든 미스터리, 공포, SF 영화. 매우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여서 등장인물도, 촬영도 최소한의 인물과 공간에서 제작했다. 영화의 주제와도 맞는 설정인데, '비바리움(vivarium)은 라틴어로 '연구나 관찰 목적으로 동물, 식물을 일정한 공간에 가두어 두고 사육하는 것'을 뜻한다. 제목이 곧 영화의 주제인데, 이 주제를 알고 봐도, 영화가 의미하는 알레고리는 꽤 의심심장하다. 줄거리 역시 매우 단순해서 한 젊은 커플이 집을 구하려다 주택단지를 분양하는 사무실의 직원과 함께 주택단지에 있는 집을 둘러보는데, 분양 사무실 직원이 사라지고, 두 사람은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히고, 그곳에서 살다 결국 죽게 되는 결말이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객이 읽을 수 있는.. 2023. 1. 12.
페일 블루 아이 페일 블루 아이 넷플릭스.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 원작 소설인 '페일 블루 아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는 루이스 바이어드로, 한국에서 번역 출판한 그의 작품은 '검은 계단'이 있는데, 그나마도 2011년에 출판한 이후 지금은 절판 상태다. 저자의 이름도 '루이스 베이어드'로 표기되어 있다. '페일 블루 아이'는 2007년에 발표한 소설이고 이 소설로 '에드거상'에 후보로 올랐다. 이 소설의 구조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매우 비슷하다. 즉, 특수한 집단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외부인이 있고, 매우 뛰어난 수사 능력을 가진 외부인이 특수한 집단의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며, 결국 범인을 찾아낸다는 기둥 줄거리가 흡사하다는 점에서, 과거 미스터리.. 2023. 1. 11.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노이즈 노아 바움백 감독 작품. 이 영화 직전에 만든 작품 '결혼이야기'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그는 감독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코미디, 부조리극을 주제로 작품을 연출했으며, 이쪽 분야의 대가인 우디 앨런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소설 '화이트 노이즈'를 쓴 돈 드릴로의 작품은 한국에도 여러 권 번역 출판했다. 나는 과문해서 돈 드릴로를 알지 못했는데, 2013년 '제3회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 '화이트 노이즈'는 1985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그가 여덟 번째 쓴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로 '내셔널 북어워드' 상을 받았으며 작가의 입지를 굳힌다. 영화는 .. 2023. 1. 5.
파문 - 장남수 파문 - 장남수 작가의 창작은 경험에 바탕한다. 픽션이라고 해서 '순수한 창작'일 거라는 짐작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호러, 공포,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스티븐 킹의 작품 대부분도 스티븐 킹의 경험이 조금씩은 들어 있고, 작품의 작가의 아주 작은 경험을 씨앗으로 자란다. 인간의 상상력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아무리 새로운 상상을 하더라도 그 상상은 반드시 과거에 존재했던 경험에 근거한다는 뜻이다.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구와 함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존재하며, 그 두 세계를 얼마나 절충, 타협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세계가 형성된다. 장르 소설이 작가의 상상을 더 많이 주입한 창작이라면, 현실을 더 강렬하게 반영한 소설이 .. 2023. 1. 4.
써스펙트 써스펙트 원제는 The Pledge.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숀 펜 감독의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그가 연출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구성, 스릴러 같은 미장센 보다는-물론 그것도 잘 하지만-사람의 심리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역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다 늙어서 한물 간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그러나 그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만큼은 아니어도 젊었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퇴직을 6시간 남겨둔 형사 제리는 자신의 은퇴 축하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어린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2023. 1. 1.
불릿 트레인 불릿 트레인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비틀'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마리아비틀'은 작가의 '킬러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를 일컬어 '킬러 시리즈' 3부작으로 부르고, 장르소설이자 하드보일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죄송, 빠른 시간에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영화만 보자면, 원작 소설이 가진 영화적 장치(시나리오, 서사, 트릭, 반전, 캐릭터)가 매우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에는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킬러들이 타고 있다. 겨우 2시간 30분. 누군가는 보스의 아들과 천만 달러의 돈가방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돈가방을 몰래 빼내야 하며, 누군가는 그들을 죽여야 하.. 2022. 12. 28.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그동안 봤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보면 '소품'에 해당하는 규모가 작은 영화로 약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다. 직전에 연출한 작품이 '배트맨 비긴즈'이고, 이 영화 다음에 연출한 작품이 '다크나이트'였으니, 대작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든 영화라고 봐도 좋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복잡한 서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뒤로 갈수록 놀랍고, 미장센이며 배우 면면이 결코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크리스찬 베일, 휴 잭맨, 마이클 케인 등이 나오고 스칼렛 요한슨과 데이비드 보위가 깜짝 출연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크리스토퍼 매켄지의 작품이 한국에는 두 작품이 .. 2022. 12. 27.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장편소설. 1천 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스티븐 킹의 특징이자 장점인 인물 개개인에 대한 서사의 핍진성은 여전히 놀라운데,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는 빈약한 편이다. 소설 앞부분에 릴런드 곤트가 등장하고, 그가 잡화점을 시작하면서 이 서사의 끝부분이 보이는 건 나만의 관찰력은 아닐 것이다.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모든 종류의 부정적 감정이 주인공이다. 탐욕, 이기심, 경쟁심, 질투, 시기, 분노, 차별, 불만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런 감정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2022. 12. 22.
퍼스트 리폼드 퍼스트 리폼드 폴 슈레이더 감독 작품. 250년 역사를 지닌 '퍼스트 리폼드 교회' 목사 톨러(에단 호크)는 일기를 쓰기로 작정한다. 그것도 꼭 12개월 동안, 노트에 직접 육필로 솔직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그건 자신의 목소리이면서, 기도문이고, 하나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목사로 사역하지만 교회는 '기념품 가게'로 불리는 역사적 유물일 뿐, 진짜 교회는 가까운 곳에 있는 '풍성한 교회'이고, 이 교회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 톨러 목사는 신도를 만날 일이 없고, 온 종일 교회를 지키며, 외부에서 이 교회를 구경하러 오는 방문객에게 교회 역사를 설명하고, 기념품 판매하는 일이 업무의 전부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가 가톨릭 신부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개신교 .. 2022. 12. 22.
맨 오브 액션 맨 오브 액션 프랑스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벌어진 위조지폐 사건을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픽션을 섞었다. 영화는 심각한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낭만적인데, 아마도 이야기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사건만 보면 위조지폐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주인공 루시오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를 보다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본다. 실존 인물인 루시오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다 볼리비아에서 죽었다. 그는 평생 아나키스트로 살았는데, 그의 삶에서 아나키즘이 신념화 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70년대와 80년대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해서 익숙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그런 과정이 위험하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느꼈.. 2022. 12. 19.
더 카드카운터 더 카드카운터 폴 슈라이더 감독, 마틴 스콜세지 기획. '아메리칸 지골로'의 감독이기도 하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걸작 영화 '택시 드라이버', '레이징 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자, 탁월한 영화평론가가 폴 슈라이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내레이션과 분위기만 봐도, 이 영화가 심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테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드보일드'한 영화이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주인공 윌리엄 텔(오스카 아이작)은 도박장을 돌아다니며 도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전문 도박사다. 하지만 그는 큰돈을 따려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불편.. 2022. 12. 18.
빌리 서머스 - 스티븐 킹 빌리 서머스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소설을 나름 읽었고, 그의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 원문이 아니어서, 그의 농담과 재치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말로 번역한 소설만으로도 스티븐 킹의 속내는 어지간히 알아서 짐작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글쓰기'에 관해 꽤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과 달리 '스티븐 킹의 글쓰기'라는 형식에 관해서 특히 잘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의 소설들에서 소설의 내용 즉 '서사'와 인물에 흥미와 관심을 두었다면, 이 소설은 작가의 글쓰기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작품에서 스티븐 킹은 주인공 빌리가 해야 하는 살인청부 암살, 암살 준.. 2022. 12. 11.
집에서 먹은 간장게장, 고로케 2013-06-07 집에서 먹은 간장게장, 고로케 간장게장 점심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먹은 음식점에서 간장게장을 따로 샀다. 1kg에 네 마리가 들었다. 오늘 한 마리를 잘라 밥에 비벼 먹었는데, 아들 녀석이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 게장비빔밥을 거의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역시 맛있다.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게장을 담은 간장만 있어도 밥 몇 그릇은 뚝딱 먹어치우겠다. 음식에 관한 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감자로 만든 고로케와 샐러드 아내가 아침에 주방에서 뚝딱거리더니 아침 겸 점심으로 차린 밥상에 올라온 음식. 감자를 삶아 으깬 다음, 고로케(왼쪽)와 샐러드(오른쪽)를 만들었다. 고로케는 오븐에 구워서 겉이 약간 바삭하면서 씹으면 부드럽다. 샐러드 .. 2022. 12. 9.
꽃게탕과 닭튀김 2013-06-06 꽃게탕과 닭튀김 현충일에 할머니, 할아버지 묘소에 벌초를 하고, 아산방조제에 있는 음식점에 갔다. 몇 번째 가는 집인데, 이번에도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먹었다. 날씨는 무더웠고, 힘들게 일하고 난 뒤로 모두들 식욕이 왕성했다. 간장게장은 큼직한 게장 한 마리에 2만5천원. 꽃게탕을 주문하면 한 마리가 덤으로 나온다. 간장게장의 속살을 발라내 밥에 비벼 먹으니 밥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간장게장은 잘 하는 집을 발견하기 드물다. 이 집은 간장게장이 전문은 아니지만, 꽤 맛있게 만든다. 간장의 맛이 짜면 안 되고, 비린내가 나면 더더욱 좋지 않다. 간장은 간간하고, 감칠맛이 있으며, 뒷맛이 개운하고, 게살을 빨아먹을 때 육질이 부드럽고 간이 잘 배어 있어야 좋은 간장게장이다. 꽃게탕 꽃게탕과.. 2022. 12. 9.
마당에서 먹은 점심 2013-06-02 마당에서 먹은 점심 점심은 바깥 테이블에서 먹었다. 서울에서 작은고모가 김치를 담가 오셨다. 삼겹살을 가마솥뚜껑에 굽고, 갓 담은 총각김치, 열무김치, 물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파라솔 아래 그늘은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마당에서 뜯은 상추와 샐러리에 고기를 싸 먹었다. 일요일의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마을은 고요하고, 뜨거운 햇살과 초여름의 훈훈한 바람이 지나갔다. 2022. 12. 9.
왕갈비와 팥빙수 2013-06-01 왕갈비와 팥빙수 돼지 왕갈비 지난 토요일 점심. 누나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누나네 집 근처에 돼지갈비를 하는 집에 갔는데, 양도 푸짐하고 돌솥밥까지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은 불판에 갈비를 깔아 놓고 보기 좋게 사진을 찍는 것이 '맛집 사진'의 기본인데, 먹다보니 갈비에 붙은 뼈만 남았다. 예전에 양평읍에 있는 돼지갈비집에서 먹은 것과 비슷한 맛과 메뉴였다. 돼지 왕갈비와 돌솥밥이라는 메뉴도 같았다. 값도 저렴한 것이 비슷했다. 다만 이곳의 고기는 미국산인 듯 했고, 양평에서 먹었던 곳은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 있는 돼지 왕갈비도 고기는 미국산이었다. 결국 돼지갈비의 원산지가 미국산일 때, 가격은 1만 2천원 내외였다. 어떻든 맛있고 기분 좋게 먹었다. 누나가 담아 준 ..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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