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
더 웨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노아', '마더' 그리고 이 작품 '더 웨일'까지. 어느 장르의 예술 작품이든 주제, 내용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형식도 중요할 때가 있다.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라고도 하는데, '더 웨일'에서는 이렇다 할 '미장센'은 없지만, 필름 포맷 자체가 영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요즘 영화에서 4:3 포맷은 거의 볼 수 없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4:3 포맷을 유지한다. 이 화면은 주인공 찰리의 거대한 몸집이 더 커보이는 효과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비좁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끝나고 올라가..
2023. 3. 4.
우주로 가는 물리학
우주로 가는 물리학 과학책 읽는 걸 좋아한다. 과학 전반의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도 있고, 과학의 엄밀성, 논리성, 객관성이 인류의 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에, 배우는 즐거움과 함께, 합리적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책을 읽기 시작한 건 30대 후반, 40대 초반부터였다. 그때까지 주로 사회과학, 역사, 문학 분야 책을 읽었는데, 여기에 과학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지적 확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과학책 읽기의 첫걸음은 진화론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나는 믿는다. 진화론을 배우면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알게 된다. 즉, 인간은 자연 속에서 생존하는 수 억의 뭇생명과 똑같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일뿐이며, 진화를 거듭하면서 '정신'과 '이성', '언어'와 같은 추상적..
2023. 1. 29.
로크
로크 완벽한 모노 드라마. 톰 하디 한 사람만 등장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내용이 전부다. 모노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인물을 둘러싼 서사가 충분한 개연성을 가져야 하며, 관객이 주인공 한 사람만 보면서 모든 상황을 추리, 추론, 상상, 납득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사건의 긴박함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모노 드라마 영화는 연극의 영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입체극이라면, 영화는 영상으로 움직이지만 평면, 2차원의 예술이다. '로크'는 연극으로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는 내용이며, 연극과 영화가 거의 똑같은 효과를 갖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무대 가운데 자동차가 있고, 뒷벽의 커다란..
2023. 1. 13.
비바리움
비바리움 저예산으로 만든 미스터리, 공포, SF 영화. 매우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여서 등장인물도, 촬영도 최소한의 인물과 공간에서 제작했다. 영화의 주제와도 맞는 설정인데, '비바리움(vivarium)은 라틴어로 '연구나 관찰 목적으로 동물, 식물을 일정한 공간에 가두어 두고 사육하는 것'을 뜻한다. 제목이 곧 영화의 주제인데, 이 주제를 알고 봐도, 영화가 의미하는 알레고리는 꽤 의심심장하다. 줄거리 역시 매우 단순해서 한 젊은 커플이 집을 구하려다 주택단지를 분양하는 사무실의 직원과 함께 주택단지에 있는 집을 둘러보는데, 분양 사무실 직원이 사라지고, 두 사람은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히고, 그곳에서 살다 결국 죽게 되는 결말이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객이 읽을 수 있는..
2023. 1. 12.
불릿 트레인
불릿 트레인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비틀'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마리아비틀'은 작가의 '킬러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를 일컬어 '킬러 시리즈' 3부작으로 부르고, 장르소설이자 하드보일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죄송, 빠른 시간에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영화만 보자면, 원작 소설이 가진 영화적 장치(시나리오, 서사, 트릭, 반전, 캐릭터)가 매우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에는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킬러들이 타고 있다. 겨우 2시간 30분. 누군가는 보스의 아들과 천만 달러의 돈가방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돈가방을 몰래 빼내야 하며, 누군가는 그들을 죽여야 하..
2022. 12. 28.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욕망을 파는 집 - 스티븐 킹 장편소설. 1천 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스티븐 킹의 특징이자 장점인 인물 개개인에 대한 서사의 핍진성은 여전히 놀라운데, 작품을 관통하는 서사는 빈약한 편이다. 소설 앞부분에 릴런드 곤트가 등장하고, 그가 잡화점을 시작하면서 이 서사의 끝부분이 보이는 건 나만의 관찰력은 아닐 것이다.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가 아니라, '그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모든 종류의 부정적 감정이 주인공이다. 탐욕, 이기심, 경쟁심, 질투, 시기, 분노, 차별, 불만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런 감정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2022. 12. 22.
더 카드카운터
더 카드카운터 폴 슈라이더 감독, 마틴 스콜세지 기획. '아메리칸 지골로'의 감독이기도 하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걸작 영화 '택시 드라이버', '레이징 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자, 탁월한 영화평론가가 폴 슈라이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내레이션과 분위기만 봐도, 이 영화가 심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테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드보일드'한 영화이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주인공 윌리엄 텔(오스카 아이작)은 도박장을 돌아다니며 도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전문 도박사다. 하지만 그는 큰돈을 따려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불편..
2022.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