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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1215

존 윅 4 - 고딕과 매트릭스가 결합한 혼종 판타지 아주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매트릭스 시리즈를 다 보고, 존 윅 시리즈까지 다 본, 오늘 개봉한 '존 윅 4'까지 본 관객은 기시감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 매트릭스에서 본 모피어스가 존 윅 시리즈에서도(2편부터 출연하지만) '바워리 킹'으로 출연하면서, 존 윅 시리즈가 매트릭스를 오마주한 부분이 많이 보이도록 감독이 의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존 윅 4'에서는 '매트릭스'의 오마주가 분명히 드러난다. 거대한 클럽에서 격투가 벌어질 때, 클럽의 중정에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소나기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춤을 추는 사람들은 매트릭스에서 에이전트 스미스와 대결할 때,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과 무한으로 복제되는 스미스의 복제본이 떠오른다. 또한 이때 들리는 음악은 매트.. 2023. 4. 9.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의 의미 진과 케이시는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이 영화는 '건축물'이 매우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하고 있는데, 첫 장면이 '밀러 하우스' 내부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밀러 하우스(Miller House)' 길 건너편에 '제일 교회(First Christian Church)'가 있고, '밀러 하우스' 바로 옆에 케이시가 일하는 '클레오 로저스 기념 군립도서관(Cleo Rogers Memorial County Library)'이 있다. 즉, 이 유명한 세 건물이 삼각형을 이루며 매우 가까운 곳에 모여 있어서, 케이시는 잠시 쉬는 시간에 도서관 앞에 나와 '제일 교회' 건물을 바라본다. '밀러 하우스'는 에로 사리넨이 1957년 지은 건물로, 50.. 2023. 3. 22.
더 웨일 더 웨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노아', '마더' 그리고 이 작품 '더 웨일'까지. 어느 장르의 예술 작품이든 주제, 내용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형식도 중요할 때가 있다.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라고도 하는데, '더 웨일'에서는 이렇다 할 '미장센'은 없지만, 필름 포맷 자체가 영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요즘 영화에서 4:3 포맷은 거의 볼 수 없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4:3 포맷을 유지한다. 이 화면은 주인공 찰리의 거대한 몸집이 더 커보이는 효과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비좁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화 끝나고 올라가.. 2023. 3. 4.
해리건 씨의 전화기 - 스티븐 킹 해리건 씨의 전화기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소설을 읽을 때와 조금 다른 느낌인데, 소설은 읽는 사람의 상상 속에서 소설을 재구축, 창조하는 거라면, 영화는 모든 독자가 서로 다르게 구축한 소설의 세계를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상상의 세계를 제한한다. 이건 명백히 소설의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이미지로 구축한 세계가 물적 존재로 구체화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상상보다 서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작품은 소년 크레이그와 해리건 씨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이자, 크레이그의 성장 소설이다. 해리건 씨가 어린 크레이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을 때, 크레이그에게는 단순한 아르바이트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 크레이그가 해리건 씨의 벽장을 보면서 해리건 씨의 마.. 2023. 2. 16.
조지타운 조지타운 크리스토프 발츠가 연출하고 주연으로 연기한 작품. 그가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된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작품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년)에서 독일군 장교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이후 '장고:분노의 추적자'(2012년)에서도 탈출 노예를 돕는 멋진 현상금 사냥군으로 등장한다. 독일군 장교 한스 란다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하는 듯 보이지만, 듣는 사람의 심장을 조이는 차갑고 날카로운 감정을 내뿜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누구도 발츠를 대신할 수 없는 완벽한 '유대인 사냥꾼'인 잔혹한 독일군 장교를 연기했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고, 1977년, 그의 나이 11세에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했지만.. 2023. 2. 6.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졌다.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460페이지 소설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서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카야를 보면서 떠오른 인물은 레이첼 카슨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써서 세계환경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문학을 전공했지만, 생물학자가 되어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책들이 바다와 해양 생물을 담은 책이어서 주인공 카야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영화(소설)에서도 카야는 독학으로 그리고 쓴 습지 생물 이야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 성공한 작가가 되고, 습지 생태와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다룬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인기 작가로 성공한다.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카야가 겪어야 했던 삶을 습지, 생물, 자연, 카야의 내면 등을 통해 담.. 2023. 2. 4.
1883 - 미국 미니시리즈 1883 - 미국 미니시리즈 우연히 발견했지만,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미니시리즈 '옐로우스톤'의 프리퀄. '옐로우스톤'이 메인이지만, 이 작품 '1883'을 먼저 보길 잘 했다. 미국 역사의 흐름대로 보자면, '1883', '1923' 그리고 '옐로우스톤' 순서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 시리즈를 보기로 작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바로 테일러 쉐리던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이 개봉했을 때 꽤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연출도 좋았지만,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한 상황을 밀어부치는 힘이 놀라웠고, 드라마의 사실성, 서사의 핍진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에 관한 .. 2023. 1. 26.
세이프 세이프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한 액션 영화. 2012년에 개봉한 영화이고, 액션 영화로 분류하지만, 꽤 잘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보아즈 야킨 감독은 이 영화 전에도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했는데, '황혼에서 새벽까지 2'의 시나리오를 썼고, 슬래시 영화인 '호스텔'을 기획했으니 역량은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영화는 거의 모두 액션 영화이고, 좋은 영화가 많다. 마치 한국에서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가 마동석 액션으로 유명하듯, 제이슨 스타뎀도 그가 보여주는 특유의 액션이 있다. 이 영화는 액션도 훌륭하고, 시나리오도 좋다. 액션영화에서 시나리오는 액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러다보니 전체 서사의 짜임새가 부족한 액션 영화가 많다. 이 영.. 2023. 1. 16.
스틸워터 스틸워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톰 맥카시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배우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감독으로도 여러 작품을 연출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아버지의 깃발'에서 제임스 브래들리 병사로 나오는 배우가 바로 톰 맥카시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품은 '스포트라이트'로,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가톨릭 보스톤 교구에서 벌어진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뿌리까지 파고들어가 보도한 '보스톤 글로브'의 기자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으로 톰 맥카시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건, 톰 맥카시의 시나리오나 연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가 '뛰어난 감독'이라고 부르는.. 2023. 1. 14.
로크 로크 완벽한 모노 드라마. 톰 하디 한 사람만 등장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내용이 전부다. 모노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인물을 둘러싼 서사가 충분한 개연성을 가져야 하며, 관객이 주인공 한 사람만 보면서 모든 상황을 추리, 추론, 상상, 납득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사건의 긴박함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모노 드라마 영화는 연극의 영상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입체극이라면, 영화는 영상으로 움직이지만 평면, 2차원의 예술이다. '로크'는 연극으로도 충분히 공연할 수 있는 내용이며, 연극과 영화가 거의 똑같은 효과를 갖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린다면, 무대 가운데 자동차가 있고, 뒷벽의 커다란.. 2023. 1. 13.
비바리움 비바리움 저예산으로 만든 미스터리, 공포, SF 영화. 매우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여서 등장인물도, 촬영도 최소한의 인물과 공간에서 제작했다. 영화의 주제와도 맞는 설정인데, '비바리움(vivarium)은 라틴어로 '연구나 관찰 목적으로 동물, 식물을 일정한 공간에 가두어 두고 사육하는 것'을 뜻한다. 제목이 곧 영화의 주제인데, 이 주제를 알고 봐도, 영화가 의미하는 알레고리는 꽤 의심심장하다. 줄거리 역시 매우 단순해서 한 젊은 커플이 집을 구하려다 주택단지를 분양하는 사무실의 직원과 함께 주택단지에 있는 집을 둘러보는데, 분양 사무실 직원이 사라지고, 두 사람은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히고, 그곳에서 살다 결국 죽게 되는 결말이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객이 읽을 수 있는.. 2023. 1. 12.
페일 블루 아이 페일 블루 아이 넷플릭스.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 원작 소설인 '페일 블루 아이'를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는 루이스 바이어드로, 한국에서 번역 출판한 그의 작품은 '검은 계단'이 있는데, 그나마도 2011년에 출판한 이후 지금은 절판 상태다. 저자의 이름도 '루이스 베이어드'로 표기되어 있다. '페일 블루 아이'는 2007년에 발표한 소설이고 이 소설로 '에드거상'에 후보로 올랐다. 이 소설의 구조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매우 비슷하다. 즉, 특수한 집단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외부인이 있고, 매우 뛰어난 수사 능력을 가진 외부인이 특수한 집단의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며, 결국 범인을 찾아낸다는 기둥 줄거리가 흡사하다는 점에서, 과거 미스터리.. 2023. 1. 11.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노이즈 노아 바움백 감독 작품. 이 영화 직전에 만든 작품 '결혼이야기'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그는 감독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코미디, 부조리극을 주제로 작품을 연출했으며, 이쪽 분야의 대가인 우디 앨런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 소설 '화이트 노이즈'를 쓴 돈 드릴로의 작품은 한국에도 여러 권 번역 출판했다. 나는 과문해서 돈 드릴로를 알지 못했는데, 2013년 '제3회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 '화이트 노이즈'는 1985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그가 여덟 번째 쓴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로 '내셔널 북어워드' 상을 받았으며 작가의 입지를 굳힌다. 영화는 .. 2023. 1. 5.
써스펙트 써스펙트 원제는 The Pledge.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숀 펜 감독의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그가 연출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구성, 스릴러 같은 미장센 보다는-물론 그것도 잘 하지만-사람의 심리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역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다 늙어서 한물 간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그러나 그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만큼은 아니어도 젊었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퇴직을 6시간 남겨둔 형사 제리는 자신의 은퇴 축하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어린이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2023. 1. 1.
불릿 트레인 불릿 트레인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비틀'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마리아비틀'은 작가의 '킬러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를 일컬어 '킬러 시리즈' 3부작으로 부르고, 장르소설이자 하드보일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죄송, 빠른 시간에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영화만 보자면, 원작 소설이 가진 영화적 장치(시나리오, 서사, 트릭, 반전, 캐릭터)가 매우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가는 신칸센에는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킬러들이 타고 있다. 겨우 2시간 30분. 누군가는 보스의 아들과 천만 달러의 돈가방을 지켜야 하고, 누군가는 돈가방을 몰래 빼내야 하며, 누군가는 그들을 죽여야 하.. 2022. 12. 28.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그동안 봤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보면 '소품'에 해당하는 규모가 작은 영화로 약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다. 직전에 연출한 작품이 '배트맨 비긴즈'이고, 이 영화 다음에 연출한 작품이 '다크나이트'였으니, 대작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만든 영화라고 봐도 좋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복잡한 서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가 뒤로 갈수록 놀랍고, 미장센이며 배우 면면이 결코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크리스찬 베일, 휴 잭맨, 마이클 케인 등이 나오고 스칼렛 요한슨과 데이비드 보위가 깜짝 출연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크리스토퍼 매켄지의 작품이 한국에는 두 작품이 .. 2022. 12. 27.
퍼스트 리폼드 퍼스트 리폼드 폴 슈레이더 감독 작품. 250년 역사를 지닌 '퍼스트 리폼드 교회' 목사 톨러(에단 호크)는 일기를 쓰기로 작정한다. 그것도 꼭 12개월 동안, 노트에 직접 육필로 솔직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그건 자신의 목소리이면서, 기도문이고, 하나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는 목사로 사역하지만 교회는 '기념품 가게'로 불리는 역사적 유물일 뿐, 진짜 교회는 가까운 곳에 있는 '풍성한 교회'이고, 이 교회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 톨러 목사는 신도를 만날 일이 없고, 온 종일 교회를 지키며, 외부에서 이 교회를 구경하러 오는 방문객에게 교회 역사를 설명하고, 기념품 판매하는 일이 업무의 전부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가 가톨릭 신부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개신교 .. 2022. 12. 22.
맨 오브 액션 맨 오브 액션 프랑스에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벌어진 위조지폐 사건을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픽션을 섞었다. 영화는 심각한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게 낭만적인데, 아마도 이야기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사건만 보면 위조지폐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주인공 루시오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를 보다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본다. 실존 인물인 루시오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다 볼리비아에서 죽었다. 그는 평생 아나키스트로 살았는데, 그의 삶에서 아나키즘이 신념화 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70년대와 80년대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해서 익숙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그런 과정이 위험하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느꼈.. 2022. 12. 19.
더 카드카운터 더 카드카운터 폴 슈라이더 감독, 마틴 스콜세지 기획. '아메리칸 지골로'의 감독이기도 하면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걸작 영화 '택시 드라이버', '레이징 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시나리오를 쓴 작가이자, 탁월한 영화평론가가 폴 슈라이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내레이션과 분위기만 봐도, 이 영화가 심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테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드보일드'한 영화이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주인공 윌리엄 텔(오스카 아이작)은 도박장을 돌아다니며 도박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전문 도박사다. 하지만 그는 큰돈을 따려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불편.. 2022. 12. 18.
아메리칸 지골로 아메리칸 지골로 '월말 김어준' 가운데 패션을 다루는 내용이 있는데, 이번 호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이야기했다. 김어준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기억으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의 한 장면을 말했고, 그 영화를 찾아봤다. '티빙'에 그 영화가 있었고, 유튜브 영화에서는 1천 원을 지불하고 볼 수 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이 연출하고,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이 영화는 남성 매춘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줄리안 케이(리처드 기어)는 팜스프링스에서 활동하는 '고급 매춘부'다. '지골로'가 '창부'를 뜻하므로, 매우 노골적으로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는데, 이때 '지골로'는 줄리안을 뜻하지만, 폴 슈레이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메리칸'에 있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가 무한으로 보장되는 나라로.. 2022. 12. 2.
세 편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세 편의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사건이다. 마르크스가 정의한 것처럼 '전쟁은 고도의 경제행위'이므로, 전쟁의 목적은 폭력을 써서 상대를 공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따라서 얻을 게 많은 만큼 많은 걸 잃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전쟁도 그렇다. 전쟁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전쟁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다. 전쟁은 집단과 집단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쟁터는 개인과 개인이 맞닥뜨리고, 모르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는 현장일 뿐이다. 이때 개인이 모르는 사람을 죄의식 없이 살해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기본이 '애국심'이다. 전쟁을 시작한 국가는 '애국심'을 부추기고, 침략 당한 국가는.. 2022. 11. 30.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연출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데뷔작이면서 명작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이 1957년에 발표되었다. 시드니 루맷 감독이 1924년생이니 100살 가까운 나이인 걸 생각하면, 이 작품은 여러 의미로 놀랍다. 현역 감독으로 100세까지 연출을 하는 시드니 루맷 감독의 열정이 놀랍고, 이 작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며, 작품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 다른 감독이나 작품과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비교를 통해 다른 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켈리 매스터슨이 썼는데, 이 작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봉준호 .. 2022. 8. 1.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트루 그릿-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의 영화. 원작은 찰스 포티스의 1968년 소설. 이미 소설이 발표된 직후 1969년부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한 영화로, 존 웨인이 애꾸눈 보안관 루스터 카그넌을 연기하기도 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경력도 있을 만큼 유명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용기'에 관한 것인데,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상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소녀 매티 로스는 겨우 열 네살(한국 나이로는 열 여섯)에 불과한 아가씨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과감하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매티와 함께 움직이는 연방보안관 보좌 루스터 카그넌과 현상금.. 2022. 7. 10.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 그동안 결코 보기 쉽지 않은 영화인건 분명하고,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다양한 메타포로 드러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영화는 더욱 인물의 심리, 감정의 복합성,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 상태, 드러내고 싶지만 억눌러야 하는 감정, 그러면서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비극성을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형사(해준)와 피의자로 의심받는 피해자의 아내(서래)가 사건으로 우연히 만나면서 발행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마음이 끌리는 걸 느끼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일시적 욕망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서래의 남편 기도수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은 사건을 자살 사건으로 종결한 이후, 해준은.. 2022. 7. 3.
꽃 피는 봄이 오면 꽃 피는 봄이 오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로 놀라운 연기를 보였던 최민식 배우가 1년 뒤에 출연한 영화. 50만 명이 봤으니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따뜻하고 뭉클한 웰 메이드 영화인데, 나도 이 영화를 이제서야 봤다. 현우는 관악기(트럼펫) 연주자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오디션을 봐도 합격하지 않는데, 심사위원들은 그의 외모(옷차림)도 트집을 잡는다. 오디션을 보는 현우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진심으로 합격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오디션이라도 봐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일까. 현우는 함께 음악공부를 한 친구가 피아노 학원을 하면서, 밤에는 유흥업소에 출연해 악기를 연주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는 화를 낸다. 현우가 배운 음악은 술집에서 싸구려로 굴러다니는 음악이 아니고, .. 2022. 6. 27.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에서 '수학'을 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학자의 삶을 다룬 '뷰티풀 마인드', '이미테이션 게임', '무한대를 본 남자' 같은 영화도 있지만 영화에서 '수학'이 주제이거나, 중심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학은 99%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어서, 과학이면서 신비로운 영역이라 소재로 쓰이기에 좋다. 다만, 수학 자체를 말하는 건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워 서사를 풀어가는 도구로 쓰이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수학은 소통을 위한 도구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배경이 된다. 따라서 수학이 중요하거나 의미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도 수학과 관련해 파이 값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나 오일러 공식을 학성이 설명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아버지와 아.. 2022. 6. 26.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진정한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삶과 등반을 다룬 작품. 다른 산악인이 하지 못한, 놀라운 업적을 세운 산악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은 기존 등산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무명의 산악인이다. 그는 8천 미터급 산에 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떤 단체, 조직, 팀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자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마크가 오른 산은 단독 산행이 가능한 곳이거나, 유명한 산악인들이 인정하는 어려운 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최소의 장비만 갖추고 혼자 산을 올랐다. 혼자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가운데 '프리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크는 암벽 등반이 아닌, 본격 알피니스트 산악인이면서 혼합 등반(눈, 얼음, 바위)을 .. 2022. 6. 21.
벤 휘틀리의 두 작품, '프리 파이어'와 '킬 리스트' 벤 휘틀리의 두 작품, '프리 파이어'와 '킬 리스트'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해서 봤다. 감독도, 작품도 처음이다. 첫 영화는 '프리 파이어(Free Fire)'. 저예산 영화로 B급 영화의 분위기와 연출을 의도했다. 불과 700만 달러 제작비로 90분짜리 장편 영화를 찍었으니 제작 환경이 열악한 건 당연하다.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저수지의 개들'이 떠오른다. 폐쇄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불신하고, 총질하다 결국 다 죽게 되고, 마지막에 살아남아 탈출하는 한 명도 경찰차 싸이렌 소리를 들으며 체포된다는 설정까지도 같다. 두 작품을 단순 비교하면 '저수지의 개들'이 단연 뛰어난 작품이다. 이 영화 '프리 파이어'는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정도로.. 2022. 6. 15.
브로커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안 가족'에 천착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결핍 상태에 있으며, 온전하지 못한 시간을 살아왔다. 그들의 불완전한 상황은 현대인이 겪는 '불안'과 같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처럼, 개인이 놓인 상황을 불안으로 내모는 건 개인의 의지가 아닌, 현대를 만든 인류의 집단 의지다. 개인은 이런 집단 의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사회'라는 틀 안에 종속되거나 지배당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런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지 않고, 개인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갇혀 있는, 억압의 틀을 보도록 한다. 소영의 경우, 그는 어린 나이에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소영의 가족 이야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데, 소영에게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즉,.. 2022. 6. 12.
데어 윌 비 블러드 데어 윌 비 블러드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어제 다시 보면서, 처음 보는 영화처럼 낯설었고, 세부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150분 넘는 긴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인 대니얼 플레인뷰를 연기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모든 장면에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거의 모든 영화는 한 번 보고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소수의 영화는 두 번 이상 보게 되거나, 볼 수밖에 없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도 한 번 봐서는 작품의 진가를 느끼기 어렵다. 이건 영화를 보고, 느끼고, 읽는 게 서툰 나 같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처음 봤을 때 몰랐던, 보이지 않던, 느끼지 못했던 ..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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