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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1214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산부인과 클리닉을 하는 도널드 클라인이 저지른 심각한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 유전자 검사를 돈 받고 해주는 회사가 생기면서 여성 자코바는 유전자 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는다. 이 여성은 평소에도 가족과 자신의 외모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입양이 되었다고 해도 좋으니 사실을 알려달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파란 눈, 금발의 외모는 가족과 분명 달랐다. 엄마는 자코바에게 아빠가 불임이어서 아빠의 정자를 주입해 임신했다고 말했으나, 자코바는 유전자 검사를 했고, 친부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미 7명의 이복 남매가 있다는 걸 확인한 자코바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곧 조사를 시작하는 한편, 주 검찰청과 각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2022. 5. 30.
그대가 조국 그대가 조국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듯한 답답함으로 한숨을 수없이 쉬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희망이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미리엘 주교가 떠올랐다.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이 훔친 은촛대가 자기가 선물로 준 거라며, 은식기는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장 발장을 나무라던 주교. 미리엘 주교는 귀족 출신의 사제이자 디뉴의 주교로 명망 높은 인물이었지만 그는 주교관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주고 작은 집에서 여동생 바티스틴, 가정부 마글루아르와 단촐하게 산다. 미리엘의 가족이 정치 사건에 연루되어 몰살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귀족 생활을 했던 미리엘은 가족이 몰살당하는 공포와 슬픔, 분노의 감정을 안고 스페인으로 망명한다. 시간이 .. 2022. 5. 27.
아치의 노래, 정태춘 아치의 노래, 정태춘 1 정태춘은 시인이다.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는 노래하기 전에 먼저 시를 쓴다.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건, 그의 정체성을 말할 때, 노래하는 사람이 우선인지, 시를 쓰는 사람이 우선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에게 있어 노래보다 시가 더 존재의 근본에 가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류는 진화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언어가 발달하자 가장 먼저 노래를 불렀다. 씨족 단위의 인류는 날이 밝으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면서 생존을 영위했고, 해가 지면 동굴이나 움막에 모여 서로 끌어안고 맹수나 다른 씨족의 공격을 경계하며 깊은 잠을 들지 못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구워 먹거나 밤에 불을 밝히고, 추울 때 난방용으로 사용하면서 인류의 진화는 급격히 .. 2022. 5. 21.
범죄도시 2 범죄도시 2 '범죄도시'를 보고 리뷰를 쓴 것이 2017년이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배우 마동석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각인한 영화로, 조선족 범죄자 '장첸'의 이미지도 기존 한국 범죄영화의 악역 배우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 영화'였다. '범죄도시'는 '마동석 장르'가 탄생한 영화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배우 마동석이 2004년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2017년 '범죄도시'로 확고한 주연의 위치, 자기 캐릭터의 완성, 장르로서의 마동석으로 탄생하기까지 약 4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고, 이 영화 가운데 몇 편에서 주연도 했지만, '범죄도시'의 강력한 캐릭터와 비슷하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는 '비스티 보이즈'와 '부산행', '성난 황소' 등이 있었다... 2022. 5. 20.
미저리 미저리 아주 오래 전 이 영화를 봤는데, 극장에서 봤는지, 비디오테이프로 봤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30년 가까이 된 영화여서 젊었을 때 본 영화로, 그때만 해도 이 영화를 스릴러, 공포 영화로 기억했고, 극중 주인공 애니 윌크스가 미치광이 싸이코패스라고만 알았다. 주인공인 작가 폴 셀던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시골의 단골 호텔에서 마지막 작품을 쓰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에 미끄러지면서 사고를 당한다. 그를 살린 사람은 애니 윌크스. 작가의 소설을 모두 읽었고, 작가를 사랑하는 열성 팬인 애니의 극진한 보호를 받는 폴,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한다.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잭 토렌스는 겨울 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 호텔'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로 하고,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와 함께 '.. 2022. 5. 4.
실버턴 투쟁 실버턴 투쟁 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는 사라졌지만, 그 정책의 영향은 아직도 깊이 남아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다. 2차 세계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50여년 한 사회를 지배한 강력한 차별 정책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건 당연하다. 미국에서도 남부의 흑인노예를 하나의 '제도'로 가져가려는 백인 농장주들과 노예제를 폐지하려는 북부 산업자본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고,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100년 넘도록 흑인 차별은 강하게 이어진 사실만 봐도, '차별'을 통한 지배와 폭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잔혹하게 유지하려는 힘이 있는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1980년, '아파르트.. 2022. 5. 1.
황혼에서 새벽까지 황혼에서 새벽까지 무려 26년 전인 1996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한국에서는 1998년에 개봉했다. 연출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했으나, 시나리오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썼다. 두 사람은 2007년에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각각 한편씩 연출한 영화 '플래닛 테러'와 '데스 프루프'로 다시 만난다. 범죄 스릴러, 뱀파이어, 좀비 슬래셔 호러 영화인데, 장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장난 가득한 코미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으로 출연도 하는데,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가 공식 데뷔작이다. 이 영화 이전에는 TV시리즈 'ER'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데뷔작으로는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유명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나.. 2022. 5. 1.
드라이브 마이 카 드라이브 마이 카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잃고나서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후쿠는 연극연출자 겸 배우로 극본을 쓰는 아내 오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가후쿠가 아내와 사별하는 과정은 전형적 클리셰여서 새로울 게 없다. 앞부분만 보면 정지우 감독의 작품 '해피 엔드'가 떠오른다. 아내의 불륜을 우연히 보게 된 서민기는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다. '해피 엔드'가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라면 이 작품은 그 반대의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고 있다. 서민기가 아내와 정부를 살해하면서 완전 범죄를 만들어 내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가후쿠가 아내 오토의 불륜을 본 이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겉으로는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상.. 2022. 4. 21.
저수지의 개들 또는 창고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또는 창고의 개들 서너 번 봤다. 볼 때마다 새롭다. 영화나 음악은 어떤 환경에서 보고 듣는가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영화는 관객(나)의 감정 상태와 물리적 환경에 따라, 음악도 그렇지만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두 장르 모두 극장과 공연장에서 보고 듣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도 소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 과거 무성영화 시기에 자막과 음악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변사가 배우의 대사를 대신 읊어주었다. 영화 그 자체는 움직이는 그림이고, 여기에 대사, 효과음, 배경음 등을 넣어야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뻔한 이야기를 한 것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새로 구입한 헤드폰으로 들으며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 되었지만 외장형 사운.. 2022. 4. 18.
야차 야차 넷플릭스. 첩보 액션 영화라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다. 두 영화에서 공통점은 '국정원', '남한 첩보원', '북한 첩보원'이 등장한다는 것이고, 이들이 움직이는 도시는 '베를린'과 '중국'이다. '야차'에서는 일본 첩보원이 등장하는 대신 미국 정보부(CIA)는 등장하지 않고, '베를린'에서는 그 반대다. 두 영화 모두 '첩보 액션'인데, '베를린'은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야차'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제작비나 연출의 문제를 말할 수도 있고, 시나리오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핵심은 리얼리티의 핍진성, 리얼리티의 완결성이다. 온갖 더러운 일을 맡아 해결하는 '블랙팀'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과거 미국 CIA에서 다른 나라 정치에 개입할 때, 미국의 .. 2022. 4. 11.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세번 봤다.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감독판으로 한번, 어제 다시 넷플릭스에서 한번. 지금 다시 보니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환타지고, 현실은 시궁창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영화의 결말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언론, 자본, 권력의 삼위일체가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보여주는데,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환타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언론 권력을 가진 자가 깡패에게 상납받고, 언론 권력이 정치 권력을 만들고, 자본 권력은 돈으로 정치 권력을 후원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최대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도록 한다.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이며, 서로 '더럽.. 2022. 4. 10.
분닥 세인트 분닥 세인트 1999년에 개봉한 B급 영화.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시나리오와 연출이 훌륭하다. 감독의 연출 감각이 상당한데, 자칫 평범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던 내용을 뛰어난 연출과 편집으로 명작을 만들었다.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보스톤에 사는 평범한 노동자 형제 코너와 머피는 일요일에는 성당에도 다니는 건실한 청년들이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미국 동부는 카톨릭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벌어진 신부들이 소년들을 성추행, 성폭행한 사건이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자세하게 다뤄지기도 했듯이, 두 형제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장면이 첫 장면으로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코너와 머피가 사는 지역은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지역인데,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러시아 마피아가 지역을 장악하기 시작.. 2022. 3. 23.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 업데이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과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의 뒤를 쫓는 종군기자의 카메라처럼, 범죄 현장을 덮치는 카메라는 흔들리고, 화면에는 과장이 없다.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면서, 웃음기조차 찾을 수 없는, 심각하면서 충격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주인공과 일행들의 표정이 어둡고 무겁다. 미국 경찰, FBI가 멕시코의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는 꽤 많지만, 이 영화처럼 극도의 긴장과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에서도 물론 정치적 함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기본 구도-CIA, FBI, 그리고 콜롬비아 전직 마약국 검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정치적 쟁점을 드.. 2022. 3. 21.
애나 만들기 애나 만들기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 25세 백인 여성이고 영어에 독일, 러시아 억양이 섞여 있으며, 독일에서 프랑스로 와서는 잠깐 패션 잡지사 인턴을 했고, 이후 미국으로 들어왔다. 드라마에서는 애나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 장면부터 나오지만 리뷰는 애나의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에서 벌어진 이 드라마틱한 사기 사건의 시작은 1990년대 쏘비에트 연방의 붕괴에서 시작한다. 역사에서는 우연한 시간, 우연한 공간에 우연한 사건이 겹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자주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에서 거대한 사건은 거의 대부분 계획되지 않은 '우연'으로 발생했다. 쏘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러시아와 동유럽 나라들은 .. 2022. 3. 14.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이미 오래 전부터 '좌파'는 상품성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좌파' 따위에 관심이나 가질까. 한국에서는 80년대 후반을 절정으로 좌파는 사라지고, 약간의 학생운동과 약간의 노동운동, 약간의 '진보적' 정당만이 자신을 '좌파'라고 주장하거나, 수구 집단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레토릭으로 '좌파'를 써먹을 뿐이다. '좌파'는 한국에서 '빨갱이', '공산당', '친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추종자', '노동조합',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쓰이며, 수구 집단의 공격 무기로 전지전능한 흉기로 작동하고 있다. 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체제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할 때도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NL, PD 같은 그룹으로 나뉘어 사상투쟁을 벌였다. 그래서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2022. 3. 11.
내 안의 그놈 내 안의 그놈 가끔 아무 생각없이 웃기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코미디, 판타지 영화의 유용성은 분명하다. 잠시 현실을 잊고 고민, 걱정, 근심, 불안 따위의 부정적 감정을 외면하고 싶을 때, 이런 영화는 좋은 수단이 된다. 이 영화는 비평가들에게 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진부하고 클리셰 투성이어서 '그렇고 그런' 수 많은 '바디체인지', '영혼 바꾸기' 영화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평론가 서정환은 " 영혼이 바뀐다는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진부한 설정, 게다가 그 대상이 조폭과 고등학생이라니! 이 빤하디 빤한 설정의 코미디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은 그 속에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며 기대 이상의 웃음을 끌어낸다. 우선 진부하고 유치한 설정들을 그럴듯해 보이려고 포장하지 않.. 2022. 3. 10.
더 하우스 더 하우스 의식과 자아의 분열과 파괴의 내면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기존의 고딕, 호러 영화를 계승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스톱모션 방식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윌러스와 그로밋'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도 있지만, 팀 버튼의 일련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기이한 세계를 다룬 작품들도 여럿 있다. 팀 버튼 이전에 이미 '퀘이 형제'의 작품들은 작품성에 있어 높은 차원의 수준을 보였고, 팀 버튼은 오히려 대중성에 성공한 경우다. '퀘이 형제', '팀 버튼'과 함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각광받는 '라이카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팀 버튼과 라이카 스튜디오는 협업으로 '유령 신부'를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 '더 하우스'는 '퀘이 형제'와 '팀 버튼', '라이카 스튜디오'의 세계관을.. 2022. 2. 8.
올리버 색스, 그의 생애 올리버 색스 : 그의 생애 다큐멘터리. 올리버 색스가 안암을 발견하고 뉴욕타임즈에 '나의 생애'를 쓴 이후 이 다큐멘터리를 찍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책을 여러 권 썼고, 그 대부분은 뇌와 관련한 내용이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 영국 런던에서 부모 모두 의사인 유대인 집안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난다. 그의 부모는 성실하고 유능한 의사였으며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머니는 당시 외과의사로는 최초의 여성이었다. 올리버와 그의 형들도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고 알려졌는데, 올리버는 어릴 때부터 편두통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올리버가 의사가 되길 바랐고,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는 사산한 아기 사체를 집으로 가져와 올리버에게 해부를 해보라고 권했다. 겨.. 2022. 1. 29.
경계선 경계선 이란계 스웨덴 감독인 알리 아바시의 작품. 원작은 스웨덴 소설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것으로 '렛미인'이 유명하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좀 불쾌할 수 있다. 그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등장인물의 외모, 이들이 먹는 음식, 이들이 나누는 섹스 등이 '평범한 인간'과는 사뭇 다르다. '경계선'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가르는 선이다. 이때 경계선 안과 밖에 존재하는가에 따라 정체성, 삶의 본질 등이 달라진다. 칸트가 말하는 '경계선에 선 인간'과는 다른, 실존적 의미에서의 '경계'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는 '티나'는 외모가 조금 특이하다. 물론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의 어떤 사람도 티나의 외모를 두고 '평가'하지 .. 2022. 1. 21.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하드코어 헨리', '노바디'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바디(Nobody)' 클립을 하나 봤다. 버스를 타고 가던 주인공 하치(밥 오덴커크)는 버스에 올라탄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는데, 1대 5의 싸움은 좁은 공간에서 온몸으로, 격렬하게, 실제 싸우는 것처럼 감정을 담아 타격하는 장면을 보고, 곧바로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했다. 주인공 하치는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등장하는 '사울 굿맨'으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조연으로, 그리 큰 비중은 없었지만 타락한 변호사로 흥미로운 인물이었고, '브레이킹 배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프리퀄 스핀오프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그 주인공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변호사 역이었던 .. 2022. 1. 21.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사이드 이펙트'의 시나리오를 쓴 스캇 Z 번스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작품이니 거의 10년 전에 이미 '코로나19'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작품이다. 전염병의 근원지를 홍콩으로 설정한 것과 박쥐와 돼지의 변이 바이러스로 시작한 것도 실제 상황과 비슷하다. '코로나19'는 중국 내륙에서 시작했고, 박쥐의 바이러스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기 훨씬 전, 2012년에 중국에서 한 폐광 안에 있던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들어갔던 인부들이 중증 폐렴에 걸린 일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96% 일치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 영화를 보면 현재의 팬데믹 상황과 .. 2022. 1. 9.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미국의 마약 문제를 입체감 있게 다룬 작품. 영화는 좌충우돌, 많은 사람과 사건들이 무작위로 뒤섞이며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보인다. 게다가 서로 다른 지역의 풍경은 사뭇 다른 필터를 써서,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영화가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효과다. 마치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카메라는 흔들리며 인물의 뒤를 쫓는다. 짧은 장면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고, 인물들의 관계가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은 자칫 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복잡한 이야기를, 같은 그룹으로만 묶어서 풀어보면 이렇다. 처음 시작할 때, 사막의 모래바람이 부는 것처럼, 갈색의 풍경으로 나오는 지역은 멕시코다. 멕시코의 주 .. 2022. 1. 8.
사이드 이펙트 사이드 이펙트 스티븐 소더버그 작품. 네번 째 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기분을 좀 바꾸고 싶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즐기고 싶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도 아니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도 아닌, 평범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 쉽게 전이되고, 마치 내게 벌어진 일처럼 실감한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결말처럼 허무하지도 않고, [친절한 금자씨]처럼 잔혹함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피엔드]의 서민기처럼, 정신과 의사 뱅크스는 자신에게 닥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작은 창문이 많은 단조로운 빌딩으로 다가간다. 음악은 어둡고 우울하다. 카메라.. 2022. 1. 6.
돈 룩 업(Don,t look up) 돈 룩 업(Don,t look up) 인류가 맞닥뜨린 어쩔 수 없는 절멸 상황을 다룬 영화는 여러 편이다. 특히 우주에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충돌하기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의 대응을 담은 내용은 액션, 공포, 코미디 등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설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개연성 높은 이론이며, 낮은 확률이긴 해도 혜성이 실제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가 상당 부분 파괴되거나 거의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류의 멸종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류가 초래한 심각한 환경문제와 핵전쟁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혜성 충돌이다.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다가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변수가 없.. 2021. 12. 26.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이키루 - 구로사와 아키라 일본의 '위대한' 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의 현대물. 1952년 발표한 작품이니 70년 전 영화다. 이 시기에 한국은 남북한이 세계 냉전의 극단적 대결의 전장터가 되어 온나라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민중의 주검이 들판과 산등성이에 쌓여가던 때였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고, 미군정의 통치를 받은지 7년이 지났을 때고, 1952년, 이 영화가 발표되던 해에 미군정이 종료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당시 기성세대가 바라본 일본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결과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 겐지는 시청의 시민과 과장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가 과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최소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것을 알 수 있고, 그가 태어난 것이 1900년 전후일테니,.. 2021. 11. 27.
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Hell or High Water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세번 째 다시 봤다. 멋진 영화.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를 봤다. 그것도 개봉하는 날. 별 네 개 반.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데이비드 메켄지는 그리 유명한 감독은 아니다. 이 영화는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쉐리단은 바로 전작이 '시카리오'였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사람의 작품이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뛰어난 배우들의 조합은 의외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기 드문 것이다. 이 영화에 관해서는 이미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무비썸'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언.. 2021. 10. 28.
위대한 레보스키 위대한 레보스키 - 코엔형제 주말 저녁, 아무 일도 없는 휴일이 기다리고, 느긋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마음이 잘 맞는 친구 두세 명과 맥주를 마시며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다. 코엔 형제가 던지는 농담을 낄낄거리며 듣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끝나 있다. 코엔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주 작은 역을 맡은 인물이라도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캐릭터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은 '이야기' 즉 '서사'를 미리 구축하고 서사에 맞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엔 영화의 특징은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서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단역으로 나오는 존 터투로를 예로 보자. 이 작품에는 코엔 형제들과 함께.. 2021. 10. 25.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 잭(나레이터)의 분열적 상황은 '개인적 기질'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그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가 살아가는 사회 - 현대 자본주의 체제 - 가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은 개인의 존재를 왜곡한다. 평범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자신의 꿈과 재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우리는 잭이 바라는 그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현재 잭은 보험회사의 사고심사관으로 일하고 있고, 그는 이 일로 월급을 받으며 먹고 산다. 그의 삶은 매우 불규칙해서, 낮과 밤이 바뀌고, 공간이 몇 시간마다 달라진다. 공간 이동으로 시간은 뒤죽박죽 되고, 그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은 매우 카프카적이다. 카프카는 결국.. 2021. 10. 13.
도그빌 도그빌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이 작품 역시 감독 특유의 특징이자 장점인 알레고리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물리적 공간의 미장센과 서사의 구조가 알레고리로 통합,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처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 낯선 풍경에 우선 당황한다. 형해화(形骸化)된 마을은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고, 역사 속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런 무대는 주로 연극에서 좁은 무대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은 영화를 연극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 영화의 내적 서사를 위한 필연적 장치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형해화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개인'이 아니라 실존했었던 무수한 '인간'의 대표이자 평균인 아.. 2021. 10. 2.
코미디의 왕 코미디의 왕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 오래 전 이 영화를 보고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영화를 읽는 총체적 지식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마틴 스코시지 감독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를 봤고, 이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코미디의 왕'도 내가 잘 모르지만 뭔가 훌륭한 작품일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본 '코미디의 왕'은 역시 뛰어난 감독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연출은 정통 드라마 방식이라서 오히려 이 영화의 비극성과 블랙코미디를 돋보이게 만든다. 루퍼드 펍킨은 백수다. 그는 이제 서른 한 살이 되었고, 변변한 직업이 없으며, 돈을 벌지도 못하고 있지만, 반듯한 슈트를 입고, 가방을 들고 방송국 .. 202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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