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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Kis uykusu - 윈터 슬립 Kis uykusu 놀라운 영화. 별 다섯 개. 국내 개봉에서는 3시간 18분이지만, 원래 영화는 3시간 59분짜리로, 훨씬 길다.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삭제하지 않은 내용을 모두 보고 싶은 영화. 또 반드시 그래야 할 영화.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도스또예프스키였다. 이 영화의 감독은 터키 사람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서사를 보면 러시아 정서와 매우,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이 이야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지성과 감정, 욕망, 이기, 분노, 절망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나라, 어떤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감정의 변주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있다.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시간이 대.. 2015. 10. 27.
<영화> Mr. Holmes Mr. Holmes 국내 미개봉 영화. 노인이 된 셜록 홈즈의 마지막 사건 해결을 좇는다. 별 세 개.이 영화의 키워드는 양봉, 일본, 여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또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영화의 편집은 세 이야기를 꼬아 놓아서 복잡한 양상처럼 보인다.양봉은 홈즈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귀한 식물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홈즈는 자신을 초대한 사람이 영국에서 실종된 남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홈즈는 집으로 돌아와 소설 형식으로 기억에 남는 마지막 사건에 대해 쓰기 시작하는데, 이 원고의 초고를 가정부의 아들(소년)이 읽도록 배려한다.이야기의 한 축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세 가지 .. 2015. 10. 27.
<꽁뜨> 매국노 사냥꾼 매국노 사냥꾼 BMW 820D가 미끄러지듯 호텔 입구에 들어왔다. 도어맨이 재빠르게 뒷문을 열자, 중절모를 쓰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렸다. 다른 문에서도 남자들이 내렸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짙은 선그라스를 쓰고 있었다. 중절모는 도어맨에게 팁을 건냈다. 도어맨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차를 호텔 앞 가장 좋은 자리에 세웠다.중절모를 쓴 남자가 앞장 섰고,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 세 남자는 호텔 로비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프론트에 도착한 남자는 점잖고 교양 있는 태도로 '회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물었다.프론트 직원은 조금 당황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회장님의 거처는 1급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서 있는 남자들은 여느 손님과는 달라보였다.. 2015. 10. 27.
죽음, 절대 고독의 상황 죽음, 절대 고독의 상황 삶과 죽음의 경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고,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일상에서는 쉽게 죽음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많이 나빠지고 있지만, 그래도 안전이나 치안과 관련해서는 낙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 놓인 상황에 따라 안전함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다를 수 있고, 조금 더 본질적으로 생각하면, 한 사회의 '안전'은 매우 계급적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누구나 다 알듯이 한국에서 강남은 강북보다 안전하고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다. 전국의 어떤 지역보다 지역주민이 관련된 범죄율이 낮으며,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2015. 10. 26.
<영화> Everest Everest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별 네 개.산과 관련된 영화는 거의 다 찾아보는 편이다. 산을 자주 오르지 못하고, 또 체력이 형편 없어서 산에 오르기도 무척 힘들어 하지만, 산을 늘 좋아하고, 경외했다. 옛날 말에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요즘처럼 비싼 등산복과 장비로 치장하고 동네 뒷산을 가면서 8천미터 산에 오르는 듯 요란을 떠는 장비병에 들린 사람들이나,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산에서 술, 담배를 하는 사람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수준 낮고 멍청한 인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진짜' 산악인이라면 결코 그런 한심하고 역겨운 짓은 하지 않.. 2015. 10. 25.
<영화> Danny Collins Danny Collins '실화'라는 양념을 조금 넣었더니, 영화의 맛이 달라졌다. 별 네 개.이 영화가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알 파치노의 등장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역시 '존 레논의 편지'라는 '실화'가 가미된 것이 훨씬 크게 작용했다.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울리는 존 레논의 음악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고, 알 파치노의 연기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프다. 힐튼 호텔의 지배인 역으로 나오는 아네트 베닝의 (개인적으로 느끼는)미모와 연기는 알 파치노와 함께 영화를 잘 살리고 있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진부하고 신파조라는 것에 동의한다. 맞다. 이 영화의 기본 골격만 보자면 분명 신파다. 당대 최고의 스타와.. 2015. 10. 23.
<영화> The Martian The Martian '미국은 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말은 유머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쪽에서는 슬픔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영화지만, 미국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의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나가고, 우주선을 날린다.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눈앞에서 구할 수 있는 300명 넘는 생명을 그대로 산 채로 수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나라의 시스템과 그것을 운용하는 자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무능하며, 파렴치하고, 가증스러운가를 지난 몇 년동안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이 영화는 일단 과학영화여서 좋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우주선으로 오고 가야 하고, 화성 .. 2015. 10. 22.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심각한 가족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려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 영화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는 바로 '고령화 가족'.'고령화 가족'과 이 영화를 비교하면 왜 같은 가족영화임에도 두 영화의 완성도가 확연히 다른지 알게 된다. '고령화 가족'도 웃기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진지할 때는 무척 진지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극'의 수준을 유지한다. 즉 깊이에서 다르다.'고령화 가족'에서 보여주는 가족들 개개인의 캐릭터와 그들의 언행은 그들이 살아온 과거의 이력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족들은 정신세계가 '초딩'에 머물러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유쾌하고 발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긴 하지만, 불행한.. 2015. 10. 22.
<영화> 친절한 가정부 친절한 가정부 을 연출한 노진수 감독 작품. 아이디어는 괜찮다. 다만 이 영화도 필요 이상의 섹스씬과 긴장감 없는 연출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시나리오만으로만 본다면, 주인공 상수가 좋아하는 노래방 도우미와 가사도우미 리얼봇 핑키가 서로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겠다.상수와의 관계에서 노래방 도우미와 리얼봇 핑키의 세계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 긴장감이 사라진 것도 단점 가운데 하나다. 리얼봇 핑키의 역할은 뒷부분에 나오는데, 일종의 반전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전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살리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이를테면 상수가 짝사랑하는 노래방 도우미와 집에.. 2015. 10. 22.
<영화> 피해자들 피해자들 영화에서 배경과 생략을 매우 중요하다. 어떤 영화든, 영화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개인사가 바탕에 깔려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대개 2시간 남짓인데, 이 안에 개인사를 모두 넣을 수 없으므로 영화는 많은 것을 생략하는 대신, 배경을 중요하게 여긴다. 배경 안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성장과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게 된다.영화에서 생략과 배경을 깊이 있게 다루는 감독이 명감독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를 보면, 주인공 트래비스는 불면증으로 고생한다. 결국 그는 밤을 새워 운전하는 심야 택시운전사로 취직하고, 그것을 계기로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게 된다.여기서, 트래비스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 2015. 10. 22.
<영화> mary and max mary and max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사실 인간 사회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보다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더 많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복지도 완벽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 않던가.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불행과 우울은 훨신 극심하다. '행복지수'를 나라마다 측정하면 오히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었던 60년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개인으로 돌아가, 삶이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은 삶을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질문이 매우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정작 본인들에게 이런 질문은 필요하다고 생.. 2015. 10. 22.
<영화> 紙の月(종이달) 紙の月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 싸이코패스가 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동정심'의 왜곡이 '싸이코패스'로 변질되는 한 인간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돈을 횡령한 사건을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여자주인공 '리카'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고, 역시 평범한 남성과 결혼한 주부였다. 하지만 그가 은행에서 일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월급을 타거나 보너스를 받으면 그 돈으로 남편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선물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기분 좋고, 행복하게 생각.. 2015. 10. 18.
<영화> 우산 속의 세 여자 우산 속의 세 여자 당대의 유명 작가인 조선작, 조해일, 김주영이 릴레이 방식으로 쓴 소설이다. 에 연재한 것이 1978년 1월 25일 출판되었는데,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1980년 3월 8일 개봉했다.이두용 감독, 남자배우 하명중이라면 당대 최고의 조합이었는데,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작품성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전에 이미 '여자 시리즈' 영화가 한국영화계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여자'로 끝나는 영화에 대한 식상함이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1980년이라니. 1979년 10월에 대통령 박정희가 가장 가까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하고, 12월에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으니, 세상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였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이 영화.. 2015. 10. 18.
<영화> The Trip to Italy The Trip to Italy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화. 별 한 개.사실, 욕을 하기 위해 일부러 영화평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은 꽤 훌륭했는데,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성질을 가라앉히고 곰곰 생각해 본다.영화는 제목처럼 이탈리아의 곳곳을 다니며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딱히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냥 이탈리아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내가 다녔던 도시와 풍경들이 나온다. 꽤 근사한 곳들이다.감독도 이탈리아의 이런 풍경과, 음식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 2015. 10. 18.
<영화> Inside Out Inside Out 감정의 의인화. 청소년의 감정 변화와 사춘기의 정서를 감정의 의인화를 통해 보여주는 영화. 픽사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늘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의인화한 감정을 보면, 감정에 대한 선입견이랄까, 편견이 보이는 듯 하다. '기쁨'은 키도 크고 날씬하고 예쁘며, 밝고 명랑하게 표현되고, '슬픔'은 키도 작고 늘 슬픈 표정이며(당연한가? 그렇지 않다) 결정력 장애를 앓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물론, 이 영화에서는 당연히 외모를 극복하고, 그런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결론에서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감정을 이미지화 하는 과정에서 이런 '천편일률'적이고 편견이 개입되어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좀 유감이다.오히려 감정의 성격.. 2015. 10. 18.
<영화> knock knock knock knock 스릴러.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말 것과, 필요 이상의 호의를 베풀지 말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낯선 사람을 기본적으로 의심하고 적대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된다. 정말 그런가?미국은 단독주택이 거의 대부분이고, 집과 집 사이가 떨어져 있어-부자일수록 더욱 그렇다-옆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따라서 이런 내용의 영화는 미국에서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내용은 황당하다. 젊고 예쁜 두 여성이 들어와 한 남성을 처참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은, 첫 단계부터 무리수를 두고 있다.두 여성은 범죄를 계획한 것일까? 아니면 우발적인 행동이었던 걸까? 에반이 집.. 2015. 10. 18.
<영화> Slow West Slow West 로미오와 줄리엣의 변주로 해석한 새로운 서부영화 스타일. 별 세 개 반.서정적인 음악이 좋다. 이야기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다. 소작농의 딸 로즈를 사랑하는 제이는 귀족의 아들이다. 제이의 아버지는 당연히 두 사람의 사랑을 반대하고, 사소한 시비 끝에 로즈의 아버지는 제이의 아버지를 죽이고 스코틀랜드를 떠나 미국 서부로 도망간다.두 사람에게 현상금이 걸렸다는 사실을 본인들만 모른 채, 서부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로즈 부녀를 찾아다니고, 제이는 대서양을 건너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나선다.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서부극이라지만 화려한 액션도 없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배경 음악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간다.백인들은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인디언들은 마지막까지 백인들.. 2015. 10. 12.
<영화> 영도 영도 젊은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는 잘 만들었다. 별 세 개.'영도'는 중의적 표현이다. 지명으로의 '영도', 주인공 이름인 '영도', 그리고 이 영화를 상징하는 제목처럼 '그림자 섬'이라는 뜻도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늘 비난과 조롱과 감시의 대상이었다.아버지가 살인자라면 자식도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흔히 연좌제를 떠올린다.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날벼락이고 천형이며 잔인한 음모와 같다.흔히 '운명의 굴레'라는 말처럼, 자신이 놓여 있는 환경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단지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끈질긴 무엇인가가 있는 듯 보인다.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진-헐, 이건 '예수' 아닌가?-아.. 2015. 10. 12.
<영화> Woman in Gold Woman in Gold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그 유명한 구스타프 크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둘러 싼 역사적 사실을 그리고 있으니 흥미진진하다.오스트리아에서 활동했던 구스타프 크림트를 후원한 사람 가운데 '아델레'가 있었고, 이 아델레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모든 운명적인 사건들이 그렇듯, 아델레 가문은 유태인이었고, 오스트리아의 나찌는 유태인의 재산을 몰수해 자신들이 소유한다. 즉 나찌는 '국가사회주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온갖 강도 짓을 하며 사리사욕을 채운 놈들로 기록된 것이다.게다가 오스트리아는 히틀러 정권 당시 나찌에 매우 친화적인 나라였고, 말하자면 오스트리아의 정권이나 대부분의 국민은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친독 매국노', '친독 반역자'들이었다. 크림트의.. 2015. 10. 12.
<영화> あん Sweet Red Bean Paste あん Sweet Red Bean Paste 애틋하고 따뜻한 이야기의 이면에는 비극의 역사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빚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고 '도라야키'를 만드는 가게에서 일을 해야 하는 주인공과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소녀가 있다.그리고 할머니. 50년, 거의 평생을 팥소를 만들었던 할머니는 알고보니 한센병 환자였다. 병은 일찍 치료가 되었지만 격리수용소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극한의 상황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감동과 공포. 이 영화는 감동과 함께 슬픔도 이야기하지만, 영화 '링'은 공포를 불러온다. 두 이야기가 갖는 공통점은 제한된 공간에서 오래 견뎌야 하는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도쿠에 할머니의.. 2015. 10. 11.
<영화> 성난 변호사 성난 변호사 영화 '베테랑'과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 제작비용부터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까지, 두 영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와 고양이를 비교하는 것처럼 무리다. 별 세 개.다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는 보통 수준. 영화에서 터닝 포인트, 즉 반전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관객에게 읽힌다. '베테랑'은 경찰이 재벌을 잡는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검사출신의 변호사가 재벌을 잡는 이야기인데, 소재는 비슷해도 지향점은 많이 다르다.영화를 코믹하게 만들 의도였다면 코믹하지 않았고, 진지한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약간 코믹했다. 즉 장르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의 깊이(?)-오락영화에서 깊이를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다-가 없는 원인이 된 것.. 2015. 10. 11.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1980년생,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훌륭하다. 별 네 개.단편 두 편을 만들고, 장편으로 만든 데뷔작이 이 정도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감독이다. 영화의 스타일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과 꽤 비슷하다. 감독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감독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모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럼에도, 이런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 영화는 이전에 나온 '지구를 지켜라'처럼,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인 '숨겨진 걸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를 지켜라'는 여러 번 말하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걸작 영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상업적 흥행에는 철저하게 실패했지만, (단, 독립영화 부분에서라면 나름 성.. 2015. 10. 7.
<영화> 함정 함정 스릴러. 편집이 조금 아쉽다. 앞부분이 지루한데, 도입부에서 성철(싸이코패스)의 범죄 현장을 짧게 끊어서 편집을 했다면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가 크게 높아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배우 마동석의 주연 영화라서 의미가 있었을텐데, 마동석의 연기는 좋았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부부가 섬의 외딴집에 가게 되는 동기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딱 두 커플만 보여주는 것도 부실했다.일본영화 '차가운 열대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감독의 고어 스타일로 풀어내는 방식도 있는데, 싸이코패스를 내세울 거라면, 보다 철저하고 잔혹하게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괜찮을 듯 했다.영화에서 아쉬움이 많은 것은 역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연출이나 연기가 조금 부족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2015. 10. 7.
<영화> 소원 소원 영화를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한동안 안 보고 있던 영화. 영화는 충분히 감동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추천한다. 별 세 개.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생각은, 한국의 법률과 판사의 수준이 너무도 후진적이라는 것이었다. '조두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 와 만든 영화로, 이 영화에서는 피해자 소원과 아빠, 엄마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한국의 법률은 가해자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가해자는 이미 같은 범죄로 전과 14범이었으며, 겨우 9살짜리 어린아이를 상대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그럼에도 판사는 이 범죄자에게 겨우 8년 구금형을 선고했다. 범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법을.. 2015. 10. 7.
<영화>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항상 기본은 한다. 탐 크루즈가 주연인 영화라는 특징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가 제작에도 참여했다.아이러니하게도, '불가능한 임무'는 항상 '성공한 임무'가 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특징은, 우리가 1970년대부터 봤던 007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이다.물론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지금도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나오고 있지만, 21세기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007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첨단의 과학기술을 응용했다고 볼 수 있다.SF 분야-소설, 영화-는 현대의 과학 기술을 한단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SF 장르의 특징이며,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힘이기 때문이다... 2015. 10. 7.
김주영 작가의 타임트리 2015. 10. 6.
조차문 - 쏘렌토를 추모(追慕)하며 조차문- 쏘렌토를 추모(追慕)하며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양평(陽平) 사는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차자(車者)에게 고(告)하노니, 인간 남녀(人間男女)의 발을 대신해 종요로운 것이 차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차는 여러 종류의 차들 가운데 SUV라는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많은 곳을 두루 다닌지 우금(于今) 십 여 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너를 처음 만난 것.. 2015. 10. 5.
조차문(弔車文) - 프로엑센트를 추모(追慕)하며 조차문(弔車文)- 프로엑센트를 추모(追慕)하며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양평(陽平) 사는 모씨(某氏)는 두어자 글로써 차자(車者)에게 고(告)하노니, 인간 남녀(人間男女)의 발을 대신해 종요로운 것이 차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차는 여러 종류의 차들 가운데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많은 곳을 두루 다닌지 우금(于今) 십 여 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이십여 년 .. 2015. 10. 5.
<영화> The Intern The Intern 신파 영화. 코미디 장르는 본전을 건지기 어려운 영화다. 이 영화에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헤서웨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당연히 안 봤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자체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지만,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헤서웨이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웠다.스토리만 보자면 그저 한 편의 연속극 정도에 불과한 내용. 상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어서 리얼리티가 부족한 영화를 싫어하는 내게는 구멍이 많이 보였다. 갈등도 적고, 해피엔딩이고, 모든 것이 다 원만하고, 기껏 발생하는 갈등도 이내 깔끔하게 해결되는, 그야말로 '따뜻한' 영화다. 로버트 드 니로는 가장 좋아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고, 그의 연기는 초창기부터 쭉 봤기 때문에 나름 팬이라고 자부한다. 이 영화에서도 인턴으로.. 2015. 10. 2.
<영화> 사도 사도 조선 왕조에서 영조와 정조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말한다. 왕조, 즉 지배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왕의 시대로 역사를 구분하겠지만, 영조와 정조의 시대가 르네상스였다면, 그것은 오로지 민중들의 힘에 의해 그리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임진년 전쟁이 끝난 뒤, 조선은 격동한다. 조선 민중은 왜구의 침략에 꼼짝 못하고 쩔쩔 매며 도망간 지배세력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양반 세력의 가렴주구에 치를 떨며 오히려 왜구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할 정도로 지배세력을 증오하고 있었다.신분 질서도 흔들리고, 민중은 지배세력이 더 이상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지배세력에 대한 분노와 함께 민중 전체의 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다.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자신의 백성을 지키지 못하고, 외.. 2015.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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